취소 위기까지 내몰렸던 북미정상회담
김정은-트럼프, 협상기술 선보인 일주일
롤로코스터 타는 한반도 평화 체제는 어디로
비핵화 협상 놓고 결국 트럼프-김정은 담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양국 간 협상이 다시 정상가동 됐다. 28일 미국과 북한의 실무진이 판문점에서 접촉을 갖고 북미정상회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대로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북미 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접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최종적인 담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할 가능성도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주 한반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라는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알렸다. 형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었지만 내용은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 공개서한으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의 문은 사실상 닫혔다. 하지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어 지난 26일 깜짝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뜻을 내비쳤다. 이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정상가동 됐다.

北의 유화 제스처 끌어낸 트럼프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고 세간에서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협상의 달인으로서, 또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 출신답게 김 위원장을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정상회담 취소 카드를 꺼내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치는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이를 통해 결국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를 이끌어 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미국과 한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은 바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알게 됐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남북정상회담 설명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신뢰하지 못했다는 것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체제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가에 걱정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북미 간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과연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해줄 것인지에 대한 신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실천 의지가 확고한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무진 접촉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의 실무진이 만나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현재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차례 회담 취소 위기까지 갔던 상태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 자체를 깨는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로 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접점을 찾아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실무진 접촉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엄청난 결실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핵심은 CVID

결국 핵심은 ‘CVID’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인 CVID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로드맵을 세워야 할지가 양국 간의 가장 큰 숙제다.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북한의 핵탄두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 역시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미국은 여전히 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자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미국으로 옮기게 될 경우, 미국이 그에 걸맞는 체제 보장을 해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서 핵탄두를 빼앗긴다는 것은 곧 체제 위협으로 느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게서 항구적으로 체제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양국 간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 충돌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 위기로까지 내몰았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서 종전선언 이뤄지나

이 같은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 관련 협상이 재가동되면서 양국 실무진이 접촉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북한은 입장차가 워낙 커 이를 좁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이전과 상황이 바뀐 것은 앞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 위기에 내몰리면서 북미 양국은 상당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만약 이번에도 회담이 취소된다면 국제사회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한발씩 양보할 가능성을 국제사회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만약 실무진 간의 접촉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결국 두 정상의 담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무진 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싱가포르 회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문재인 대통령도 싱가포르로 날아가 남북미 정상이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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