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분말제품 섭취하다 패혈증으로 사망
설사·피부발진 등 이상사례 지난 4년간 726건 보고
美 FDA “곰팡이 감염 등 심각한 질병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 주의사항 신설했으나 규제 필요성 계속 제기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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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프로바이오틱스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으로 떠올랐다.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면역력을 키워주고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녀노소 즐겨 찾는 식품이 됐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관련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이들이 사용하다 보니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복통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피부 두드러기까지 겪었다는 신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식품을 복용하던 50대 여성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면서 충격을 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성분이 과연 안전한 것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건강기능식품의 인허가 및 이상사례 신고체계 등의 국가 차원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인기 절정의 프로바이오틱스, 정말 안전할까?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이로운 살아 있는 균’을 통칭하는 말로 대표적으로 유산균 등이 이에 속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쎌바이오텍을 필두로, 종근당, 일동제약 등의 대형 제약사들이 가세하면서 캡슐형부터 분말 스틱, 액상형 등 다양한 제형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출시됐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발표한 ‘2016년 건강기능식품 국내 시장 규모 동향 분석’에 따르면 해당 연도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1903억원으로 2015년보다 20.5% 성장했다. 건기식 분야 부동의 1위 홍삼(9900억원)에 이어 2위다.

최근에는 업계에서 피부 미용과 체지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관련 효능을 강조한 제품과 화장품까지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문제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식약처 산하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신고 건수는 2013년 7건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355건으로 급증했고 지난 4년간 신고된 건수만 726건에 달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원구원은 2016년 관련 전문가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5년까지 보고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부작용은 설사, 위장불편, 구토, 등의 위장관계 장애증상이 1962건으로 주를 이뤘으며 피부발진 및 두드러기 등의 피부과 관련 증상이 1223건으로 뒤를 이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관련 연구 진행돼…사망사례도 보고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이 널리 판매됐고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 정보가 쏟아졌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13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간주된다”면서도 “이론상으로는 면역 체계를 교란하거나 대사 경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연구는 면역 체계가 손상됐거나 장 건강에 관련한 질환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의사의 허락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특히 임산부, 영유아가 복용할 시에는 각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의료센터의 연구팀은 2004~2007년 환자 296명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췌장의 염증에 영향을 줬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사망자들이 아직 살아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극도로 아픈’ 사람들은 관련 제품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유아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사용한 유아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발병하는 진균 감염인 털곰팡이증으로 숨진 것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같은 해 12월 “살아 있는 박테리아나 누룩을 함유한 보조제가 곰팡이 감염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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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프로바이오틱스 먹다 사망…업체 측 “조사결과 나와야 입장 밝힐 것”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프로바오틱스가 들어간 식품을 섭취하던 5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충남 서천에 사는 50대 주부 정모씨가 핵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섞은 분말 제품을 먹은 지 한 달만인 지난달 10일 숨졌다고 소개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정씨의 남편은 정씨가 지난 3월10일 제품을 섭취하기 시작했고 열흘쯤 지나 설사와 수포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해당 제품을 제조·판매한 업체에 항의하자 “독소가 몸에서 배출되는 명현현상”이라면서 “통증이 있을 때마다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을 테니 많이 먹어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망 사건의 원인이 프로바이오틱스에 있는지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 종근당, 일동제약 등의 제약사들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로바이오틱스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져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답했다.

뉴스쇼에 따르면 정씨는 고혈압, 성인병 등의 지병은 있었으나 대체로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성분 자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위험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의학계에서 안전한 제제라는 합의가 있었기에 건기식으로 승인받아 판매된 것”이라며 “성분의 유해성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제품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여부 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약은 이어 “문제는 식약처가 건기식 등의 의약외품을 충분히 규제하지 않는 것”이라며 “식약처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 건기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주의사항 신설…규제 부족하다는 지적은 계속돼

식약처는 지난달 16일 소비자에게 정확한 안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 시 주의사항’을 신설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대한 개정고시를 했다.

이번 개정고시로 추가된 주의사항은 ▲질환이 있거나 의약품 복용 시 전문가와 상담할 것 ▲알레르기 체질 등은 개인에 따라 과민반응을 나타낼 수 있음 ▲어린이가 함부로 섭취하지 않도록 일일섭취량 방법을 지도할 것 ▲이상사례 발생 시 섭취를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담할 것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기식에 대한 식약처의 규제가 충분하지 않아 관련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식약처는 신속심사제를 도입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건기식에 대한 표시와 광고의 심의 절차에서 사전광고심의제도를 기업의 자율심의제도로 전환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6년 9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심사 시간을 단축하면 건기식의 효능과 영향에 대한 분석 시간이 줄어들어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율심의제도 또한 심의 제도에 대한 공정함과 객관적 운영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식약처의 건기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 건기식에 대한 부실한 허가 과정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허가 과정을 강화하고 이상사례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비롯한 건기식은 국민들이 건강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며 가볍게 섭취하는 식품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안전성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규제 완화 노선을 고수하는 대신 관련 제도를 확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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