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금감원에 전환사채 위법성 조사 요청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뉴시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15년 발행한 전환사채(CB)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회 발행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9일 금융감독원에 공문을 보내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했던 전환사채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5년 11월 5일 발행한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2050억 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당시 전환사채의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가능 주식수는 총 385만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만3112원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년 정도 경과한 2017년 1월 전환사채의 40%에 해당되는 820억원어치(168만6846주 상당)를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현정은 회장은 현대글로벌을 통해 상환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39억원 상당의 프리미엄을 수취했다.

현대글로벌은 현정은 회장이 91.3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과 합해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이다.

외관상 현대엘리베이터가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해 사실상 현정은 회장 등이 신주인수권(워런트,W)만을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게 경제개혁연대의 해석이다.

현행 상법은 제3자에 대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경영상의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BW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가 되면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분리형 BW’의 발행을 금지시켰다. 이후 2015년 공모방식의 분리형 BW는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신이 지정한 제3자에게 다시 콜옵션(주식매도 청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 그 대상은 지배주주와 계열사였다”며 “이는 현행법에서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외관을 빌려 지배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기초사실관계가 전혀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전환사채 발행이 애초 ‘경영상 목적’ 등이 아닌 지배주주, 즉 현정은 회장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의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법은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3자 발행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으며,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분리형BW의 사모발행은 금지하고 있다”며 “법원 또한 경영권 방어 목적을 합당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위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등기이사 회장으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이다.

2015년 말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정은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6.07%에서 28.10%로 증가하는 반면, 제2대 주주이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쉰들러 홀딩스 아게(Schindler Holding AG)의 지분은 17.12%에서 14.62%로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는게 경재개혁연대의 해석이다.

​경재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모방식의 분리형 BW를 발행한 후 이중 신주인수권을 현정은 회장 등이 우회하여 보유하게 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것은 경영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엘레베이터는 과거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다”며 “이번에 또다시 경영권 유지·방어를 위해 편법적으로 자기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감독당국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파생상품 규제의 모호한 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위법사실 확인 시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전화사채 발행은 법률 자문 구해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경제개혁연대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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