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홍준표 현상, 지원유세 중단으로 이어져
여론조사 전문가가 밝히는 샤이 홍준표 현상
공당 대표의 지원유세 중단은 이례적
지선 패배 시 당은 공중분해 될 수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공당 대표이자 선거대책위원장이 지원유세를 나서지 않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일부터 이번 6.13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방선거를 열흘여 앞두고 공당 대표이자 선대위원장이 지원유세를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현실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며칠 동안 지원유세를 다녀봤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달 31일은 6.1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이었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좌동시장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백선기 해운대구청장 후보 유세차에 올라타 마이크를 잡자, 유세 현장을 지나던 차량 중 일부가 경적을 길게 울렸다. 홍 대표는 “서울에만 저런 차량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있다”면서 웃어넘겼지만 현장에 있던 선거운동원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 후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가는 곳마다 해당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선거운동 준비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는 등 홍 대표의 지원유세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그만큼 ‘홍 대표 패싱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홍 대표 패싱론이 위기감을 갖게 만든 것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일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앞서간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일부 후보들은 홍 대표에게 유세현장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실화된 홍준표 패싱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중단한 이유는 ‘샤이 홍준표 현상’ 때문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득표율만 보면 샤이 홍준표 지지층이 있으며, 이 보수층만 투표장에 끌어당겨도 된다며 여론조사 조작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은 대선 때 내가 이겼던 곳이다. 내 지지자 응답이 더 많아야 하는데 문 대통령 지지자의 절반밖에 안 된다”면서 여론조사가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즉각 반박했다.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대선 당시 홍 대표에게 투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거나 ‘모르겠다’고 거짓 응답하는 샤이 홍준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여론조사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홍 대표의 득표율만큼 응답을 받기 위해 계속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그렇게 여론조사를 할 경우 오히려 여론이 조작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권자가 샤이 홍준표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한국당이나 홍 대표를 향해 표를 주기 싫다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샤이 홍준표 현상이 홍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됐고, 이에 홍 대표도 지원유세를 중단하게 된 셈이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 이마트 앞에서 펼쳐진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 합동 유세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 이마트 앞에서 펼쳐진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 합동 유세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샤이 홍준표 현상

이 같은 이유로 홍 대표는 지난 3일 갑작스럽게 지원유세를 중단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열어 지방선거 내내 지원유세를 중단하고 공중전만 하기로 했다. 명분은 홍 대표가 나서게 되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 간의 대결 양상으로 가기 때문에 후보들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의 지원유세를 통해 홍 대표의 지원이 후보들의 득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결국 현실론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 대표가 상당한 인기를 끌어 세몰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후보들은 너도나도 모시기 경쟁에 들어갈 것이다. 후보들은 공중파 뉴스에 자기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비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나서주는 것이 가장 좋다.

당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게 되면 중앙언론 기자들 역시 취재 경쟁에 나서게 돼 공중파 뉴스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알려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당 대표 옆에서 얼굴을 비치는 것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 간의 당 대표 모셔오기 전쟁이 상당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일선 후보들은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온다면 피하기 급급한 실정이다. 공중파 뉴스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지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패싱은 결국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보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지역에서도 홍 대표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 자유한국당 일선 후보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남은 선거기간 동안 홍 대표는 전체 선거를 지원하는 메시지 중심의 지원 전략에 치중할 방침이다. 4일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유권자들 사이에서 홍 대표 패싱 바람이 불고 있는 시점에서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고 해서 과연 유권자들이 이에 호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원유세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메시지 중심의 지원 전략을 통해 실제로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하면서 오히려 일선 후보들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무리 홍 대표 패싱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당 대표로서 지원유세를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지방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당 지도부 무능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친홍준표계는 벌써부터 지방선거 이후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자칫하면 모든 당권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만약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에서도 패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친홍준표계는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벌써부터 지방선거 패배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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