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동덕인의 인권은 죽었다. 동덕여대 학생 인권 장례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동덕인의 인권은 죽었다. 동덕여대 학생 인권 장례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은 7일 임종주(필명 하일지) 교수 사태에 대해 2차 가해 여지를 남긴 학교 측의 대처에 대해 규탄하고 독립적인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동덕인의 인권은 죽었다. 동덕여대 학생 인권 장례식’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살해당한 학생인권을 추모하며 학교의 학생인권 관련 규정의 신설 및 개선과 학내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독립적인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화꽃 한 송이씩을 들고 교내를 행진하며 “등록금이 아깝다. 학생인권 살려내라”, “학생인권 무시하는 동덕여대 규탄한다”, “성폭력 가해교수 지금 당장 파면하라”, “학생인권 보호하고 인권센터 설립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흔히들 여대는 여성인권이 중시되는 학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동덕여대는 성폭력, 성희롱 규정이 전혀 없다”며 “학교는 경과보고서에서 해당 수업 교수 교체, 피해자에게 연락 금지, 심리상담 제공 등 당연한 일들을 마치 선심 쓰듯 ‘경과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낭비한 두 달간의 시간을 자랑스레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한 학교는 대자보 내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공문으로 요청하라는 형식적인 발언으로 그 우려를 일축했고, 대자보 내용을 수정하던 비대위 위원을 ‘업무방해’로 협박했다”며 “우리는 학교에게 인격 살인을 당했다. 피해 학우가 보호받지 못하는 학교, 학생을 업무방해로 협박하는 학교는 지식의 상아탑을 무너뜨렸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임 교수는 강의 도중 미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에 이어 성희롱 가해 사실을 고백하는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 논란이 일어 강단에서 물러나 학교 측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해당 피해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앞선 경과 보고서에서 수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달리 학보사 인터뷰에서는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입장을 번복했으며, 번복된 입장이 담긴 대자보를 전교생이 열람할 수 있는 학교 곳곳에 부착해 2차 가해 여지를 남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해당 대자보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지난 5월 18일에는 대자보를 수정 중이던 비대위원을 학교 직원이 붙잡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 측 직원은 해당 위원의 신상정보를 알기 전까진 보내줄 수 없다며 40여분간 ‘우리가 학생이 누군지 못 찾아낼 것 같냐’라며 협박 발언을 했다”며 “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학교의 안일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며 민주 동덕 학생들의 신뢰감과 자부심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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