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상생안서 10% 이상 할인 제한 약속 어겨
현대카드 "담합문제 소지 있어 할인율 복원" 해명

바이닐앤플라스틱 전경ⓒ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전경ⓒ현대카드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현대카드가 운영하고 있는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이 개장 2년만에 또다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다시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이태원에 문을 열 당시 영세 LP음반 상인들의 상권 침해 우려에 합의한 할인율 조정 등 상생안을 개점 2년도 안돼 어겼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소상인들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음반매장 ‘바이닐앤플라시틱’앞에서 폐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바이닐앤플라스틱’가 2년전 소상공인과 맺었던 상생 약속을 어겼다며 거리로 나섰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바이닐앤플라스틱’은 현대카드가 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하지만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직접 LP음반 4000여종, CD음반 8000여종을 갖춘 대규모 음반 매장 성격이 짙다. 특히 이는 현대카드가 LP 음반에 대한 정태영 부회장의 남다른 애정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음반 소매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원에 못미치는 규모로 작은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갖춘 현대카드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중고 LP음반을 취급하는 것은 물론 현대카드 결제시 20%까지 할인을 제공하면서 영세 음반소매상의 생존권 위협 우려로 이어졌다.

이에 기존 음반소매상들은 집단 반발에 나섰다. 결국 현대카드는 지난 2016년 7월 소매상과의 상생안을 내놓고 기존 영세 LP 음반매장들이 급히 결성한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와 합의, 갈등 봉합에 나섰다.

당시 상생안에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이 중고음반을 취급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의 추가 개설이나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현대카드 회원에 대한 할인을 10%로 제한하기로 했다. 20% 할인 판매의 경우 연간 6회, 총 120일 한도 내에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이닐앤플라스틱이 상생안을 내놓은지 2년이 채 안돼 상생안 핵심 사안이었던 할인 제한 약속을 어기면서 다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바이닐앤플라스틱은 기존 상생안에서 합의했던 120일이 넘는 기간동안 10% 이상 할인을 계속해왔고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현대카드 측이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음반소매상 측은 현대카드가 상생안의 주요사항이었던 할인율 약속을 어기고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할 경우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음반소매시장은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회 측은 바이닐앤플라스틱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기존 음반 매장의 수익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전국음반소매상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진숙 후보는 “정태영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며 현대카드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의 취향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카드의 음반 소매업 진출은 영세한 음반 소매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짓밟는 재벌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회장 또한 “두 달에 걸쳐 상생안을 만들었지만 현대카드는 상생안을 파기했다”며 “연합회는 현대카드 음반소매업 폐점과 정태영 회장과 현대카드의 책임있는 추가조치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은 이 같은 골목상권 침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연합회 측 주장이)사실과 다른 점 많다”며 “이미 연합회 측에 공정거래법 상 담합금지 조항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어 할인율을 복원한다고 사전에 여러차례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바이니앤플라스틱) 때문에 음반이 안팔린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며 “기존 음반소매상과 고객군도 다르고 애초에 음반 판매를 목적이 아닌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방문자 중 구매 비중은 6%에 불과하고 현대카드에 의한 할인 구매는 더 미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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