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 도우미’ 향한 엇갈린 시선…자원봉사? 유사 성매매?
장애인 ‘성 도우미’ 향한 엇갈린 시선…자원봉사? 유사 성매매?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06.13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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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욕 해소 돕는 ‘성 도우미’
성적 권리 확보 vs 성범죄 우려
장애인 ‘성’ 공론화 우선 돼야
ⓒ뉴시스
영화 <섹스 볼란티어>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누구에게나 성욕은 존재하고 장애인도 예외일 순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히 몸 가누는 것조차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성욕을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가 성욕 해소를 돕는 ‘성 도우미(성 자원봉사)’다.

2010년 영화 <섹스 볼란티어>는 중증 뇌성마비를 가진 장애인 남성이 비장애인 여성의 도움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이전에는 없던 성 도우미라는 낯선 개념으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장애인의 성적 권리 공론화의 불씨를 지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 장애인 성 도우미 제도가 공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허나 장애인 성문제에 대해 공론화조차 되지 않는 국내에서는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 등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성 도우미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장애인 가운데도 성적 권리 향유를 위해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주장과 국내 정서와 현실을 고려했을 때 성 도우미는 결코 장애인 성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옳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 장애인 성에 대한 공론화와 논의가 우선돼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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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섹스 볼란티어> ⓒ뉴시스

무관심에 내몰린 장애인 성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을 누릴 권리를 공평하게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국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29조에는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 또는 박탈해서는 안 되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장애를 이유로 한 성에 대한 편견과 관습 등 차별적 관행을 없애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마치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여기며 그들이 가진 성에 대한 고민과 문제 등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다수의 장애인은 성 문제와 관련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감내하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07년 한국장애인성문화네트워크가 실시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지체장애 유형별 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 문제로 인해 자신의 장애에 대한 괴로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많다’ 10명 ▲‘많다’ 23명 ▲‘적다’ 14명 ▲‘없다’ 11명으로 과반수가 성 문제에 있어 장애로 인해 고민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성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는 게 뇌병변 1급 장애인 A씨와 장애여성네트워크 조항주 센터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A씨는 “성 문제로 고민하는 장애인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자위행위도 어렵기 때문에 그런 자신의 모습에 괴로움을 느끼고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도 “(장애인 성 문제는) 장애에 대한 왜곡이나 이해 부족 측면이 결합돼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은 성적으로 왕성할 것이라든지, 혹은 반대로 성적인 능력이 없을 것이라든지. 이러한 편견 때문에 장애인이 만남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장벽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재활원에서는 성재활워크숍, 지역사회강연회 등을 개최하고 있는데 국가 기관에서 워크숍을 개최하는 점을 미뤄 볼 때 장애인 성 문제가 존재하고 문제 해결 욕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성 욕구 실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욕구 조사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실태 조사 사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조 모임이나 프로그램 과정에서 노출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성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에 대한 경험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장애여성공감 관계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성에 대한 부분을 특별히 더 고민하진 않지만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의 성 문제를 ‘욕구해소의 어려움’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단언했다.

<사진 출처 = 성 도우미 A카페 일부 캡처>

장애인 성욕 해소 돕는 ‘성 도우미’

외면받아 온 장애인 성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등장이다. 영화 개봉 이후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성 도우미’다.

성 도우미란 일반적으로 스스로 성욕을 해결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돕는 행위를 뜻한다. 신체적 장애로 인해 제대로 된 성관계를 가질 수 없거나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자신의 성 욕구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돕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성 도우미의 형태는 다양하다. 봉사자가 직접 성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양쪽 모두 장애를 가졌거나 한쪽이 중증 장애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부부나 커플의 성관계를 돕거나 자위행위를 보조한다. 

실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일부 중증 장애인 가운데는 성 도우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서 언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 도우미 필요성 여부’에 대해 ▲‘매우 그렇다’ 10명 ▲‘그렇다’ 31명 ▲‘관심 없다’ 10명 ▲‘아니다’ 8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에 의해 성 도우미 자체가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도우미는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 등에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 실제 모 포털사이트에 ‘장애인 성 도우미’라고 검색해 접속한 한 카페에는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고있었다.

자위행위를 돕는 기구 구매를 돕거나 성욕구 해소를 위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상담해주겠다는 도움의 손길도 있었지만 페이를 지급하고 직접적인 성관계가 가능하다거나 혹은 이를 원한다는 ‘거래’의 의미가 짙은 글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이나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성 도우미가 비교적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무죄의 의미를 지닌 ‘화이트핸즈’라는 이름의 성 도우미 봉사단체가 존재한다. 이 단체는 일본의 한 시민운동가가 장애인 성 문제 공론화 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화이트핸즈에 소속된 도우미들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 남성 장애인의 자위를 돕는다. 직접적인 성기 접촉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성병 예방을 위한 콘돔, 원활한 발기를 위해 젤을 사용한다. 도우미는 자위행위뿐만 아니라 말동무가 돼주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돕기도 한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장애인에게 성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플렉조그(Fleks Zorg)가, 영국에서는 장애인의 성욕 해소를 돕는 민간 자선단체 핸드 엔젤스(Hand Angels)가 운영되고, 독일에서도 장애인에게 성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비정부기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 성 공론화 우선돼야

일각에서는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욕을 느끼지만 신체적인 한계로 성욕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성적 권리’를 위해서라도 성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 도우미는 장애인의 성적 권리 확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유사 성매매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성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성 문제 공론화가 우선돼야한다는 게 관련 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A씨는 “나는 장애가 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 서로 좋은 감정을 쌓고 결혼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라도 해서 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심경인 사람들이 있다. 실제 주위에는 성 도우미가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면 이용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라면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성은 공론화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센터장은 한국 사회에서 한때 공론화됐던 장애인 성 도우미에 대한 논의는 이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음지에서 성 도우미를 내세운 디지털성폭력, 데이트성폭력 등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한동안 장애인 성 도우미 문제가 공론화됐다가 지금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정체된 상태다. 이제는 한두가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에서 행해지는 성 도우미와 관련해 “최근 디지털 성폭력, 데이트 성폭력 등이 문제되고 있다. 장애인들도 이러한 성폭력 문제에 노출돼 있다. 미디어에서 등장하고 있는 성 도우미들은 겉으로 드러난 바가 없기 때문에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봉사)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유사한 성매매 형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는 장애인의 성 자체를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의 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별개의 영역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애여성공감 관계자는 “장애인의 성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마찬가지로 성/섹슈얼리티는 그 사람이 가진 다른 사회적 위치·권리 등과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을 동떨어진, 별개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것이 장애인 성 문제 공론화에 대한 논의를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장애인의 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장애여성, 장애남성 모두 사회의 구성원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성이 논의되고 다뤄지는 방식의 근본적 접근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장애인의 성적 권리 확보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성을 문제 행동 또는 해결해야할 과제로 접근하는 것은 일회적이고 단순한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하도록 만들 뿐”라며  “현장에서 장애인 혹은 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할 때 인권의 관점으로, 관계의 측면에서 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