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 사고로 4명 사망
사측 "지병 또는 자기과실, 중대재해는 1건"

지난 1월 2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지난 1월 2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중공업 작업현장에서 올들어 4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각종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측이 집계한 사고는 중대재해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사내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54)가 작업 중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만 벌써 4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23일 울산시 현대중공업 제2도크 동편 블록연결작업장에서 가스절단기로 화기작업을 하던 노동자 김모(57)씨가 전신 75%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 같은달 25일 새벽 숨졌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다음날인 1월 24일 하청업체 노동자가 울산 작업장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인명피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1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에 정박된 소형작업선에서 일하던 선장 김모(68)씨가 배를 옮기려고 줄을 푸는 과정에서 갑판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같은달 6일에는 작업중이던 하청업체 직원 홍모(57)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작업 현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7명, 2016년에는 무려 14명이나 숨지면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안전교육 강화 등 시스템 개선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난해 사망 사고가 1건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추락사고로 중상을 입은 김씨의 사고까지 더하면 언론을 통해 확인된 사상자 발생 사건만 최소 5건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집계한 올해 재해 건수는 고작 1건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의 올해 사상자가 발생한 안전사고 건수 현황 질의에 “일부 언론보도엔 사망자 기준으로 4건으로 나온것도 있지만 당사 중대재해는 1건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중대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을 일컫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하거나 3월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인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인 이상 발생한 재해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중상자 이상 발생한 사고 중 사측이 재해로 인정한 사고는 지난 1월 23일 선대블록장 용접중 전신 3도 화상으로 사망한 김씨 뿐이다. 앞서 사망자가 발생한 3건의 사고의 경우 지난 1월과 3월 각각 심근경색과 뇌출혈로 사망한 2건의 사고는 지병으로 인한 것으로, 지난 3월 소형작업선 작업 중 사망한 김모씨의 사고는 무리한 업무 진행으로 인한 본인 과실로 판정돼 재해로 볼 수 없다게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지난 7일 추락해 중상을 입은 김모씨 사고의 경우도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어서 제외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아무래도 사상자가 나면 다 사측 과실로 보는 측면이 있을수 있지만 중대재해는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후 판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설명과 달리 사고 과실이 중대재해 판단 기준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돼 현대중공업의 재해 판단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를 판단함에 있어 개인질병의 경우 산업 재해 관련성을 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본인 과실 여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병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한 2건의 사고는 해석과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인 과실로 판정된 1건의 중대재해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사고 건수를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집계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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