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風에 무기력한 야당들, 전략도 전술도 부재
與, 문 대통령 바람 거센 반면 야당은 무기력
전략과 전술 부재한 야당, 야권심판론 되치기
수구 냉전 인식이 결국 보수층 외면으로 이어져
공천 갈등 재현,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3번째)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후보들의 이름표 옆에 스티커를 붙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3번째)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후보들의 이름표 옆에 스티커를 붙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이번 6.13 지방선거의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란 물결이 전국을 덮었다’이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휩쓸어버렸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기댄 반면, 야당들은 전략도 전술도 없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역대급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거뒀고, 야권은 참패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은 14곳,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등 2곳, 제주에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또한 전국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역시 민주당이 총 226곳 중 151곳에서 승리하는 압승을 거뒀다. 특히 서울의 경우, 25개구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민주당이 석권했고, 경기도 역시 사실상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또한 민주당은 불모지였던 부산·경남에서도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당선됐다는 사실은 지선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오른쪽)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침통해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오른쪽)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침통해하고 있다. ⓒ뉴시스

거센 문재인 대통령 바람

이처럼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게 된 원동력은 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이 거셌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그에 비해 부족했던 야당들은 전략과 전술도 한몫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뒷받침했고, 당 지지율은 개별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들었다. 특히 험지였던 부산·경남 등과 ‘보수의 심장’이라고까지 불리는 경북 구미에서도 시장을 당선시켰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바람이 그만큼 거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도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공천 파동이 일어났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의 경우는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 일어나는 등 공천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공천 파동을 덮을 수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지지율은 야당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5월 장미대선을 통해 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여소야대 정국인 국회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에 대해 대다수 야당들은 시시콜콜 반대만 했다. 이것이 이번 지선에서 야당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결국 사장됐다는 점이다.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야당들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이번 지선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기저에 깔린 모습이다. 즉,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고 협조하라는 경고의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낡은 시대정신 대한 경고

민주당 압승의 또 다른 원인은 최근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무드에 따른 수구 냉전 이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북한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수구 냉전 논리가 먹혀들어 갔다. 하지만 이제 북한도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더 이상 수구 냉전 논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당들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위장 평화 쇼’라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폄하하는 등 계속해서 수구 냉전 논리를 펼쳤고, 이는 보수 야당들로부터 유권자들을 등 돌리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야당들의 전략은 부재했다. 유권자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구 냉전의 논리를 설파하면서 보수 야당은 낡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게 됐다.

뿐만 아니라 보수 야당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간판 인물을 ‘과거 인물’로 채웠다는 점에서도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홍준표 대표가 지도부에 있었던 것이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이다. 이는 단순히 홍 대표가 막말 파동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인물이 제1야당 당 대표에 앉는 것을 유권자들이 용납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을 유권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참신한 인물을 당 지도부나 후보로 앉혀야 하는데 자꾸 과거의 인물, 낡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는 샤이 보수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계속해서 샤이 보수가 존재하고 이들이 투표장에 가면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번 지선에서 샤이 보수는 없었다. 홍 대표를 비롯한 보수 야당에 실망한 보수층 유권자들은 결국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투표장으로 향한 것은 보수 야당에 대한 심판론을 가진 보수층뿐이었고, 이들은 보수 야당들에게 변화해야 한다는 준엄한 채찍을 가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오른쪽)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오른쪽)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공천 갈등 소화 못한 野

이와 함께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도 야권의 패배요인 중 하나다.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공천에서 어느 정당이든 갈등이 일어난다. 이 공천 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이를 위해 당 지도부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당내 공천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공천 갈등이 고질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 공천 파동이 일어날 정도로 당내 공천 갈등이 증폭됐고, 결국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런 실패사례에도 홍준표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지나간다’면서 어떤 공천이든 갈등은 있기 마련이라고 당내 공천 갈등을 무시했다. 하지만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이는 곧 보수의 분열로 이어졌다.

아울러 야권 단일화에 실패했다는 점도 야권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더욱더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른 지역의 후보 단일화도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압승할 수 있었던 것도 보수 야당들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어부지리를 얻은 측면도 있다. 이는 결국 이번 지선에서의 압승은 민주당이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는 보수 야당들이 그만큼 무기력했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야당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몸부림이 앞으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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