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 주도권 쥘 인물은 과연 누구
보수 야당 재편 불가피, 현 인물로는 집권 불가
기존 인물 용퇴 더불어 새로운 인물 수혈 필요
보수 야당 주도권 쥘 인물 물색이 쉽지 않아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 숙제도 남아 있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가운데) 대표와 김성태(왼쪽)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침통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가운데) 대표와 김성태(왼쪽)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침통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보수 야당들의 대패로 마무리됐다. 이제 야당발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당 대표 사퇴를 예고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정계은퇴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앞으로 낡은 인물들은 물러가고 새로운 인물이 보수 야당의 주인이 돼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향후 정국은 더욱 혼란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들은 살아남기 위한 정계개편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금의 정당 구조가 앞으로 몇 개월 후에는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정국은 안개 속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8월 전당대회가 예고된 민주당은 당권을 쥐기 위해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당 지도부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틀어쥐는 지도부이기 때문에 친문과 비문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되면서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는 비문 인사들에 대한 견제가 늘어나면서 전대를 기점으로 당권을 장악하려는 비문 인사들에 대해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에 친문 인사들은 이해찬 전 총리나 최재성 서울 송파을 재보선 당선인 등을 당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벌써부터 형성되고 있다. 당권에 도전할 비문 인사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친문 지지층의 견제가 벌써부터 시작되면서 8월 민주당 전대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 등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 등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고민 빠진 야당들

반면 야당들은 벌써부터 고민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사퇴를 예고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김성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이 직면한 문제는 홍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부 중진 인사들이 정계은퇴를 하거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현재 4선급 의원들은 아예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는 식의 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하면 결국 보수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보수의 재편은 단순히 자유한국당과 다른 야당이 보수대통합을 하는 등의 재편이 아니라 지금의 보수 정당을 지탱하는 인사들이 대거 정계은퇴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보수 야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 중진들 중 일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뜨겁다. 문제는 그 희생 결단을 자유한국당 중진들이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 사태를 겪었을 때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선택한 돌파구는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었다. 그 첫번째 영입인사가 표창원 현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후 표 의원을 필두로 많은 새로운 인물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들어왔고, 그 사람들은 현재 민주당을 지탱하는 인물이 됐다.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진 인사들의 용퇴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당분간 중진 인사의 용퇴 문제로 상당히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낡은 이미지’ 인사들의 운명

이 같은 상황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지선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밀린 3위를 기록하며 정계은퇴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중진 인사들이 깨끗하게 물러나게 되면 그 빈자리는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게 되고, 이로 인해 보수 야당들이 새로이 거듭나게 된다. 따라서 보수 야당들에게 있어 앞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중진 인사들의 용퇴 문제다.

보수 야당들에게 필요한 또 다른 변화는 ‘수구 냉전 논리’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는 현재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맺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야당들은 아직도 과거 수구 냉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지선에서 유권자들이 보수야당으로부터 등 돌리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때문에 보수 야당들은 수구 냉전 논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중도 보수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이번 지선에서 보수 야당들이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다당제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거대 공룡 정당을 상대하기에는 현재의 보수 야당들로는 벅차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이번 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사실상 정계개편 주도권을 누가 쥔다고 얘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수가 하나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상대로 보수 야당들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 야당들의 미래는

보수 야당들이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얼마나 뒷받침해주느냐는 것이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유는 야당들이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지 말고 협조를 하라는 심판의 의미도 포함된다. 때문에 앞으로 야당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목 잡는 행동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과연 정체성까지 포기해가면서 문재인 정부에 협조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보수 야당들은 그 정체성을 살리면서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관계 설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당분간 야당들의 힘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이 보수 야당들의 정계개편 때문에 늦어진다면 유권자들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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