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6월은 5월 못지않게 역사적인 사건이 많은 달이다. 일제강점기때 대규모 독립운동이었던 6.10 만세운동,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와 이한열 열사의 직격탄에 의한 사망으로부터 시작된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서 심지어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첫 승과 4강 진출을 이루었던 2002 월드컵도 2002년 6월에 치러졌다. 그런데 2018년 6월. 또 다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의 만남과 합의문 조인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우리 역사와 세계사에 주는 의미가 크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과 이로 인한 휴전 상태의 종료로 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우리나라는 65년 동안 분단 상태, 그리고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전쟁의 위협에 있었다. 전쟁의 위협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로 인해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 분단으로 인해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해 투자하기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울러 세계사적으로도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 지역이 화해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 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래의 갈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상황의 타계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승만이 휴전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의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북미협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한반도 문제 해결과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위한 소위 “운전자론”의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재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과 여기에서 도출된 합의문에 대하여 많은 논평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완전한 핵폐기”라는 용어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라는 용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번 만남과 합의문 도출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만남 자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이번이 완전한 대립 상태의 해결이 아닌 이것을 논의하기 위한 원칙을 정하는 자리였다고 반론한다.

이러한 논란 자체에 많은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의미는 바로 북한과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은 수 십 년에 걸쳐서 반목과 대립을 이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개인이 하루만 싸워도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어색함을 극복해야 된다. 하물며 3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전쟁을 치렀고, 그 이후로도 시시때때로 대립과 갈등을 이어왔으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로 서로를 위협한 사이인데 이것이 한 번에 풀릴 리가 있는가? 특히 국내의 반발의 경우에는 CVID는 핑계이고, 실제로는 한국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적개심과 분노가 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번에 평화협정을 맺거나 수교를 하고, 교류를 하면 오히려 이것이 더 큰 갈등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의 만남,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로부터의 위협을 받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고, 이 핵무기를 통해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을 원하고 있다. 핵무기를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폐기할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은 어떻게 약속할지 등 합의할 사항도 많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북한에서 핵무기를 모두 없애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았다고 치자. 그 다음에도 해결할 문제는 많다. 한반도의 평화 체제가 구축되었을 때 역시 수십년간 반복해 왔던 남북한이 화해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통일된 한반도의 이권을 놓고 강대국들이 소위 “숟가락 얹기”를 시도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중국-러시아가 직접 무기를 맞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도 동북아시아 안전을 위해 통일된 한반도는 운전자 역할과 평화지대의 역할을 수행해야 될 텐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우리 역사 속에서 많이 드러났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그리고 미래(未來)란 오지 않은 앞날을 뜻한다.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지금 닥친 과제들을 풀어가면서 해결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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