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넘어
이주민, ‘범죄자·가난’ 등 편견에 노출
전문가 “함께 사는 ‘이웃’으로 인정해야”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제1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된 제11회 다문화한가족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자국의 전통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제1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된 제11회 다문화한가족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자국의 전통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인종차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아프리칸·라틴 아메리칸·아시안 등을 차별하는 백인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임금체불, 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국사람 일자리도 없는데 외국인이 와서 일자리 다 뺏는다’는 등의 차별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4만9441명이다. 이 중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주계 국적 인구는 177만8486명, 미국·캐나다 등 북미주계 16만6329명, 러시아·영국·프랑스 등 유럽주계 6만3770명,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주계 1만8967명, 이집트·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주계 1만6073명, 브라질·멕시코·페루 등 남미주계 5543명, 무국적·국제연합 등 기타 273명이다.

한국에는 이처럼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변하지 않고 있다. 흔히 ‘백인’이라고 말하는 코카서스인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면 그 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계 흑인, 아시아인들에 대해서는 폄하하거나 멸시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동포-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6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공동대책위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사 측에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중단 및 해외배급 중지와 사과문 게재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동포-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6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공동대책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사 측에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중단 및 해외배급 중지와 사과문 게재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민은 위험하다’는 편견

외국인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편견도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이 2016년 수도권 거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항목에 10.0%(50명)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48.0%(240명)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또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증가는 범죄율을 높일 것’이라는 항목에는 17.2%(86%)명이 ‘매우 그렇다’, 57.8%(289명)가 ‘대체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범죄는 대부분 불법체류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항목에는 ‘매우 그렇다’ 18.2%(91명), ‘대체로 그렇다’ 58.0%(290명)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CCJS 최영신 선임연구위원은 조사 보고서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위험하고,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범죄율은 높으며 외국인 범죄는 대부분 미등록이주민(불법체류자)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이주민에 대한 불안감은 흔히 접하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청년경찰>과 <범죄도시>는 조선족 동포를 악당으로 묘사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안산이주민센터 김문정 총무국장은 “문화, 언어, 외모 등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것들이 편견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민족’,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한국 문화 때문에 다른 문화와 섞여 사는 것에 서툴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서양문화는 선호하면서도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들의 문화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산이주민센터가 있는 단원구 원곡동은 ‘다문화특구’로, 주민의 70%가 이주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주민이 많아 ‘위험한 동네’라고 알려졌으나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이주민들은 체류자격 문제, 본국 추방 등을 우려해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더 조심한다. 외국인이 더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015년 11월 30일 울산인권운동연대, 노동당 울산시당 등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정당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5년 11월 30일 울산인권운동연대, 노동당 울산시당 등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정당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차별·선입견 안고 살아가는 이주민

범죄에 대한 시선 외에도 이주민들은 가난하고 불우하다는 편견을 안고 살아간다.

이주노동자들이 가난하다는 편견은 그들의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통계청의 2016년 외국인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별 외국인 취업자 현황은 광업 및 제조업 43만 7000명,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19만명, 사업·개인 공공서비스 18만 7000명, 건설업 8만 5000명, 농림어업 4만 9000명이다. 이주민들이 일하는 곳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꺼리는 공장이나 농장, 음식점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민 A(32)씨는 “딸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너희 나라로 가’, ‘너희 집 가난하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엄마 때문에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총무국장은 “분명 이주민 중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오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파독 간호사·광부, 사우디 파견 건설노동자, 미국 이민자들 모두 경제적 이유로 외국에 가지 않았나. 자국에서 잘 살고 만족하는데 굳이 타국에서 살 이유는 없지 않겠나. 경제적 이유로 타국에 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사무국장은 “이주민을 특정한 존재로 규정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착한’ 이주민, ‘나쁜’ 이주민 등 타자의 존재를 계속 규정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주민을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 안에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난한 사람, 부자인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이주민을 규정하고 설명하려는 것이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1월 2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회의실에서 열린 귀화자 국적증서 전달식에서 귀화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1년 1월 2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회의실에서 열린 귀화자 국적증서 전달식에서 귀화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국적 취득에도 ‘이방인’ 취급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에게 ‘한국인 다 됐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교묘한 차별이다. 한국 문화를 ‘기본값’으로 상정하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말을 듣는 이주민에 대해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선을 긋는 말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귀화자 수는 10만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주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갑자기 외국인을 접하게 된다.

한국은 ‘단일민족의식’이 강한 나라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만 자신들이 인종을 차별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은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 수를 1만 86명으로 집계했다. 또 해마다 만 명 이상이 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귀화인들은 한국 국적임에도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귀화를 신청한 미얀마 국적 B씨는 “법적으로는 한국 국적을 얻어도 한국인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서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주민·귀화 한국인을 함께 사는 이웃이 아닌 ‘외부의 존재’로 규정하고 그들에 대해 쉽게 혐오발언을 내뱉으며 ‘나의 이웃’, ‘나의 국가’, ‘나의 동네’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주민들은 이미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의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을 대하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