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해체 등 혁신안 내놓은 김성태
‘김성태 사퇴하라’…당내 불만 높아져
21일 의총에서 혁신안 강행할 듯
반대파, 고민 점차 깊어지는 상황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권한대행이 내놓은 혁신안의 운명이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중앙당 해체를 주요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일부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때문에 21일 열리는 의총에서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김 권한대행을 사퇴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은 갈 길을 잃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중앙당 해체 및 당명 교체,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위기 때마다 비대위 체제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당의 개혁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동안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약했고, 계파에 휘둘리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홍준표 당시 대표가 사퇴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개혁을 이뤄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이외의 다른 비대위원장들은 저마다 포부는 좋았지만 실제로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때문에 김 권한대행이 혁신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태의 도박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김 권한대행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대상자가 수습 방안을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김 권한대행의 즉각 퇴진과 중진들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 권한대행이 원내대표 직위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당권 농단에 공동 책임 있는 인사,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로 보수분열에 주도적인 책임이 있는 인사, 친박 권력에 기댄 당내 전횡으로 민심 이반에 책임이 있는 인사, 박근혜 정부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사 등에 대해 정풍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직 사퇴,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및 수석부위원장단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권한대행의 사퇴 및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잿밥에 눈이 어두워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민심은 뒷전이라며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은 330만 당원의 의사를 무시한 독단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해 모든 권한을 일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사퇴 요구 직면한 김성태

이처럼 당 안팎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김 권한대행의 사퇴 요구가 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들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친박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자인 김 권한대행이 당 혁신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복당파는 김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싸운다는 것은 당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권한대행이 과감하게 혁신안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무성 배후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자신은 당권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기 위해 김성태 권한대행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은 당내 계파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권한대행은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자신의 구상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김 권한대행은 자신의 혁신안 진행이 지지부진할 경우 혁신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누군가는 혁신을 해야 하고 거기에 저항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권한대행은 저항에 부딪히는 한이 있더라도 혁신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항하는 쪽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권한대행의 자격론을 꺼내 들었지만 자칫하면 혁신을 거부하는 수구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기 때문에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대파는 계속해서 김 권한대행의 자격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격론을 꺼내든 반대파도 박근혜 정부 시절 탄핵에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김성태의 돌파구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이 진통 끝에 통과될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저항한다고 해도 결국 혁신 자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국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혁신은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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