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쇼미 더 스타크래프트’ 이성원 작가
파급력·접근성 막강한 스타, 쉽게 설명하기 가장 좋은 도구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한 한국, 대결적 패러다임 벗어나야
北에게 핵은 강력한 ‘디파일러’…그러나 ‘엘리전’ 막을 수는 없어
북미대화, 강력한 유닛도 우리 편 되면 걱정 없다는 발상의 전환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한때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한국을 지배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인의 민속놀이’라고까지 불리던 스타는 때마침 퍼지기 시작한 PC방 붐을 타고 오랜 시간동안 ‘게임의 대명사’가 됐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PC게임인 스타를 통해 군사전략과 경제·경영, 정치와 외교, 4차산업혁명과 종교, 진화까지 풀어낸 책 ‘쇼미 더 스타크래프트’를 쓴 이성원 작가는 스타의 막강한 파급력과 접근성이야말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학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정치외교와 군사안보를 전공하고 현재 통일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관인 그는 그간 한국사회가 대결의 패러다임 속에 갇혀왔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도 그간의 방식을 뛰어넘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끈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본지는 이 작가를 만나 스타를 통해 풀어내는 정치와 외교, 북핵 문제와 통일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구가 세종대 AI ‘MJ봇’과 대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구가 세종대 AI ‘MJ봇’과 대결하고 있다. ⓒ뉴시스

파급력·접근성 강한 스타로 본 각종 이슈

Q. 스타를 이용해 군사전략은 물론, 경제와 경영, 정치와 외교, 4차산업혁명, 종교, 진화까지 다양한 부분을 풀어냈다. 스타를 도구로써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스타는 1970년생~95년생까지 거의 두 세대를 관통하는 게임이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 게임이다. 그래서 스포츠, 음악, 영화 등과 맞먹는 파급력과 접근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내기 가장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봤고, 이 게임을 즐긴 한사람이자 대표 세대로써 재밌게 책을 쓸 자신이 있었다. 또한 스타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때문에 게임 속에 군사전략은 당연히 녹아있고, 자원과 병력의 밸런스를 위한 경제논리와 경영법. 다른 플레이어와의 연계에 필요한 각종 정치외교 이론을 쉽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4차산업혁명, 종교, 진화 같은 경우에는 심오한 얘기들이 많은 스타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싶어 보너스장으로 넣었다.

Q. 스타를 도구로 각종 이슈를 풀어내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은 스타를 통해 배운 현실세계 전략과 이론을 풀어내는 책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군사전략, 경제경영, 정치외교 등에 대해 공부한 바를 스타를 통해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따라서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스타 속에서 적절한 비유를 찾지 못해 버린 내용도 많다. 또 군사전략이나 정치외교는 내 전공분야기 때문에 쓰기 좀 편했지만, 경제경영이나 종교, 진화 같은 경우는 새로운 분야라 공부하는데 다소 애를 먹었다. 진화 같은 경우는 책에 8페이지가 실렸는데 이 8페이지 쓰는 데만 기초적 생물학, 유전학 등 생물학 관련 서적을 10권 정도 읽어야 했다. 물론 그런 서적들을 읽으면서도 저 자신도 공부가 돼서 좋았다.

Q. 내용 중 4장 ‘정치·외교’ 부분이 눈에 띈다. 어떤 아이디어가 이 장의 계기가 됐는지

4장은 원래 초고에는 없었다. 특히 현직 공무원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 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전공분야다 보니 쓸 얘기가 너무 많아 넣었다. 가령 모든 플레이어가 똑같이 일꾼 4마리로 시작하는데 왜 누군 이기고, 다른 누군가는 지는가라는 물음에서 남북 간의 국력격차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이념경쟁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 2:2로 게임을 하다가 같은 편이 동맹을 풀고 공격하는 바람에 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통해서는 동맹의 정의와 현재 동북아 정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Q.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스타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프로토스는 저그를 상대로 투 게이트(초반에 게이트웨이-지상 유닛을 뽑을 수 있는 시설-를 연달아 지어 저그의 물량에 맞서는 전략)를 가는 게 상식이자 그 당시 패러다임이었다. 그런데 강민이란 선수가 포톤캐논 방어를 통해 멀티기지부터 먹는 운영형 프로토스를 들고 나왔다. 그 이후에 프로토스의 대저그전 패러다임은 운영형 프로토스로 바뀌었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점진적으로 차곡차곡 쌓여 이뤄지는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갑자기 일어난다는 게 이 개념을 처음 언급한 토마스 쿤의 얘기다. 현실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동안 대결이란 패러다임에 갇혀 지내왔다. 여 대 야, 좌 대 우, 남 대 여, 국가 대 민족, 성장 대 분대, 친미 대 친중 등 수많은 대결적 패러다임이 우리 정치사회를 지배해왔다고 본다. 또 그걸 우리가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튀어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4차산업혁명으로 우리가 지금동안 상식이라 생각했던 임금과 노동체제, 경제구조가 한순간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정반합이라는 성장 대 분배의 이분법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제는 제3의 길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

Q. 책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6자를 두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프로토스, 중국과 러시아는 저그, 북한은 테란 등 스타에 등장하는 각 진영에 비유했다. 이처럼 구분한 이유는

G20에 속하는 선진국들은 다 공통점이 있다. 노동력이 비싸며 발전된 기술을 갖고 있는 산업이 우수한 나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점이 프로토스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스타 스토리를 보면 프로토스의 사회는 계급사회이면서도 콘클라베 등의 투표방식이 있는 등 민주적인 사회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프로토스와 정치체제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저그는 하나의 수령인 오버마인드가 있고, 나머지 유닛들은 모두 그 수령의 영도에 따라 움직이는 전체주의적 사회다. 일사분란하게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스토리도 있다는 점에서 저그를 중국, 러시아, 북한에 비유하려 했다. 그러나 책에서 북한을 굳이 테란에 비교한 건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핵을 사용하는 테란을 통해 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초고에는 북한을 저그로, 핵은 디파일러에 비유했다. 또 과거 소련이나 중국이나 원래 공산주의이지 않았나. 공산주의는 크게 3가지의 혁명과정을 갖는데 그 궁극적 목표는 전 세계를 공산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목표가 저그의 승리목표인 크립(저그가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지형)으로 맵의 모든 부분을 뒤덮는 것이란 부분과 맞는다고 생각해 저그는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많이 비유했다.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패러다임의 전환’이 끌어낸 북미 대화

Q. 현재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두고 남북미 등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스타로 풀어준다면

북한에게 핵은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디파일러(고급 지상 마법 유닛)다. 다크 스웜(일정 범위 내 아군 유닛을 보호하는 기술)을 통해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지켜줄 수 있고, 플레이그(일정 시간 동안 적 유닛의 체력을 지속적으로 깎는 기술)를 통해 적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으며, 테란에게 값비싼 유닛인 사이언스 베슬(고급 공중 마법 유닛)을 뽑도록 강요하는 협상수단이기도 하다. 즉, 방어, 억제, 협상이라는 3가지를 모두 채워줄 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다. 그러나 아무리 디파일러가 많아도 테란이 강력한 배틀크루저(고급 공중 유닛)를 다수 끌고 와 피해를 감수하고 건물만 부수면 저그는 엘리(elimination의 준말, 상대 건물을 모두 파괴하는 승리법)당해 패한다. 즉, 북한도 이를 알고, 미국도 피해를 입기 싫기에 그 미묘한 평형상태가 지속됐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풀 수 있나

최근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혹자는 마치 비핵화가 이뤄진 거처럼 환호하는데 내가 볼 때는 한심한 생각이다. 북한이 핵을 틀어쥔 이유는 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반대로 얘기하면 핵이 없으면 정권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거다. 결국 북미의 이 같은 레토릭은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냐,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냐의 싸움이다. 그런데 비핵화는 완전한 검증이 불가능하고, 안전보장은 완전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풀려고 한국과 동맹을 맺고 북한의 GG(Good game의 약자로, 패배를 인정하고 게임을 포기할 때 사용하는 용어)를 받으려 한 적도 있고, 전략적 인내라는 견지 하에서 최대한 인내를 보인 적도 있다. 그러다 트럼프 정부 들어 제재와 봉쇄로 노선을 수정했고, 그럼에도 문제가 안 풀리니까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 경쟁이라는 더 큰 체스판에서 관조하면서 북한을 잘 구슬려 동맹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노력을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본다. 즉, 디파일러든 그 어떤 강력한 유닛이든, 우리 편이 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관련 논의는 그런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Q. 그동안의 북핵 문제 해결 시도가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죄수의 딜레마 때문이라 본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이라는 답 없는 문제를 풀기에는 미북 양측의 신뢰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윈-윈하는 우월한 전략이 아니고, 루즈-루즈하는 내시 평형(Nash equilibrium)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가장 교과서적인 답변이겠다. 하지만 저는 ‘왜 해결 못했느냐’는 물음에 대해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느냐’로 생각을 바꿔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모든 당사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상황, 즉 최적의 균형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Q. 최적의 균형일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인가

예를 들어 북한의 1~2차 핵실험은 2006년 UFG훈련, 2009년 독수리훈련 후에 있었다. 3~4차 핵실험은 2013년과 2016년 독수리 훈련 전에, 5~6차는 2016년과 2017년 UFG 직후였다.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진행된 1~2차 핵실험까지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훈련을 마치고 물러간 뒤에 실시했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 때인 3~6차 실험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하기 직전에 진행했다. 로우키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1~2차 핵실험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 시기의 핵실험은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배짱을 부려 고의적으로 위협을 초대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 시기는 대내적인 결속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부러 핵실험을 터뜨리면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전략자산들이 전개되고, 미국도 더 큰 위협을 하기 때문에 그걸 대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의 상관관계에서 김정일 위원장 시기인 1~2차 핵실험과 김정은 위원장 시기인 3~6차 핵실험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실험의 성격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에게는 핵보유로 인해 들어오는 외부의 압박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고마운 외력이었을 수도 있다.

Q.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에는 어떤 균형점이 있었나

미국의 경우에는 북한이 핵을 개발해도 이를 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으면 직접적인 위협이 안 된다.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ICBM 개발 이전까지는 북한의 비핵화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테러 세력으로의 핵 확산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NPT(핵확산금지조약)만 강조했다고 본다. 게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이를 빌미로 미국 전략자산과 첨단무기들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할 수 있어 오히려 북핵은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구실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이처럼 북미의 셈법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해석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그러다가 북한이 대내결속을 끝내고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의 셈법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북은 어떻게 보면 핵을 공세적으로 사용하고자 했고, 이 판단은 얼마 전 미북정상회담을 보면 알겠지만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이성원 작가 ⓒ투데이신문

자원 떨어진 韓…통일은 가장 확실한 활로

Q. 한국을 자원이 말라가는 프로토스에 비유했다. 이와 관련해 멀티기지로서의 북한을 언급하며 통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멀티기지’라는 표현이 마치 우리가 북한을 식민통치한다는 뉘앙스가 들 수도 있는데 문맥상 활로 정도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게임을 통해 얘기하려다보니 이렇게 표현하게 됐다. ‘자원이 떨어진 프로토스’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원래부터 우리는 자원이 없었다. 북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지정학적으로 오히려 강제로 합병해봤자 손해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부터 초강대국인 중국과 국경을 맞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들을 봤을 때는 확실한 건 준비가 안 된 통일은 재앙이라 생각한다. 어설프게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기껏 지금까지 쌓아왔던 국부도 한순간에 날아 갈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준비된 통일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Q. 보다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한국은 지금 자원은 그래도 미네랄과 가스(스타에 나오는 자원)는 많이 쌓여있는데 새로 채굴할 자원은 말라가는 등 다음 세대가 먹고살아갈 동력을 잃어간다고 볼 수 있다. 또 돈이 있어도 뭘 뽑아내고, 테크(보다 고급 유닛을 생산하기 위해 올려야 하는 기술)를 올리거나, 유닛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전장이 없다는 게 우리 기업들의 제일 큰 문제다. 테크와 관련해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일본은 계속해서 달아나고, 중국은 뒤따라오는 형국을 타개할 방법은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기폭제가 통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다 생각한다.

Q. 앞으로도 스타를 도구로 풀어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스타를 통해 풀진 않겠지만, 스타를 통해 갖게 된 궁금증을 다음 책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스타에도 여러 유닛들이 쓰는 수십가지 무기가 나온다. 무기체계에 관심이 많아 무기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살펴보는 책을 쓰려한다. 무기의 발전사를 통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다는 일정한 공식을 도출해 그걸 바탕으로 무기의 미래에 대해 점쳐보고, 그 미래의 무기들이 가져올 지정학적 함의에 대해 쓰고자 한다. 또한 어떤 무기들은 왜 도태하게 됐고, 왜 새로 생겨났으며,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무기들은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지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장도 생각하고 있다. 또 효율 대 효과라는 무기의 경제학도 들어갈 예정이다.

Q. 이 구상의 착안점은 무엇이었나

예를 들면 레일건(전기의 힘을 이용해 탄환을 가속·발사하는 무기)이 실용화되면 현재 미사일의 타격 능력을 대체할 수 있을 수 있고, 레이저무기 같은 경우도 미사일 방어능력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럼 미사일은 공격과 방어의 역할 모두를 레일건과 레이저 등에 내주게 된다. 결국 미사일이 사라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착안했냐면 테란의 모든 유닛들이 총 아니면 미사일을 사용한다. 프로토스는 스카웃(공중 유닛)만 미사일을 쓴다. 왜 우리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지적외계인인 프로토스는 미사일을 안 쏠까, 그게 단지 우연일까라고 생각했다. 또 SF영화인 스타트랙, 스타워즈만 보더라도 다 레이저를 쏘지, 미사일은 거의 안 나온다. 그게 전혀 근거 없는 설정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왜 그런지를 체계적으로 역사를 통해 선을 그리면서 얘기하고 싶다.

Q. 끝으로 스타는 저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20년 동안 즐겨온 게임일 뿐이다(웃음). 소위 아재들은 스타라는 공통 관심사는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나 같은 소수 매니아들은 스타의 전성기에 대한 추억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배틀그라운드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들이 지배하고 있는 현재 게임 생태계에서 스타라는 게임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게임의 클래식이 될 것이라 믿고, 또 그러길 바라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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