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지지율서 바른미래·평화 제친 정의당
신지예·고은영 선전에 인지도 높힌 녹색당
선거구도서 어부지리 얻은 측면 있어
사표심리 사라진 2020년 총선이 기회

정의당 이정미(가운데)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이정미(가운데)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대통령이 추진하는 평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표 쏠림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고군분투해야 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한 뼘 성장했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

“목표했던 당선자를 낸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원들의 선거경험을 늘리고 대중적인 정치인을 만든다는 목표는 일정 정도 달성됐다고 생각한다.” - 녹색당 논평

6.13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과 녹색당은 이번 지선에서의 성과를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지선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등 진보정당은 선전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 비해 2배가 넘는 당선자를 배출했고, 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은 3위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녹색당도 서울시장과 제주지사에 도전장을 낸 신지예, 고은영 후보의 선전에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의·녹색의 약진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이번 지선 결과에 대해 자유한국당 심판이라는 나름의 목표를 달성했다며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도약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정의당은 이번 지선에서 광역·기초단체장에서는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광역·기초의회에서는 약진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9%대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제치고 제3당에 올랐다. 당초 목표했던 두 자릿수 정당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였다는 평이다.

아울러 지난 2014년 지선에서 기초의원 11명을 배출했던 것에 반해, 이번 지선에서는 광역의원 11명(비례 10명), 기초의원 26명(비례 9명) 등 총 37명을 배출해낸 점도 고무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4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지지율은 이번에 9%대를 기록했다”며 “목표했던 두 자릿수 지지율에는 아깝게 미치지 못했지만, 양당독점체제를 견제하는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60년 양당체제의 한축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심판을 받았다”며 “이제 자유한국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소신을 미뤄야 하는 대결 정치도 끝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계기로,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그 투표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상식적 정치가 자리 잡혀 나가야 한다”며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2020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제1야당을 교체하고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외 진보정당인 녹색당도 이번 지선의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비록 당선자는 내지 못했지만, 서울시장에 출마한 신지예 후보가 정의당 김종민 후보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으며, 제주지사에 도전장을 낸 고은영 후보는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를 꺾고 3위에 오르는 등 선전을 펼치면서 당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녹색당은 이번 지선과 관련해 14일 논평을 통해 녹색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을 내놨다.

이어 “녹색당 다운 선거가 무엇인지,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꿈꾸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떤 건지, 함께 토론하고 상상하는 시간이었다”며 “안타깝게도 당선자는 없지만 녹색정치의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열악한 조건에도 정의당 후보를 앞질렀고, 고은영 제주도지사 후보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를 따돌리고 3위를 기록했다”며 “기초의회 지역구 후보 출마자들은 당선되진 못했지만 당선권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얻어서 녹색정치의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목표했던 당선자를 낸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원들의 선거경험을 늘리고 대중적인 정치인을 만든다는 목표는 일정 정도 달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선거평가를 통해 이 경험들이 다음 선거로 이어지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 ⓒ뉴시스
왼쪽부터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 ⓒ뉴시스

의미 있는 성과…그러나 한계도

이 같은 진보정당의 6.13 지선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 대안정당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우선 진보정당들의 성과는 오랫동안 힘들게 당을 지켜오고 진보가치를 고수해온 것에 대한 민심이 일부 반영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부분도 있다”며 “다만 지선은 지역일꾼을 뽑는 의미가 있다. 때문에 지역에서의 승리가 거의 없는 게 한계”라고 평가했다.

또한 “제주나 서울처럼 선거구도측면에서 진보정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측면도 있다”며 “진보정당들이 너무 많고 차별성이 부족한 부분이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고 부연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지선에서 진보정당이 성공을 거뒀다고 하기보다는 사실상 대안정당으로서 그만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정의당, 민중당 등 원내 진보정당이 당적 기반을 보다 덜 갖춘 녹색당 신지예 후보에 밀렸다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한테는 진보정당이 대안정당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지선에서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광역의원이나 비례기초의원에서 진보정당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건 적폐세력과 끊어내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은 민주당을, 오히려 비례는 민주당보다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정당에 대해 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유권자들이 정의당이나 민중당 등 진보정당을 민주당처럼 생각하지 않는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결국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정의당은 아직까지 전체적인 선거전략에서 언더독 효과(약자를 응원하는 현상), 동정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례와 정당투표를 강조하는 건 권력을 쥐겠다는 게 아니라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진보정당이 언제 권력을 쟁취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2020년 총선, 진보정당에겐 결정적 기회”

한편 전문가들은 진보정당의 미래와 관련해 오는 2020년 총선을 주목했다. 진보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는 것이다.

최요한 평론가는 2년 뒤 총선이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다른 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간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보수정당으로 인해 진보정당을 찍으면 민주당의 표가 분산돼 되려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사표심리로 인해 진보정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다음 총선까지 보수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현재 상황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진보정당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내다봤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몰락하면서 유권자들이 소신투표할 여지가 만들어져 진보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며 “민주당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찬스가 만들어진 이때 진보정당이 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를 위해 진보정당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이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이어 2018년 지선에서도 크게 승리하면서 세대교체나 신진인물 영입을 게을리하는 것 같다. 또 86세대 중심의 기득권 주류 이익을 대변하는 등 변화를 오히려 두려워하는 모습도 일부 보이는 것 같다”며 “이런 면에서 앞으로 진보정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는 진보정당이 보다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기득권화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부분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고 정책이나 이념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야 한다”며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 몸집은 필요하다. 비슷한 당끼리 합당이나 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 등 몸집 불리기를 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선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등 진보정당은 여당의 압승 속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한계도 드러냈다.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정의당, 원내진입을 목표로 하는 녹색당이 지적된 한계를 넘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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