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vs. 친박계 싸움, 결국 분열의 길로
계파 싸움으로 끝난 의원총회, 답은 없는 상황
김성태, 끝까지 고수…친박, 집단행동 의지 보여
비박계 지도부-친박계 지도부로 나뉠 수도
서로 눈치 보다 결국 근본 치유 없이 덮나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지난 21일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의총은 결국 계파 싸움으로 끝났다. 김 권한대행은 ‘지긋지긋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자신은 당 대표 권한대행직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계는 계속해서 김 권한대행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에 2개의 지도부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자유한국당의 분열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을 보면 과연 진정성을 갖고 사과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감이 크다. 박성중 의원의 ‘목을 친다’는 메모가 발단이 되면서 계파 갈등이 불붙었다. 이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탈당했지만 지난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계파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

김성태 권한대행은 그다음 날인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긋지긋하다”면서 ‘친박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고 친박계를 저격했다. 하지만 김 권한대행의 사퇴와 함께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공개 요구하는 친박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친박계가 김 권한대행의 사퇴와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이유는 김 권한대행이 중앙당 해체와 혁신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혁신 비대위를 꾸리게 될 경우 외부 인사를 영입하게 되고, 이들의 역할은 인적 쇄신을 강행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당내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청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 비대위가 꾸려지면 인적 쇄신의 첫 번째 대상은 친박계가 된다. 때문에 혁신 비대위가 구성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친박계의 입장이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혁신 비대위보다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를 꾸리는 쪽이 유리하다. 친박계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내면서 세력을 구축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친박연대 등을 통해 세력을 유지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진박 공천 등으로 세력을 공고화했다.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지도부를 구성하면 친박은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지난 2016년 공천 과정에서 대거 밀려나면서 그 뿌리가 약화됐다. 따라서 당장 전당대회를 치르면 친박계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비박계는 혁신 비대위를 통해 인적 청산을 이뤄낸 후,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쉽지 않은 인적청산

하지만 일각에서는 혁신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인적 청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비대위가 성공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1년 이외에는 없다. 즉, 외부 인사가 비대위로 들어와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때문에 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대위를 만든다고 해도 인적 쇄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인적 쇄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아직까지 김무성 의원과 유민봉 의원뿐이다. 이외에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권한대행은 절대 권한대행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혁신 비대위를 반드시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권한대행은 다음주 초 혁신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혁신 비대위에 대한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아울러 메모 논란의 박성중 의원에게는 윤리위에 제소해 논란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비박계는 김 권한대행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당이 좌초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박계 내부에서도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 발표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일단 당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시 갈등을 접고 김 권한대행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거세게 반발하며 권 권한대행에 대한 불신임 표결 의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친박계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들은 오는 25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친박계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에서 2개의 지도부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김 권한대행이 준비하는 혁신 비대위 지도부와 이에 반발하는 친박계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은 분열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실제로 과거 국민의당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내걸었던 안철수계 지도부와 호남계 지도부 등 2개의 지도부가 구성된 바 있다. 이후 통합파는 바른정당과 통합했고, 호남계는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며 갈라섰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에 2개의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당이 분당사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같은 분당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까지 가기에는 자유한국당의 자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2개의 지도부가 만들어지더라도 서로 ‘네가 나가라’면서 내부총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돌이표로 끝날 혁신

결국 자유한국당이 분열을 거듭하면서 제대로 쇄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물쩍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즉, 인적 청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도 없이 그냥 덮어버리는 수준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자유한국당에 더욱 실망하면서 등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힘들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계파 갈등이 그만큼 너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혁신은 외치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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