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참가자 현저히 줄어
개신교인 참가자 수 감소 원인
전문가 “소외된 노년층, 극우세력과 결합해 참여”
배제감·소외감 해소방안 마련위해 시민사회 나서야

지난해 3월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뉴시스
지난해 3월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1월, 당시 국회에서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반대하며 결성된 탄핵반대 집회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2월 초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후 태극기집회는 수많은 인원을 동원하며 탄핵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던 중 2017년 3월 정점에 이르렀다.

그 후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태극기집회’는 점차 그 세력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을 거쳐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이후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태극기집회 참가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주장을 이어오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일각에서는 ‘미친 사람’ 취급하며 사회에서 도태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갈등은 어떻게 봉합될 수 있을까.

세력 잃은 ‘태극기집회’

태극기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난해 대선을 기점으로 영향력을 잃기 시작했다. 점차 세력을 잃어가던 태극기집회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북관계가 개선되자 급속도로 축소되기 시작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10명 안팎의 인원만이 참여해 태극기집회의 축소를 실감케 했다.

집회 참가자 전용준(58·남)씨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회담이라는 쇼를 하고 있다. 20년 전에도 주사파 정부(김대중·노무현)에서 똑같은 짓을 했다. 김대중, 노무현이 자꾸 돈을 퍼다 줘서 핵개발을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블릿 PC 실소유주가 최순실이 아닌 신모씨라고 밝혀졌음에도 법원이 죄를 만들어 덤터기를 씌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5시 40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수호 집회’ 역시 1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 참여했다.

대한애국당 ‘천만인무죄석방본부’ 주최로 열리는 태극기집회는 매주 4000여명(이하 집회 측 추산)이 모인다. 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집회에는 매주 1200여명, ‘일파만파 애국자 총연합’ 집회에는 매주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지난해 3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집회에서 주최 측 추산 500만~800만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2017년 2월 8일 대구 중구 동아쇼핑앞에서 열린 '지키자!대한민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에서 서경석 목사(왼쪽)가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사유가 없다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2월 8일 대구 중구 동아쇼핑앞에서 열린 '지키자!대한민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에서 서경석 목사(왼쪽)가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사유가 없다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반공’과 ‘개신교’의 세력화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세대는 대부분 노년층이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아우르는 5070 세대로, 이들은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거쳐 반공주의 교육을 받았다. 또 ‘미국의 원조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무엇보다 이승만·박정희의 독재적 근대화가 자유민주주의의 동력이라 믿고 있는 세대다.

때문에 촛불집회에 나선 이들을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가장 주요한 프레임이었다. 이는 5070세대들이 전쟁을 겪으며 느꼈던 불안과 공포를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논문 <분단의 마음과 환대의 윤리: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과 탈북자를 중심으로>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은 반공, 친미, 반북이며 대통령 탄핵은 반미, 친북, 공산주의 도식으로 단순화해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전쟁과 산업화시기를 거쳐 온 이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북한으로 표상되는) 공산주의의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극기집회에 나선 이들 중 대다수는 보수 개신교인들이었다. 실제로 태극기집회에서는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목사들이 있으며 십자가를 들고 참가한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삼일절열린 태극기집회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은혜와진리교회 교인 수만명이 동원됐으며 지난 3월 1일에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은혜와진리교외 조용목 목사, 성복교회 이태희 목사 등 교계 보수성향의 목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태극기집회에는 노년층이 많은데 이들 중 한 부류는 연령층이 높고 학력이 낮은, 목사에 의해 동원된 신자들”이라며 “자원이 많은 일부 극우성향의 대형교회 목사들이 태극기집회에 후원하고 인력을 동원해 기독교 색깔이 많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됐다”며 “교회의 목사들이 교인들을 잘 동원하지 못하고 있고 목사들도 교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집회에 잘 나가지 못한다”며 “교회 내에 목사들의 극우성향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는데 촛불집회와 탄핵 이후 불만을 나타내는 신자들이 점차 늘어났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12일 충북 청주 상당공원에서 탄기국 주최로 열린 '3.10 반란 응징 충북도민 태극기집회'에서 노인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3월 12일 충북 청주 상당공원에서 탄기국 주최로 열린 '3.10 반란 응징 충북도민 태극기집회'에서 노인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소외된 노년층 극우세력과 결합

한편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계속해서 태극기를 들고 ‘반공’을 외치는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 주장을 하며 국민 대다수를 향해 ‘빨갱이 세력에 선동됐다’거나 ‘종북세력의 음모’라고 외치는 데 대한 반감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점차 사회와 분리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극우성향으로 인해 사회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극우 세력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반공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세대가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사회에 충분히 포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태극기집회에 참가하게 된다”며 “이미 소외된 노년층이 정치적 국면이나 세력에 의해 조직된 형태 중 하나가 태극기집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진보진영에서 이들을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방식으로 당장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들이 어떤 맥락에서 배제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됐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실장도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노인 중 상당수는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닌 사회복지의 부재로 참여한다고 본다”며 “그들은 하루 종일 아무도 자신과 얘기하는 이들이 없고 기초생활수급비나 노령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공감대를 나누고 위로를 받을 만한 자리를 찾아간 곳이 자신들이 교육받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전쟁 경험을 말할 수 있는 태극기집회라는 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이어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더 필요하고 노인에게 말을 걸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교체된 후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쓰는 이들로 인식돼 왔다. 이들에 대한 시민사회의 태도도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해도 되는 것 정도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세대와 이념갈등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촛불시민과 태극기집회의 대립이 막을 내려가는 상황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포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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