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 안종주
건강하려다 질병 노출되고 세균 잡으려다 사람 잡는 격
정부, 책임도 인정 않고 무관치도 않다는 어정쩡한 상태
안전기관, 중요한 것…“소통을 전제로 한 신뢰”
희생 되풀이 하는 것…선진사회 발목 잡는 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언제나 위험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생각해야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명확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생활주변제품에서도 모나자이트, 토륨 등 방사성물질이 첨가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활주변 제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지만, 어떤 제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위험에 노출돼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해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또 건강에 좋다는 믿음으로 수십 년간 사용했던 음이온의 대부분 제품에 발암물질인 모나자이트가 들어있다고 밝혀져 소비자들의 안전이 벼랑 끝에 서있는 실정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이자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장, 서울시 안전자문단장,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이며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종주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도사리는 위험의 실체를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1일 가습기살균제, 석면, 살충제 계란, 라돈침대 사태 등과 같은 위험증폭사회에서 안전한 삶을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환경보건 전문가, 안종주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회위원회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정부가 사기 상술에 속아 놀아난 셈

Q. 라돈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라돈은 방사성물질로 기체 형태다. 방사성물질은 인공방사성물질과 천연방사성물질로 나뉜다. 천연방사성물질로는 우라늄, 토륨 등 광물들이 있다. 이들의 입자가 붕괴가 되면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나온다. 그중 하나가 라돈이다. 라돈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폴로늄, 비스무스, 납 등 방사성물질들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알파, 베타, 감마선이 나온다. 호흡기나 음식물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내부 피폭을, 피부·장기·뼈를 뚫고 밖에서 들어오면 외부 피폭을 받는다. 이번 사태의 경우 라돈이 호흡기로 유입돼 내부 피폭을 받은거다. 체내에 들어간 라돈의 일부는 몸 밖으로 나오지만, 폐포 속에 들어가 반감에 반감을 거듭한다. 라돈 자체의 반감기는 짧지만, 반감에 의해 줄어든 다른 원자종의 반감기(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가 길 수 있어 상당히 오랫동안 문제가 된다. 많은 양의 라돈을 쬐면 급성 피폭되며, 만성적으로 오랫동안 쬐면 암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라돈의 경우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Q. 라돈은 기적의 물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라돈을 발견한 퀴리부인은 라돈 때문에 단명했다. 그 시절 라돈은 새로운 물질로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여기에 상술이 더해져 라돈이 몸에 좋다며 판매되기 시작했다. 잘못된 사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후에도 음이온 같은 비과학적인 것들이 대한민국에서 꽃을 피웠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병이 낫는다’며 자연주의 치료를 주장하는 ‘안아키’가 나오자 자연주의 치료자 10만명이 생긴 것과 같은 원리다. 정부가 사기 상술에 속아 음이온 특허와 환경인증마크를 내줬다. 음이온이 유행했을 때 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음이온 제품이 계속 만들어지지도, 라돈침대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퍼질 대로 퍼져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화강암이 발달된 우리나라는 다른 암석에 비해 라돈 배출 확률이 높은 화강암에 특성상 연간 피폭량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피폭량은 3미리시버트(mSv)로 전 세계에서 체코 다음으로 높다. 이번에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돼 피폭량이 1~13mSv까지 늘게 됐다.

시위중인 피해자들ⓒ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대진침대 피해 해결과 생활 방사능 대책마련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진침대 라돈 피해자 오염 회원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기업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라돈 사태

Q. 정부, 기업 모두 라돈의 위험성을 몰랐던 것인가. 

이번에 대진침대가 문제 된 이유는 모나자이트라는 광물 때문이다. 라돈은 모나자이트에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되면서 생긴다. 모나자이트는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수입 광물로 팔찌, 매트, 라텍스 등에 사용된다. 라텍스 자체는 천연성분이라 원래는 방사성 물질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90년대부터 음이온이 유행해, 모나자이트를 넣어 판매했다. 한국 사람들이 기능성 제품을 좋아한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모나자이트가 위험하다는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이하 생안법)에 따라 방사성광물을 수입하는 업체는 등록 후 신고하게 돼있다. 하지만 신고 후 어떻게 유통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는 법에 제대로 기록돼있지 않다. 세부 규정을 만드는데 소홀한 것이니 직무유기가 되는 셈이다.

원안위는 방사성광물을 사용한 제품에서 기준치인 1mSv이상 나오면 규제하고 그 이하가 나오면 내버려 뒀다. 그런데 침대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라돈 침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인정하게 된다면, 소송이 걸렸을 때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실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없지만, 무관하다는 말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Q. 정부의 조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원안위 스스로도 조사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안위는 라돈 침대를 구하기 어려워 초기 조사 진행이 힘들었다고 했다. 유괴·실종된 어린이를 찾기 어려우면 공개수사로 전환하듯, 홈페이지에 기재해 자료를 수집했어야 했다. 처음엔 피해를 축소하려 매트리스 속 커버만 조사해 라돈이 측정된 제품이 소수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모나자이트는 침대 커버와 스펀지 모두에 들어간다. 추후 원안위는 조사가 잘못 됐다며 더 많은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됐다고 정정했다. 처음에 한두 개 조사하고 이상이 없다고 하더니, 이후 문제가 있다고 번복하니 불신하게 된 것이다. 살충제 계란 조사 때도 비슷했다. 100개 중 1~2개 조사하고 이상 없다고 해놓곤 입장을 번복했다. 발표를 미루더라도 정확하게 조사했어야 했다.

정부 부처와 관료들은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싫어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민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그랬다고 하지만, 거꾸로 더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당진항에 매트리스를 가져다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매트리스를 분산해 보관했어야 했다. 큰 매트리스를 한 곳에 쌓아두니 공포가 배가 된 것이다. 이미 불안해하고 있는 당진항 주민에게 전문가들이 아무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비밀리에 처리장을 어디로 둘지 논의해 초래된 결과다. 정부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통이 전제된 신뢰다. 초기 조사결과를 번복해 신뢰를 잃은 원안위가 이번 당진항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Q.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 

애초에 사용하지 않아도 될 방사성물질을 사용해 잘못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초의 길목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최종 제품에서 1mSv기준 여부를 생활방사선과 직원 5명이 검사하고 관리하려다 보니 해결하기 힘든 거다. 모나자이트 등 방사성물질의 경우는 산업용이나 실험용으는 사용을 승인해줘도, 생활제품에 쓴다면 거부했어야 했다. 위험하고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팔아 문제가 됐다.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을 규제하지 않은 국가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정부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게도 책임을 전가해야 한다. 안전하지 않으면 팔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이 존립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균 잡고자 사람 잡는 격

Q. 전국 유치원 225곳에서도 라돈이 기준치 이상 측정됐다.

앞서 말했듯 대한민국은 화강암이 발달된 지형이라 라돈이 높게 측정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각, 석고 보드, 황토, 시멘트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원인 조사를 해야 처방할 수 있다. 하루빨리 전국 유치원을 조사해야 한다.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에 라돈이 누적된다. 때문에 겨울철에 라돈을 측정하면 여름철보다 높게 나온다. 환기가 그만큼 중요하다. 실내 라돈이 높게 측정되면 강제 배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Q. 라돈측정이 필요한 장소나 제품이 있다면.

장소로는 실내, 특히 1층이나 지하에서의 라돈 측정이 필요하다. 제품의 경우 음이온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음이온은 천연방사성물질이 붕괴되거나 폭포의 낙차, 전기적 분해를 통해 발생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음이온 제품의 90%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한다. 모나자이트를 생활건강용품, 의료용품, 욕실용품, 구강 위생용품, 안마기, 옷 등에 넣어 몸에 좋은 음이온이 발생된다고 광고하고 판매해왔다. 건강하려다 질병에 노출되고, 세균 잡으려다 사람도 잡는 격이다.   

당진항에 쌓여있는 매트리스를 바라보는 농민들 ⓒ뉴시스
당진항에 쌓여있는 매트리스를 바라보는 농민들 ⓒ뉴시스

노동자들 안전 우려

Q. 라돈침대 피해자와 노동자, 당진항 주민들이 2~3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과거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보호구 없이 작업했을 확률이 높다. 이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이며 고위험에 노출됐던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노동의 시간, 환경, 강도 등을 조사해야 한다.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추적해 방사성물질로 인해 암이 생겼을 경우 산재로 인정하는 등 보상이 필요하다. 매트리스를 수거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밀봉한 매트리스가 찢어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수거된 라돈침대가 당진항으로 보내진 이유는 현대제철에서 매트리스에 들어간 재료 등을 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폐기물의 양을 줄이려면, 먼저 수거된 매트리스를 해체해야 한다. 해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보호구, 특수 마스크, 보호안경 등을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연 라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안전이 보장되는지 걱정이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해외의 경우 일찍이 방사성물질이 의도적으로 첨가된 소비재를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토르말린 등 희토류 광물들은 액세서리로 많이 사용된다. 방사선이 나오는 제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방사능에 더 노출된다. 미국핵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모나자이트 등 희토류 광석이 들어간 음이온 액세서리 등 제품을 사용하지 말고, 취득 시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과거 가습기살균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가습기 세정제는 사용 가능하나, 살균제는 쓰지 말라는 가이드가 있었다. 

Q. 국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규제는 문제없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서 큰 사건을 겪으면 더 자세한 법을 만드는 경향이 있어, 미국의 ‘석면긴급재난대응법’보다 더 꼼꼼한 ‘석면안전관리법’을 만들었다. 법을 빠르게 제정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빠른 만큼 허점이 너무 많다. 생안법에 따라 오염물질을 등록·신고하게 돼있지만, 그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나자이트라는 물질 자체를 금지할 순 없으나, 생활제품은 금지하는 식으로 규제돼야 한다. 그래야 암환자에게 좋다며 방사성물질을 넣은 제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위원 안종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안일한 생각서 벗어나야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어

Q. 위험노출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정부는 뒤늦게 위험성을 인지하며, 기업은 사과 및 회수조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풍요롭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악영향들이 생기고 있다. 라돈에 대해 전반적인 정책 목표를 강하게 세워놓으면 비용은 많이 들지 몰라도, 10~30년 후의 미래에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석면사용이 당장은 줄어들었지만, 20~30년 후는 돼야 석면 피해자가 완전히 나오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안전에 관해 기업이 아닌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해 행동방안을 알려야 한다. 수많은 희생을 딛고서도 잘못을 되풀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고 선진사회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는 일이다. 

Q. 지금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려되는 위험이 있다면.

3차 흡연은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이라는 1, 2차 흡연보다 영향력은 적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갓난아이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발과 옷에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 가정과 비흡연자 가정을 비교했을 때, 흡연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질병이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Q. 이런 위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언제나 위험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시민 의식 자체가 이런 생각을 지향한다면,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에 입법·사법·행정이 함께 안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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