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김종필 전 총리가 지난 6월 23일에 사망해 지난 27일에 영결식이 엄수됐다. 향년(享年) 92세. 1926년에 출생해서 2018년에 사망한 김 전 총리는 해방, 한국전쟁, 4.19를 겪었으며 5.16 군사쿠데타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핵심적 인물이었다. 또 신군부 정권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 1987년 민중항쟁과 개헌에 따른 민주화, 문민정부, 10여년의 민주정권,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탄핵과 정권 교체 등을 모두 겪었다. 이것은 김종필이라는 인물이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이었다는 의미이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간에······.

김종필 전 총리의 사망 후 정부에서는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追敍)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논란을 낳았다. 훈장 추서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김종필이 5.16 쿠데타와 군사독재의 주범이며, 막대한 양의 재산을 부정 축재한 범법자이기 때문에, 훈장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인데, 이 쿠데타의 주범에게 어떻게 훈장을 줄 수 있냐는 주장이다. 반면 훈장 추서를 찬성하는 주장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역대 주요 요직을 거친 사람들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관례이며, 이 관례를 쉽게 깨뜨릴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군사독재 정권 기간 동안 경제 발전이 우리나라가 지금의 경제 수준으로 갈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였는데, 여기에 이바지했기 때문에 훈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는 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 훈장을 추서함으로서 소위 “보수”라고 일컬어지는 수구 세력들을 포용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입장이다. 

훈장 추서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쩌면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공과 과를 저울에 놓고 공이 무거우면 훈장을 주고, 과가 무거우면 주지 않았으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원칙”이고 “바른” 판단이었을 것이다. 

공과 과의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다. 쿠데타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행위라는 것은 이견이 없다. 이에 대하여 “어쩔 수 없는 구국의 판단”이라는 것은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들의 입장을 동어 반복하는 것. 그야말로 구차한 변명이다. 부정 축재의 경우 심지어 박정희와 김종필의 비호 아래 세력을 키웠던 신군부에 의해서 단죄된 사안이다.(물론 이것 역시 신군부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행된 것이지, 부정 축재자 처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군사정권의 경제 발전에의 이바지”는 현재까지 많은 자료들로 반박되고 있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경제발전은 군사정권 덕분이 아닌 우리의 부모, 조부모 세대의 희생 덕분”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저임금과 노동 착취를 감내하면서 자식들을 먹여살리고 가르치기 위해서 희생한 분들의 덕분이지, 쿠데타 세력 덕분에 현재의 경제 발전이 일어나진 않았다는 의미이다. 공에 대한 반론은 구차하고, 과에 대한 반론은 논란의 소지가 남아있다면, 공과 과 가운데 무엇이 더 무거운지 어부는 자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훈장 추서는 “원칙”을 “정치적 합리성”이 이긴 순간으로 평가될 것이다. “바른” 판단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그리고  바르진 않지만 “옳은” 판단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평가와 함께 필자는 이번 김종필 훈장 추서 논란의 이면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훈장의 떨어진 가치이다. 김종필에게 훈장이 추서된 가장 큰 이유는 “전직 총리”이기 때문이다. 요직을 거친 사람들에게 관행적으로 훈장을 주다보니, 훈장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심지어 현재 감옥에 있는 이명박이나 사법 농단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훈장을 받았으니, 훈장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훈장 수여나 추서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개정하고, 지금까지 조명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 등에 대한 재평가의 결과가 훈장의 수여나 추서가 되길 희망한다.

둘째, 언론 적폐의 개혁이다. 김종필에게 훈장을 추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고정 관념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다. 이들은 김종필의 과를 축소하고, 공을 과대포장 하는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잘못된 언론의 위험성은 나치나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세력들의 언론 장악과 이용에서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진 않겠다. “언론의 자유”라는 원칙 뒤에 숨어서 이 원칙을 악용하는 잘못된 언론사들에 대한 강력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김종필에게 훈장을 추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주입 받았고, 이에 따른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역시 올바른 역사 교육일 것이다. 교육은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으며,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수행되어야 한다.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그들을 포용한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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