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수효과 내는 나노입자, 호흡기 질환 유발할 수 있어
성분 표기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 알 권리 침해 소지
주의사항 부실해 무분별한 사용 초래한다는 지적도
안전기준 검증하는 ‘자가검사번호’ 보완 요구되는 상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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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도양 김소희 기자】 수시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장마철 자꾸만 손이 가는 제품이 있다. 옷이나 신발 위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물이 스미는 것을 막아주는 방수 스프레이다. 휴대가 간편하고 효과가 뛰어나 많은 이들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스프레이 속 작은 입자가 호흡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방수 스프레이로 인한 급성 호흡기 질환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고 지난 2012년 1월에는 국내에서도 한 30대 남성이 등산복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린 뒤 구토와 호흡곤란을 일으켜 간질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이렇듯 방수 스프레이에 대한 유해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 성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판매 업체들은 사용 시 위험성이나 주의사항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고 있다.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수 스프레이의 유해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출처=관련 제품 정보 캡처
사진출처=관련 제품 정보 캡처

방수 스프레이 속 ‘나노’ 입자, 폐 속까지 유입 우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방수 스프레이 가운데 대다수는 미세 입자를 의미하는 ‘나노’라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T, N, D 제품 등은 첨단 나노, 나노 코팅기술력, 나노 입자 등의 문구를 제품 설명에 표기했다. 그런데 크기가 작은 미세 입자가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관련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안종주 박사는 “방수 스프레이는 불소공중합체, 즉 나노 입자로 구성돼 있다”면서 “눈으로 식별하기 힘든 작은 입자들이 호흡기를 통해 폐와 폐포까지 유입돼 호흡기까지 방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의 지적은 해외에서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10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서 한 20대 여성이 구두용 방수 스프레이를 사용한 뒤 과민성 폐렴 진단을 받았고 2014년에는 50대 남성이 같은 이유로 화학성 폐렴을 앓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중독정보센터는 방수 스프레이에 함유된 미세한 입자의 수지가 폐에 붙어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의 공동집필한 논문 ‘방수 스프레이 흡입 노출로 이한 급성 호흡기 중독 사례 및 원인 고찰’에 따르면 독일, 스위스, 영국, 덴마크, 프랑스, 미국 등에서 19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방수 스프레이로 인한 급성 호흡기 중독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관련 연구에서 환자 대부분은 제품 사용 후 수시간 내에 증상을 나타냈으며 호흡 곤란, 기침, 가슴 통증, 천명 등이 주를 이뤘다.

T 제품의 판매 업체는  “방수 스프레이의 유해성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다”며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N 제품의 생산·판매 업체는 “우리 제품은 물과 물성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성분과 관련한 위험성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관련 제품 정보 캡처<br>
사진출처=관련 제품 정보 캡처

발수제, 용제 등으로 표기…소비자 전 성분 알 수 없어 ‘깜깜이’

방수 스프레이의 유해성이 의심되지만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제품 대부분은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D 제품의 경우 ▲방수제 ▲방수코팅제 ▲유기용제 ▲용제 등으로 간략히 성분을 표기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에 유해 화학 물질에 대한 함량, 명칭, 기능 등을 표기해야 하는데 업체에서 관련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독성이 있거나 발암 물질일 경우 기재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업체들은 공식 사이트에 ‘유해물질 검사결과’를 게재해 일부 성분에 대한 정보를 밝히고 있다. 기준치에 미달하기는 하지만 다수의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들어 있었다. A 제품에서는 폼알데히드 6㎎/㎏가 검출됐다. 폼알데하이드는 눈, 코, 목의 점막을 자극하고 호흡기 장애를 일으켜 천식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D 제품에서는 니켈이 0.2㎎/㎏ 함유돼 있다. 니켈은 장기간 노출 시 호흡기계 독성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중금속이다. 

이와 관련해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어도 기준치 이하면 ‘합격’으로 처리돼 무분별한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박사는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어도 적게 노출되는 게 좋으니 사용 빈도를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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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주의사항 부실…‘인체 무해’ 표현으로 혼란 야기해

제품을 구매·사용하기 전 소비자가 참고하는 주의사항이 허술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통일된 기준 없이 제품마다 제각각이라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D, P, A 제품 등의 주의사항에는 공통적으로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할 것 ▲얼굴을 향해 분사하지 말 것 ▲절대 마시지 말 것 등의 사항이 적혀 있을 뿐 가장 크게 우려되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A 제품은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밀폐된 곳에서 사용 시 환기를 하시오 등 간접적인 언급만 있었다.  

P 제품의 경우 유해물질로 분류되는 이소헥산이 함유돼 있지만 ‘인체 무해’라는 문구를 표기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해당 물질은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무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스프레이 제품 중 인체에 무해한 제품은 없다”면서 “잘못 사용하게 되면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확인 안 된 스프레이 제품 모니터링을 위한 전국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확인 안 된 스프레이 제품 모니터링을 위한 전국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안전여부 담보하는 ‘자가검사번호’ 보완 요구돼

환경부는 방수스프레이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부터 위해우려제품 표시기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을 생산·수입·판매하는 사업자는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자가검사를 의뢰해 적합제품으로 판정되면 ‘자가검사번호’를 받게 된다. 검사를 받지 않고 안전기준이나 표시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판매·증여한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자가검사번호 제도에도 한계는 있다. 자가검사번호 표시 의무가 제품 표기 한정돼 온라인 제품 설명 등에 대해서는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확인 결과, 일부 업체 홈페이지 상세 정보에는 자가검사번호가 표기돼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자가검사번호 관련 규정에 온라인 관련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구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자가검사번호를 이용해 조회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가검사번호는 안전기준 검사에 합격했다는 의미지만 검사기관, 품목, 안전표시기준상 모델 구분 등의 정보만 나올 뿐 성분과 관련한 정보는 없다.

안 박사는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자가검사번호를 검색하긴 쉽지 않다”면서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전 성분을 공개해야 하고 취급주의 표시 등이 필요하며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들을 철저히 조사해 인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피해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방수 스프레이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관련 업체는 제품에 함유된 성분을 명확히 표기하고 주의사항을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정부는 소비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현행 자가검사번호 제도에 대한 보완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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