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경동나비엔 직원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회사가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지난달 29일 ‘콘덴싱 만든 아빠 과로사 한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동나비엔 근로자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회사가 12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면서 2시간의 휴게시간을 합의 없이 근로시간에서 제외해 10시간의 근무시간만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오전 8시 30분 출근해 오후 8시 30분 퇴근하지만 사측에서 인정하는 근로시간은 10시간”이며 “사측은 야근 35시간을 하지 않으면 오후 8시30분 전에 퇴근 시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관리하는)HR은 컴퓨터 사용 기록을 각 팀의 팀장에게 전달해 주말 출근 시 식비와 차비로 2만원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사측이 직원들과 합의 없이 점심시간 1시간, 2번의 쉬는 시간 30분, 저녁시간 30분으로 총 2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12시간을 보내지만 10시간만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이 경우 경동나비엔 직원은 하루 12시간씩 주 5일 근무해 총 60시간을 보내더라도 주 52시간 제도에 부합하는 50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글쓴이는 이를 근거로 회사가 오후 8시30분까지 근무로 지정, 사실상 야근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회사가 추가근무 35시간 이상을 하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나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도리어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PC오프제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오프제는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강제로 PC가 꺼지는 것으로 불필요한 야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는 “PC 오프제를 실시한다고 인터넷 기사로 홍보한 후 다음날 바로 폐지했다”며 “임원들이 근로자 대표를 강제로 지목시켜 근로자들에게 강제로 싸인을 받고, 그 근로자 대표에게 위 내용을 전달해 강제로 싸인을 받아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며 사실상 강요에 의해 근무제가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경동나비엔 연구직 인센티브를 근로시간 기준으로 등급제를 도입하려해 거듭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시사포커스 보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이 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연구원의 참여도, 기여도를 평가해 정기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참여도는 근로시간 에 따라 등급을 나눴고, 기여도는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로 등급으로 나누었다. 이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근로시간은 적지만 기여도가 큰 연구원에게 최하등급이 부여된다.

경동나비엔의 이같은 논란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까지 이어졌다. 지난 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경동나비엔이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와 달리 악의적으로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총249명이 동참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경동나지엔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2시간의 휴게시간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와 협의할 예정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생산직은 연장근로수당이 급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의 경우 휴게시간을 이용해 근무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PC에 연결된 키보드와 마우스로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직원 감시가 아니다.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며 “과도한 업무 등 비효율적인 업무를 알아보기 위해 점검하는 것일 뿐 직원을 평가하거나 근로시간을 측정해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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