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반 못한 민주당, 입법연대 필요성
범여권 157석 개혁입법연대 논의 시작돼
후반기 원구성 맞물리면서 복잡해지는 셈법
“야권 도움 절실한 민주당, 거부하기 힘들 것”

국회 본회의 모습 ⓒ뉴시스
국회 본회의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여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을 이어가고 있다. 개혁입법연대 구성 논의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제안한 개혁입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130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바른미래당 이탈파 3석, 민중당 1석, 범여권 무소속 3석 등 국회 과반이 넘는 157석의 개혁입법연대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130석으로 원내 1당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했지만, 과반을 넘기지 못하며 앞으로 개혁입법과 관련해 야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범여권에서 나온 개혁입법연대 구성 제안은 연대체에서 소외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야권의 반발과 함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개혁입법연대 구성은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집권여당이자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의석수가 단독 과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이후 각 당의 의석수는 민주당 130석, 자유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 민중당 1석, 무소속 4석이다. 이 같은 국회 의석수 분포로 인해 민주당은 개혁 입법 처리를 위해 야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범여권 의석수 157석의 개혁입법연대체를 구성,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직과 함께 다수파를 꾸려 개혁 입법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 평화당 천정배 의원의 제안이다.

이와 관련해 범여권 개혁입법연대 구성수인 157석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신속처리가 가능한 180석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천 의원에 따르면 개혁입법연대 157명으로 하반기 국회 원구성에 나서 국회의장직과 법안 본회의 상정에 앞서 모든 법안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모두 개혁입법연대가 장악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개혁파가 과반이 되게 상임위원을 배정하면 모든 개혁입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소수파가 필리버스터 등 여러 의사진행방해수단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래야 총 4~5개월 지연시킬 뿐이지, 입법 자체를 무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20대 국회가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모든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엇갈리는 범여-범야권

개혁입법연대를 제안한 평화당과, 원내교섭단체로서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정의당은 개혁입법연대 구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당은 지난 3일 열린 ‘개혁세력의 과제와 개혁입법연대-이제 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긴급좌담회에서 개혁입법연대 구성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다당제 체제에서 연대는 필수적인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당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그런 훈련과정을 거쳐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며 “국회 선진화법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개혁입법 연대의 역할도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제는 뭘 해야만 하는 시점이고 기본적으로 방향이 같고 추구하는 가치를 방향으로 개혁입법연대를 조속히 구성해서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하반기 국회가 진정 촛불 이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받아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장정에 나서야 된다. 그 틀이 개혁입법연대”라며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개혁입법연대를 빠르게 결성하고 개혁입법연대가 시민사회와 어떤 공통과제를 설정할 것인지 논의를 하고 이를 하반기 국회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180석까지도 필요하다면 모으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현재 양당은 적극적인 개혁입법연대 구성 추진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주도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반면 개혁입법연대 구성에서 제외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내세운 개헌카드를 꺼내 들며 양대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야권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국민과 여러 차례 약속한 대로 지방선거와 연계된 관제개헌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개헌을 이제 추진해 가야 할 판에 어찌 된 일인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연일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개헌은 촛불의 명령이라던 민주당이 그새 명령을 까먹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세력의 과제와 개혁입법연대’ 긴급좌담회에서 민주평화당 조배숙(왼쪽) 대표가 정의당 노회찬(오른쪽)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평화당 천정배 의원 ⓒ뉴시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세력의 과제와 개혁입법연대’ 긴급좌담회에서 민주평화당 조배숙(왼쪽) 대표가 정의당 노회찬(오른쪽)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평화당 천정배 의원 ⓒ뉴시스

당내 상황 복잡한 바른미래당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당내 상황은 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개혁입법연대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출신 호남계 주승용 의원은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바른미래당도 개혁입법연대에 적극 동참해서 157석을 뛰어넘는 184석으로 확실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 민생을 살리고, 국가를 개혁하는데 여당과 야당, 호남과 경남, 진보와 보수, 그리고 당리당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직 ‘국민’만 있을 뿐”이라며 개혁입법연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의원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에 반대하면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 발목 야당이 돼선 안 된다”며 “개혁하자는데 반대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새시대 야당이 되기 위해선 반대만 하는 야당 체질부터 스스로 걷어차야 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김관영 원내대표는 개혁입법연대 구성 주장을 구태정치로 규정하며 거리를 뒀다.

김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힘은 특정 정당, 정당의 연합이 다수당일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또 국민들이 얼마나 원하는지에 따라 생긴다. 또 진정한 협치가 이뤄질 때 그 열매가 커진다”며 “국회 과반에서 몇 석이 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인식은 국회의 관행과 법통과 원칙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정치공세 뒤에 구태정치는 버려야 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개혁입법연대 운명은

이처럼 개혁입법연대를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개혁입법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개혁입법연대가 필요하다”며 “단독 과반이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야당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특히 정의당과 평화당의 도움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집권하면서 공수처법 등 개혁입법이 번번이 무산된 게 많다”며 “집권 2년차 넘어가는 상황에서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도 개혁입법연대 구성은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개혁입법연대하고 원구성 협상이 맥락적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며 “기존 관례하고는 맞지 않는 데다가 자신들이 18개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 ‘민주당 8, 자유한국당 7, 바른미래당 2,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1’이라 내놓은 상황에서, 개혁입법연대의 제안이 민주당 입장에서 내심 좋긴 할 순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협상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동조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 평론가는 개혁입법연대가 구성될 경우, 바른미래당이 선별적 동참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른미래당도 개혁입법연대에 상시 동참은 못하더라도 선별적으로 동참하기를 원할 것으로 본다”며 “당내에서 논의해 사안별로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켜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혁입법연대 구성을 둘러싼 야권의 복잡한 셈법과 대립 속에서 개혁입법연대의 구성 여부가 향후 정국 주도권에 미칠 파장과 함께,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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