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한국 경제
미국, 중국 상대로 끝내 무역전쟁 일으켜
中 “우리도 반격하지 않을 수 없다” 선포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운명은 어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팔짱 낀 채 듣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팔짱 낀 채 듣고 있다. ⓒ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이 6일(현지시각)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달러(한화 약 38조원) 규모의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 역시 반격을 준비하면서 양국의 무역전쟁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 두 나라의 싸움으로 인해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여러 경제지표 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대 강국이 벌일 무역전쟁에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운명도 휘청거리게 생겼다. 아울러 소득주도 성장론의 운명도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국과 중국이 결국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물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설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한다면 한다’라는 말을 실천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설마는 없었고, 중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부과했다.

미국 동부 기준 이날 오전 0시 1분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확정한 산업부품·설비기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34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이날 부과하고 나머지 16억 달러의 관세에 대해서는 2주 이내에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인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반격 선언한 중국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낮 12시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이를 무역폭압주의라고 규정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현재 세계 생산 사슬과 가치 사슬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회복을 방해하고 세계 시장에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가 핵심이익과 국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언급, 대미 무역전쟁에서 반격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 품목은 총 1102개 품목으로,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자동차 등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중국은 이들 산업을 집중 육성해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전략인데, 미국이 관세폭탄을 투하하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은 대두, 옥수수, 밀, 쌀, 쇠고기, 돼지고기, 어류, 채소, 자동차, 화학제품, 의료 설비, 에너지 등 미국산 659개 품목에 대해 관세 반격을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렇게 될 경우, 농수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상당수의 일자리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 중 어느 쪽이 먼저 피하느냐 싸움이다. 이는 곧 서로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때문에 당분간 두 나라는 무역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국가 모두 펀더멘탈이 상당하기 때문에 당장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두 나라 국민들은 물론, 그 주변국 역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때문에 주변국들은 두 나라의 무역전쟁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출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 있는 두 나라의 무역전쟁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영향은 제한적이라 하지만

일단 정부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서울 강남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백 장관의 발언은 시장 안정을 위한 립서비스라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대중 수출은 1억9000만달러, 대미수출은 5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가 무역전쟁이 단기적일 경우의 얘기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자존심 싸움으로 넘어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이미 EU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발하는 차원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U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특히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상당수가 첨단장비 등이다. 이들 첨단장비에는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이 중 상당수가 우리 기업 제품이다. 따라서 양국의 무역전쟁은 우리 반도체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수출 비중이 올해 1~5월 동안 20.3%로, 지난해(17.1%)보다 3.2%p 올랐다. 수출비중에서 반도체 집중도가 커지면서 ‘수출 한국’의 명운이 반도체 한 품목에 집중된 셈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에 첨단장비를 수출 못하면 우리 기업의 대중 반도체 수출도 힘들어지게 된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 지표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 숫자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도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 전망도 더 어두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과연 하반기에 제대로 실현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하반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미 실시된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문재인 정부가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지지율 폭락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국제적 악재를 만나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J노믹스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전망은 어두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그만큼 이번 무역전쟁이 문재인 정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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