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원구성 협상, 입장차 여전한 여야
3개월 문닫은 국회…입법 공백은 커져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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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 4개 원내교섭단체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점차 협상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아직 주요 쟁점에서는 여전히 각 당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집권여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육지탄(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한탄함)’이라 표현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야권은 지난 전반기 구성의 틀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유한국당, 관행과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범여권 개혁입법연대를 주장하는 평화와 정의의 모임(이하 평화와 정의)으로 갈리면서 협상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주요 쟁점은 △국회의장단 선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분리 등이다.

아울러 지난 4월 임시국회 이후 3개월여간 공전 중인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현안 관련 입법공백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여야에 점차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여야는 오는 10일을 원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하면서 이번주 여야의 원구성 협상에 귀추가 주목된다.

난항 겪는 국회의장단 선출

여야는 하반기 20대 국회를 끌어나갈 의장단 선출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국회의장단을 먼저 선출한 뒤 상임위원장 배분에 나서자는 방침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권은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패키지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현재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가져가나, 2명의 부의장 선출에 대한 이견차는 여전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부의장 2명을 모두 원내 2, 3당인 자신들이 가져가는 게 순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처음부터 부의장 둘을 야당에게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157석의 개혁입법연대 주장 등 범여권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평화와 정의는 부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회부의장 선출을 두고 여야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갈 길 먼 상임위원장 배분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은 더욱 치열한 모양새다. 배분 비율은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 8개, 자유한국당 7개, 바른미래당 2개, 평화와 정의 1개로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다만 두 당이 공조하고 있는 평화와 정의는 상임위 2곳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여당이 애초부터 이 같은 비율을 제시했고, 이에 원내 2, 3당도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분 비율의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민주당이 범여권 개혁입법연대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 평화와 정의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들의 몫 8곳 중 하나를 평화와 정의에 양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상임위원장 배분 비율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가장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건 여야가 어떤 상임위를 나눠 갖느냐다. 특히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이 쟁점이다. 통상 청와대를 소관기관으로 하는 운영위는 여당이,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들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사위는 제1야당이 위원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에서는 당시 원내 1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서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운영위와 법사위를 모두 차지한 바 있다.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운영위와 법사위 모두 서로 자신의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8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6일 회동에서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자유한국당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20대 국회 전반기의 전례와 같이 법사위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맡는 것이 마땅하다. 비효율적인 상임위 운영의 극치를 보여준 자유한국당은 법사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개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원구성을 위한 회동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개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원구성을 위한 회동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교문위는 분리될 것인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분리도 쟁점 중 하나다, 산하기관이 많고, 이슈도 크게 늘어난 교문위를 교육과 문화체육관광으로 나눠 효율적인 상임위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교육부는 워낙 이슈가 많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전에는 이슈가 적었지만, 국정농단 이후 이슈가 굉장히 많았다”며 “교육부와 문체부를 합쳐 산하기관이 200여개가 되니 상임위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분리하는 게 낫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평화와 정의의 경우, 교문위가 분리되면 현재 배분된 상임위원장 1곳 이외에 추가로 1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문위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나눠 먹기로 비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임위 분할의 경우에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원구성 협상 이후 추후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3개월간 멈춰선 국회…커지는 입법 공백

이처럼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여야가 무작정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반기 원구성이 계속 지체될 경우, 4월 임시국회 이후 3개월째 국회가 멈춰서면서 이어진 입법 마비 상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지난 3개월여간 처리하지 못한 입법 과제들이 쌓여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돼 있는 법안만 1만여건에 육박하고 있고, 오는 2019년말까지 입법을 마쳐야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후속 조치, 미투 관련 법안, 미세먼지특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혁신관련법 등 각종 민생 현안들에 대한 입법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임 대법관 후보자 3명과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지난 지선 이후 한 목소리로 민생을 외치고 있는 여야 가 더 이상 원구성 협상을 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수당이 운영위원장을 갖고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졌던 게 과거 사례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의 지선 압승,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도 등 촛불민심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 영향을 미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 않나 싶다”라며 “전례대로라면 자유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맞지만, 그렇게 넘겨주기에는 개혁과제 완수나 적폐청산 드라이브, 한반도 평화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기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는 법사위·운영위원장은 정리가 된 것 같다”며 “결국은 국회를 마냥 공전시킬 수 없으니까 법사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 내주고, 반대급부로 경제 관련 상임위 등을 추가로 민주당이 확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 개혁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관련 상임위를 더 양보하라는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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