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의 정치실험, 무엇을 남겼는가
안철수, 이주 정치 휴지기 선언할 것으로 보여
2011년 박원순 단일화 이후 정치 전면에 나서
‘새정치’ 표방했지만 결국 ‘헌정치’ 낙인찍혀
돌아오기 쉽지 않은 상황…당의 미래에 걸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 없이 지나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 없이 지나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그의 7년간의 정치실험이 일단락됐다. 안 전 후보는 ‘새정치’를 표방하며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표방한 새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몇 번의 정치적 양보로 인해 지지자들마저도 등을 돌렸다. 또한 계속되는 신당 창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6.13 지방선거에서도 돌아섰다. 이제 안 전 후보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잠시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이번주 정치 일선에 물러날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언제든 다시 정치에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완전한 정계은퇴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이번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는 만약 국민이 다시 소환하지 않는다면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계은퇴를 시사한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며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다음해인 2012년 9월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시련도 실패도 많았던 7년간의 실험

지난 2011년 안 전 후보가 등장하면서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안 전 후보는 토크 콘서트를 열어 청년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의사,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성공한 CEO로 계속해서 자리매김한 그의 모습에서 청년들은 희망을 봤고, 기존의 낡고 썩은 정치를 개혁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때문에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정치권에 입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때마침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재보선이 이뤄지게 됐다. 여기서 안 전 후보는 당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박원순 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상당한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다 이듬해인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시도한 안 전 후보는 결국 거대 정당의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대선투표 당일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후보가 박 시장과 문 대통령에게 했던 두 번의 양보는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지지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 전 후보는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의 창당을 준비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민주당과 합당을 선택,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그러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이로 인해 문재인 당시 대표의 사퇴론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혁신안을 꺼내 들면서 정면승부를 벌였고, 그해 12월 안 전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이후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한 그는 이어진 총선에서 호남에 녹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3당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는 차기 대권 후보로 우뚝 섰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21.41%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대선 이후 안 전 후보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 밝혔지만, 한달도 안돼, 국민의당 대표로 나서서 선출됐고, 지난 1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택,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창당과정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의 반발로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갈려졌다. 그리고 6.13 지선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이 충돌하면서 공천 갈등이 표출됐다.

6.13 지선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체급을 낮춘 안 전 후보는 3위라는 성적표를 다시 받았다. 대선 후보가 체급을 낮춘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참담한 결과다. 더욱이 바른미래당 역시 이번 지선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전혀 배출하지 못하면서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당 안팎에서 정계은퇴 요구가 나왔고 결국 정치적 휴지기를 갖기로 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安, 새로운 도약 위해 가능하나

이처럼 안 전 후보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치적 휴지기를 갖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후보의 정치적 휴지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이른 시일 안에 나를 다시 불러들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나를 부르지 않는다면 정치권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안 전 후보가 정치적 휴지기를 갖게 된다면 정계복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정치적 사정이 녹록찮기 때문이다. 우선적인 문제는 바른미래당의 미래다. 바른미래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문제는 새로운 당 대표가 얼마나 당을 혁신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최근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참담하다.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미래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바른미래당, 安 복귀 터전 마련할 수 있나

현재 안 전 후보의 복귀는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달려있다. 특히 바른미래당이 안 전 후보의 복귀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자면 현재 친안계와 친유계로 나뉜 당내 계파 갈등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한다. 특히 누가 당권을 장악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친안계는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해야 안 전 후보의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친유계 역시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당 대표는 오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기 때문에 어느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만약 친유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안 전 후보의 정계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안 전 후보가 대체재로 부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문 대통령은 60~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젠가 지지율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현 대통령에게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통령에게서 희망을 찾게 된다. 그럴 경우, 안 전 후보가 과연 문 대통령의 대체재, 즉 미래 대통령으로 부각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 전 후보가 보여준 언행으로 비춰볼 때,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안 전 후보는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미래를 얘기하기보다는 주로 과거를 말하면서 유권자들은 상당히 많은 실망을 했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얘기하는 차기 리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 그에 대한 대체재로 떠오를 수 있게 된다. 그러자면 정치적 비전과 식견 등을 언론을 통해 제대로 구사해야 한다.

또 다른 변수는 아무래도 보수발 정계재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곧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보수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당 모두 지금의 당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보수대통합을 이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보수대통합을 이룰 경우, 안 전 후보의 정치복귀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권 주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안 전 후보의 정계복귀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지만, 정치권은 안 전 후보의 정계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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