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엄의 역사와 기무사령부의 문건
[칼럼] 계엄의 역사와 기무사령부의 문건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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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5일 국회의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실에서 국군 기무사령부 측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문건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6일 군인권센터 측은 이 문건의 전부를 공개했다. 그 문건의 제목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었고,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2017년 3월 ○일이었다. 문건을 살펴보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 북한의 군사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탄핵 시위 악화로 국정 혼란이 초래될 경우 일어날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시 상황을 진단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의 두 가지 유형을 제시했는데, 특히 위수령의 경우 제한사항과 이에 대한 해소 방안도 제시했다.

이 문건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 문건의 내용을 “내란 모의”로 규정지었다. 특히 탄핵 정국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해서,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의 약칭)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당한 적도 있다. 이것을 봤을 때 여당이 이 문건에 대해 “내란 모의”로 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수구 진영에서는 군으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적절한 검토이고, 문건 어디에도 쿠데타의 흔적이 없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특히 이 문건의 전문 공개가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에서 공개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건 유출의 진상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건에도 등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수령이 2회, 경비계엄이 2회, 비상계엄이 9회 선포됐다. 위수령이나 계엄령이 선포되는 상황들은 우리나라 현대사와 그 궤적을 함께한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계엄에 군부의 쿠데타가 동반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5.16 군사쿠데타 때도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12.12 군사쿠데타 때도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가 신군부의 정권 강탈에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때가 1980년 5월 17일이었고, 다음 날 광주에서 신군부에 의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다) 이러한 계엄의 역사를 고려했을 때 이번 기무사의 문건에 대해 공포와 우려를 느끼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내란 모의 여부를 밝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문건의 내란 모의인지 여부를 밝히려면 이 문건과 문건을 둘러싼 맥락이 가진 문제점을 잘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쿠데타임이 밝혀진다면, 자유한국당과 수구진영에서 요구한 문건유출의 진상도 철저히 밝혀서 포상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 문건이 과연 작성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기무사령부의 명쾌한 답변이 필요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 군, 특히 예비사단의 경우 내부 소요에 따른 작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칼럼을 준비하면서 들은 전언에 따르면 이전에는 “충정계획”, 국민의 정부 때 “상록수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작전 계획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군이 내부 소요에 대비한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군 내부의 내부 소요에 대비한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수정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굳이 새로운 계획을 세웠는지 기무사령부는 답변해야 될 것이다. 이 답변이 설득력이 없다면, 이것은 군부의 반란 모의이다.

또한 문건에 등장하는 몇몇의 단어와 문장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논쟁이 진행 중이거나 국가에 의한 사과가 이루어진 4.3 사건이나 여순사건 등에 대하여 “폭동”이나 “반란”이라고 명명한 것이나 “진보(종북)”이라는 표현을 쓴 것 등에서 이 문건을 작성한 사람들의 역사관이나 정치관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 위수령 무효법안 제정 시도를 위수령의 제한사항을 본 것은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군의 권한을 우위로 놓고 있다는 사고 방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선포해야 되는 계엄령을 “국방부의 검토”를 거친다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이전에 국방부가 먼저 이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병력의 동원도 무서울 정도로 과도하다. 또한 문건에 따른 병력 이동은 북한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문건에는 계엄 선포시 우리나라 기갑 부대의 상당수가 서울로의 부대 이동에 참여한다고 나온다. 현재 지방에는 예비군 관리와 지방 방어를 담당하는 향토 사단이 존재하는데, 전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기갑 부대가 이렇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차라리 12.12 때는 반란 주동자가 움직일 수 있는 부대만 이동했고, 장태완이 사령관이던 수도경비사령부의 전차 전력은 반란 주동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이다) 특히 20사단을 비롯한 몇몇 사단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대인데, 이러한 부대들의 일부가 계엄 선포 시 서울에 진출한다는 것은 북한의 남침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계엄 선포시 광주로 이동할 11공수여단은 광주민주화 운동 때 학살에 동원됐던 부대라는 것도 충격적이다.

이러한 계획은 기무사령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건에 등장하는 부대의 지휘관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권한이 중단되었을 당시 대통령 업무를 대행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국방을 담당했던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수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박근혜 혹은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구성원의 지시가 있었다면 문제, 없었다면 군부가 자체적으로 쿠데타를 모의한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군부대의 이동을 지원할 코레일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기갑부대의 장거리 이동은 철도의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 수사는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없다. 관련자 대부분이 예편했거나,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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