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는 우리 주변에 있다”
[현장취재]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는 우리 주변에 있다”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07.1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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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ound’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올해 19회째 맞아

100여개 부스·시민 8만 여명 참가
‘동성애 반대’ 퍼레이드 가로막기도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Queeround’라는 슬로건으로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이번 슬로건에는 ‘당신의 주변에는 항상 성소수자가 있다’, ‘이제 우리 퀴어의 라운드가 시작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서도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해 서울광장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이날 축제는 오전 11시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됐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100여개의 부스에서는 굿즈 판매와 각종 이벤트가 진행됐으며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환영무대, 이어 4시 30분부터 6시까지 메인 행사인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에는 축하무대가 이어져 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포토월에 ‘Queeround’라는 슬로건이 그려져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포토월에 ‘Queeround’라는 슬로건이 그려져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부스행사에는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다수의 퀴어커뮤니티와 러쉬코리아,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주한 캐나다·호주·뉴질랜드·프랑스·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영국·미국 대사관과 주한 EU 대표부 등도 참여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국가기관 중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했다.

국가인권위 김은미 홍보협력과장은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인권위의 활동을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가기관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혐오와 차별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인권위 차별시정국 내에 성차별팀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여성 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더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환영무대에서는 무지개 음악대, 소실점, 스타힐, 원 투 퀴어 앤 포, 쿠시아 디아멍 등의 무대 공연으로 현장의 열기를 한층 더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행렬을 이끌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행렬을 이끌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환영무대 후 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인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날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을지로입구-종각-종로2가사거리-을지로2가사거리-을지로입구역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이뤄졌다.

퍼레이드의 선두에서는 퀴어와 퀴어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모터바이크를 타고 행렬을 이끌었으며 대형 무지개 깃발과 공연차량 8대가 뒤를 이었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공연차량의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행진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축제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거나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안학교에서 소수자에 관한 수업을 통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알게 돼 참여한 한기범씨는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자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NCT 팬덤 내의 퀴어 가시화를 위한 모임 ‘NCT Queer’의 깃발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아이돌 그룹 NCT 팬덤 내의 퀴어 가시화를 위한 모임 ‘NCT Queer’의 깃발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아이돌 그룹 NCT 팬덤 내의 퀴어 가시화를 위한 모임 ‘NCT Queer’의 병주(가명)씨는 “아이돌 팬덤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해 NCT 팬덤 내에서 모금을 통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고 참여했다”면서 “퀴어는 다른 존재가 아니다. 퀴어는 아이돌 팬덤 내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물(가명)씨는 커밍아웃을 망설이는 퀴어들에게 “부모님들의 반응은 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부모인지라 자녀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자신의 자녀가 정체성 때문에 힘들어하고 급기야는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부모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퀴어들을 응원했다.

섀넌 만젤라(맨 오른쪽)씨와 리풀(오른쪽 두 번째)씨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섀넌 만젤라(맨 오른쪽)씨와 리풀(오른쪽 두 번째)씨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미국 출신의 섀넌 만젤라씨는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생활할 수밖에 없기에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인도에서 온 리풀씨는 “이곳에서는 아무도 구별돼 있지 않고 모두 함께 한다. 한 목소리로 평등을 외친다”면서 “굉장히 행복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 혐오자들이 행렬을 가로막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 혐오자들이 행렬을 가로막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이날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이 행진을 막아서면서 잠시 지체됐으나 경찰의 제지로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퍼레이드 행렬이 서울광장으로 돌아온 후에는 큐캔디, 엘 밴드, 붉은나비합창단, 진저팝 등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이들의 춤과 노래에 환호하며 축제의 기쁨을 만끽했다.

주최 측은 축제 참가자를 8만여명으로 집계했다.

지난 14일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전시된 ‘암스텔담 레인보우 드레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지난 14일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전시된 ‘암스텔담 레인보우 드레스’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한편 이날 서울광장에는 ‘암스텔담 레인보우 드레스(Amsterdam Rainbow Dress)’가 전시됐다. 암스텔담 레인보우 드레스는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해 구금 또는 처벌하는 전 세계 80개국의 국기로 만들어졌으며 이 중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법이 폐지되는 나라의 국기는 무지개 깃발로 바뀌게 된다. 이 드레스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전시가 됐으며 아시아 국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