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맥심 플랜트 외관 ⓒ동서식품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작년 종영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1’에서 가수 유희열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문화적 요인이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영하 작가는 “거리에 카페가 많아서 그렇다”며 “옛날에는 집마다 툇마루가 있었는데 아파트 생활로 인해 사라지면서 그 역할을 카페가 대체하게 됐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과거와 달리 정말 많은 카페들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가는 곳 마다 화장실 위치만 다를 뿐 예전에 와봤던 익숙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흔하디흔한 카페, 비슷한 느낌의 카페가 아닌 ‘색다른 카페는 없을까’하고 궁금해졌다. 여러 카페들을 수소문해보다 이색적인 느낌을 가진 한 카페를 발견했다. 숲인지 공장인지 의문이 드는 카페, ‘맥심 플랜트’다.

도심 속 정원·숲 속 커피공장 ‘맥심 플랜트’

지하 2층 로스팅 머신(좌)과 지하 1층 카페 라이브러리에 꽂혀 있는 커피 관련 서적(우) ⓒ동서식품(좌), 투데이신문(우)

서울 한남동에 맥심 브랜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체험 공간, 맥심 플랜트가 들어섰다. 동서식품이 지난 4월 28일 공장과 식물이란 중의적 의미를 담은 ‘도심 속 정원, 숲 속 커피공장(Coffee Factory in Urban Forest)’이란 콘셉트로 오픈한 것. 17일 찾아간 맥심 플랜트는 커피를 연상시키는 갈색 외관에 흰색 맥심 로고가 적혀있었다. 

문을 열고 매장으로 들어가자 향긋한 커피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회전율을 중요하게 여겨 좌석을 조밀하게 배치하는 여타 카페와 달리 좌석을 여유롭게 배치해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매장 곳곳에는 커피 추출기구와 커피나무, 자작나무 등 식물들이 보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회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계속 생각하고, 맥심도 특색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유로운 좌석 배치와 여러 식물을 볼 수 있는 지하 1층 ⓒ투데이신문

‘맥심 플랜트’ 내부는 어떨까

맥심 플랜트는 총 8개 층으로 구성돼있다. 그중 5개 층(지하 2층~지상 3층)이 커피나무, 커피공장, 문화를 심는 공간 등의 테마로 나뉘어 있어 각 층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래서부터 살펴보기 위해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계단 곳곳에는 재미있는 커피 관련 문구가 적혀 있어 ‘다음 계단엔 어떤 문구가 적혀있을까’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각 층 벽면에는 맥심 제품 제조 공정을 시각화한 작품이 배치돼 있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좌석과 좌석 사이에는 커피와 관련된 그림과 골동품(커피교환권, 은박커피포트) 등이 배치돼 있다. 커피를 마시며 미술관·박물관 작품을 관람하는 느낌이 들고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맥심 제조 공정을 보여주는 시각화한 작품(좌)과 커피 교환권(우) ⓒ동서식품(좌), 투데이신문(우)

지하 2층은 ‘커피 랩’으로 실제 맥심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스팅 머신이 있어 내가 주문하고 마시는 원두가 어떻게 로스팅 된 건지 볼 수 있다. 로스팅 머신 옆에는 커피 아카데미 운영 공간이 마련돼 있어 커피추출 방식 등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공간 옆에는 나무를 배치해 맥심 플랜트의 콘셉트를 느낄 수 있었다. 

지하 1층은 ‘커피 라이브러리(Library)’로 커피 전문 서적들이 배치돼 있어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중앙에 긴 테이블이 놓여있고, 각 자리마다 전기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 핸드폰 이용시 콘센트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편리했다. 중앙에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각 자리마다 전기 콘센트가 비치돼 노트북, 핸드폰 이용 시 충전할 곳을 찾는 수고를 덜어 편리했다. 지하 1층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로스팅 과정을, 오른쪽으로는 테라스 가든을 내려다볼 수 있다. 

지상 1층과 2층은 ‘카페 테라스’로 도심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에는 따뜻한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아로마를 표현한 작품이 있다. 2층에서는 자작나무가 심어있는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2층 중앙에서 1층을 바라볼 때 주문하는 곳 위로 동그란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원두를 보관하는 ‘사일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지상 1~2층에서 볼 수 있는 아로마사일로를 표현한 작품(좌)과 공감각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우) ⓒ투데이신문

여타 카페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공감각 커피’

3층은 ‘더 리저브(Reserve)’로 맥심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맥심 원두 아카이브(Archive)를 기반으로 엄선한 24가지 다양한 스페셜 블렌딩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태블릿에 있는 3가지 질문을 통해 24가지 커피 중 본인에게 맞는 커피가 추천된다. 맥심 플랜트는 이 커피를 ‘공감각 커피(Synesthesia Coffee)’라고 이름 붙였다. 어렵고 난해한 스페셜 블렌딩 커피를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자는 ‘Cherry Blossom’을 추천받았다. 추천된 종이에는 원두, 계열, 산도, 색깔과 커피와 어울리는 시, 느낌, 노래 등이 함께 적혀있었다. 커피와 함께 추천된 노래는 직원에게 문의해 헤드폰을 빌려 감상할 수 있다. 3층 테라스에 커피를 가지고 나가 경치를 바라봐도 좋겠다.  

추천된 종이를 갖고 주문하면 내가 고른 원두를 눈앞에서 분쇄해 커피로 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3층 중앙 천장에는 맥심이 저작권을 가진 커피의 맛을 분류한 표를 볼 수 있다. 단일 원산지의 원두만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으로 주문할 시 4가지 추출방식(푸어오버, 케멕스, 사이폰, 프렌치프레스) 중 원하는 방식을 골라 마실 수 있다.  

커피에 대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알리기 위한 문화공간인 만큼 맥심하면 떠오르는 ‘커피믹스’는 맥심 플랜트에서 만나볼 수 없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24가지 스페셜 커피 ⓒ투데이신문

맥심 플랜트를 찾아온 한 고객은 “내가 숲에 온 건지, 숲이 여기 만들어 진건지 모르겠다”며 “각자의 커피 취향을 알게 되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건물 안에 식물과 공장이라는 대조적인 이미지가 존재해 신선했다. 또한 로스팅 과정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체험공간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낮에는 피톤치드가 분비되는 자작나무가 심겨있는 2층 테라스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저녁에는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3층 테라스에서 노을·야경까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 플랜트로 동서식품 브랜드 체험공간을 선보이고 싶었다“면서 “다만 추가 매장 오픈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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