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임박하며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망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소비하는 업체가 늘면서 트래픽에 따라 망 이용료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오바마 정부 시절 강화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자체 망 설비를 갖춘 구글, 페이스북 등의 공룡기업과 달리 스타트업 등의 중소업체에게는 트래픽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IT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실정이다.

망중립성은 ISP가 통신망 사용량이 많건 적건 모든 이용자를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동등하다는 전제로 CP도 하나의 이용자로 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IT업체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이러한 가운데 19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를 열어 찬반 의견이 맞붙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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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아주대 경제학과 김성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성환 교수 “인터넷 환경 변화에 발맞춰 망중립성 완화해야”
비디오 등 트래픽 ‘쏠림현상’ 반영 필요…이용요금 인하효과도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아주대 경제학과 김성환 교수는 망중립성 완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터넷 환경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 망중립성 원칙이 확립된 1990년대의 논리를 현재에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규모 인터넷 기업이 등장하며 콘텐츠 소비자와 CP이 모두 이익을 가져가는 인터넷의 특성인 ‘양면시장’ 구조에 불균형이 생겼다”면서 “과거엔 CP에게 혜택을 줘서 성장하면 인터넷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입장이 유효했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CP에게 유리한 인터넷 구조 혁신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불균형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비디오 트래픽이 늘어났다는 점도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과거에는 인터넷 각 지점 간의 데이터 트래픽 흐름이 대체로 대칭적이었지만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재는 CP에서 이용자로의 일방향 트래픽이 주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인터넷이 아닌 전통적인 통신망에서는 사용량이 명확히 정산되지만 인터넷은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망중립성 완화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P가 망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하면 이용요금이 완화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ISP는 CP로부터 추가로 망사용료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이용자 요금을 인하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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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투데이신문

박경신 교수 “망중립성 지켜야 인터넷 다양성 실현돼”
통신망 독점 사업자에 대한 의무 부여는 역사적 교훈 

반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망중립성이 인터넷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초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인터넷을 합리적 가격에 서비스하도록 하는 ‘커먼캐리어(common carrier)’와 모든 이용자가 평등하게 망을 활용하도록 자율성을 주는 ‘단대단 원칙(end-toend principle)’이 지켜져야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활발히 생겨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인터넷을 포함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손님에 따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커먼캐리어는 영미법 국가에서 100년 넘게 영향력을 갖는 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 사실 사업자가 필요 없는 구조이며 모든 이용자가 발신자인 동시에 수신자이고 중개자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이 보호되려면 균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시외전화 분야를 독점했던 AT&T에게 부여됐던 커먼캐리어 의무를 언급하며 역사적으로 확립된 망중립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통신망을 독점하는 사업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해 시장지배력을 제한해야 인터넷 서비스의 저렴한 제공과 자유로운 이용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통신사업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건 독점규제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는 최근 논의가 일고 있는 제로레이팅(CP가 ISP와 제휴를 맺고 자사 콘텐츠 이용요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듯 일반적인 제로레이팅은 통신비 인하 효과와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룹사에서 자회사와 계약하는 ‘자사제로레이팅’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제로레이팅은 SK텔레콤과 11번가, KT와 지니 등 그룹 내 계열사와 맺는 제로레이팅이다.  박 교수는 지금처럼 통신망 독과점이 공고한 상황에서는 시장지배력이 전이돼 시장경제를 망가뜨리고 통신사업자와 무관한 CP를 고사시키는 ‘이윤압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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