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 소유권 공방 및 투자 사기 논란
해양수산부 "구비서류 미비로 신청 반려"

 

신일그룹이 공개한 돈스코이호 선체 사진 ⓒ신일그룹
신일그룹이 공개한 돈스코이호 선체 사진 ⓒ신일그룹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무려 150조원이라는 엄청난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다는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냐? 가짜냐?’ 논란을 비롯해 누가 최초 발견자인지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또 인양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의 정체에 대해서도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 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일그룹은 유인 잠수정으로 조사한 결과 함미에서 ‘돈스코이’라는 영문 글자를 확인했다며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발표 전 상장 업체인 ‘제일제강’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상황에서 제일제강의 주가는 보물선 발견 소식과 함께 상한가까지 급등하는 등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서울 강서구 소재 신일그룹 본사 ⓒ홍세기 기자
서울 강서구 소재 신일그룹 본사 ⓒ홍세기 기자

강서구 소재 신일그룹 본사, 한산한 사무실 ‘눈길’

각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순위를 며칠에 걸쳐 유지하고 있는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 본사를 본지 취재진이 방문했다. 

강서구 소재 신일그룹 본사는 건물의 5층과 6층을 사용하고 있다. 6층은 신일그룹이 추진 중인 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안내데스크 옆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몇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좌측 벽면을 향해 쇼파가 놓여져 있었다. 직원과 방문객은 모두 보이지 않았다. 

5층은 문 정면으로 회장실이 위치해 있었으며, 그 안쪽으로 직원들의 사무 공간으로 추측되는 사무실이 보였다. 5층의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에게 취재차 방문을 알렸고, 취재진과 만난 관계자는 “공문을 접수해야 취재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했다. 

잠시 둘러본 사무실은 150조원에 달하는 보물선을 인양하겠다는 회사로 보기에는 한산해 보였다. 사무실 앞에는 기념 화환으로 보이는 몇 개의 화분들이 놓여 있었으며, 복도에는 ‘돈스코이’호 사진이 걸려있었다. 

신일그룹 내부 전경 ⓒ홍세기 기자
신일그룹 내부 전경 ⓒ홍세기 기자

돈스코이호 진짜일까? 150조 황금 실려 있을까?

100여년전에 침몰한 돈스코이호는 러시아의 철갑순양함으로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쓰시마 해전에 출격했다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자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침몰한 돈스코이호가 금괴를 실은 보물선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십 년간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신일그룹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 선체의 꼬리 쪽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적혀 있다. 

또 앞서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 2003년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당시 국제법 등의 문제로 ‘돈스코이’호라고 밝히지 않았을 뿐 이를 인양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동아건설이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인양 계획은 중단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함포에 줄이 걸쳐진 모습 등이 똑같다고 주장해 신일그룹이 발견했다는 침몰선이 돈스코이호라는 것은 유력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돈스코이호가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유는 침몰한 군함이여서가 아니다. 군함 내 금괴의 실존 유무다. 돈스코이호는 실제로 금괴가 실려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문서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세기 외신들의 보도와 침몰을 목격한 울릉도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정할 뿐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200톤 가량의 금괴가 있다며 15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톤 가량의 황금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국제 금 시세에 비춰 9조원 가량이기 때문에, 골동품의 가치가 투영된다 하더라도 무리한 주장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전쟁에 필요한 군자금이 실려 있을 수 있지만 총 배수량 5800톤에 불과한 함선에 200톤에 달하는 황금이 실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뉴시스
ⓒ뉴시스

8~9월 인양작업 돌입(?)…해수부 “구비서류 미비 신청 반려”

신일그룹은 오는 8월에서 9월 중으로 인양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한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인양을 위해선 먼저 돈스코이호의 소유권 등기를 해야 한다. 이어 해양수산부를 통해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양수산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발굴 승인신청 시 작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신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신일그룹는 “돈스코이호 소유권 등기를 20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매장물 위치 도면·작업계획서·발굴보증금 등 구비서류 미비로 신청이 반려됐다. 

신일그룹이 구비하지 않은 서류는 매장물 위치 도면, 작업계획서, 인양 소요 경비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증권 또는 재정보증서, 발굴보증금 등이다. 

동아건설·러시아와 소유권 ‘공방’ 예고

앞서 지난 2003년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했던 동아건설은 최초 발견자가 자신들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이에 신일그룹은 당시 동아건설이 발견한 것과 자신들이 공개한 배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원이 확인한 침몰 선체 사진 등 당시 발표 자료가 이번에 공개된 ‘돈스코이호’ 사진과 위치가 비슷해 같은 함선일 가능성이 커 소유권 분쟁이 예고된다.

동아건설은 지난 19일 “돈스코이호는 2003년 우리가 발견했고 그 사실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대외에 공표됐다”며 선을 긋고는 “포항해양청에 허가를 받아 정상적 루트로 해당 함선을 찾아낸 우리에게 최초 발견자의 권리가 있다”고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일그룹이 마치 침몰 113년 만에 최초로 발견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신일그룹의 주장을 일축했다. 

동아건설과의 소유권 분쟁 뿐만 아니라 인양이 본격화되면 러시아와의 소유권 분쟁도 예상된다. 

통상 군함은 국가영토로 간주돼 타국에 가더라도 주권이 면제되는 만큼 침몰 지점이 영해라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양도 쉽지 않은 ‘난제’

쉽지 않았던 ‘세월호’와 비교해 ‘돈스코이호’ 인양도 어려울 전망이다. 세월호는 6800t급 선박으로 수심 40미터 가량에 침몰해 있었다. 국민적 관심과 함께 온전한 선체 인양을 위해 6개월에 걸쳐 무려 2800억 원이 투입됐다.

신일그룹은 인양 발굴허가가 나면 기상상태 등을 고려할 때 3개월에서 6개월이면 배를 인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돈스코이호도 6200t급 선박으로 무려 100여년을 바다 속에서 잠들어 있었던 만큼 훼손이 심한 상태다. 돈스코이호가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비롯해 신일그룹이 주장한데로 금 200톤이 선체에 있다면 이를 온전히 회수하기 위해선 선체 인양에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바다 매장물을 발굴하려면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작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와 함께 매장물 추정가액의 10%가량을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당초 주장한데로 150조원의 가치를 신일그룹이 인정한다면 15조원을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또 발굴허가를 위해 관련 정부 부처 협의도 거쳐야 해 사업추진이 힘들 것이란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신일그룹, 주가조작·스캠코인 의혹 논란 

신일그룹은 제일제강이라는 코스닥 상장사 인수와 가상화폐 공개(ICO)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보물선을 인양해 15조원을 투자자에게 분배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일제강과 가상화폐 다단계 판매까지 얽히면서 주가조작과 스캠코인(사기코인) 발행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작전세력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신일그룹은 가상화폐 ICO라는 신종 수법으로 투자금을 조달해 제일제강을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신일그룹은 3차례에 걸쳐 신일골드코인 프리세일을 진행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일골드코인을 개당 200원에 7월 말 공개(ICO)하고 오는 9월 30일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상장 예정 가격은 1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100배 이상의 수익을 주겠다는 것.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에게 사전 판매하기 위해서는 코인 발행목적, 규모, 운용계획을 밝힌 백서(white paper)를 공개해야 하는데 신일골드코인은 백서가 존재하지 않아 스캠코인으로 의심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가만히 ‘보물선’ 열풍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물선’ 테마주와 관련 투자 주의보를 발령하고, 허위정보 유포를 통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과연 돈스코이호 발견이 50조 가치를 안겨줄 ‘대박’ 기회가 될 지, 아니면 각종 논란으로 인양조차 못한 채 ‘쪽박’이 될 지 두고볼 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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