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10대 잔혹범죄에 ‘소년법’ 논란 재점화…‘처벌 강화’ vs ‘교화 우선’
거듭되는 10대 잔혹범죄에 ‘소년법’ 논란 재점화…‘처벌 강화’ vs ‘교화 우선’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07.29 2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 못지않은 청소년 잔혹 범죄↑
다시 불붙은 소년법 존폐 논란
“강력범죄 소년 처벌 강화해야”
“엄벌보단 교화, 효율적 운용 우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피해자 사진 ⓒSNS 캡쳐/뉴시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피해자 사진 ⓒ게시글이 올라온 SNS 캡쳐/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무면허 교통사고, 폭행, 살인 등 10대들의 범죄 사건이 빈번히 알려지며 크나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지난달 발생한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까지 가해자가 모두 10대 청소년으로 밝혀지며 10대 범죄가 사회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미성년자의 보호 및 교화, 교육을 목적으로 한 ‘소년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지라도 10대는 성인보다 낮은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성인 못지않은 잔혹하고 끔찍한 10대들의 범죄 소식이 거듭되자 소년법을 폐지·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소년법을 면죄부로 악용하고 있다며 폐지하거나 더욱 강력하게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엄벌만이 처사가 아니라며 소년법의 일방적 폐지보다는 현행법을 유지하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년범 보호·교화 위한 ‘소년법’

‘소년법’이란 반사회성을 띠는 소년(19세 미만)에 대해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 등을 통해 건전한 소년으로 육성하는 법률이다.

형법 제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에게 형사 책임을 물 수 없다. 때문에 소년법에 따라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가 형벌을 받을 만한 범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봉사활동이나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형사처분이 가능한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경우에도 형법보다는 소년법이 우선 적용된다. 때문에 성인이라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를 18세 미만인 소년이 저지를 경우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이다. 살인 등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특정강력범죄법 4조’가 적용돼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에서 김모(당시 17세)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한 공범 박모(당시 19세)양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살해할 경우 무기징역에 처하지만 김양에게는 소년법상 특정강력범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가해자인 A(당시 15세)양과 B(당시 15세)양, C(당시 14세)양은 소년법을 적용받아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됐다.

의인정보시스템 캡처 ⓒ투데이신문
의인정보시스템 캡처 ⓒ투데이신문

실효성 의문, 폐지 공론화까지

잔혹한 강력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범은 상대적으로 성인범보다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때문에 소년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 강력범죄 가해자들이 반성하기는커녕 소년법을 면죄부 삼아 거침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들의 범행 사실을 SNS에 서슴없이 알린다는 등의 일화가 전해지며 소년법 폐지 및 개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가해자들은 떳떳이 생활하고, 집단 성폭행당한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오히려 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강화를 촉구하는 청원글은 3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소년법 처벌 강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64.8% ▲‘폐지해야 한다’ 25.2% ▲‘현행유지’ 8.6% ▲‘잘 모르겠다’ 1.4%로 집계됐다. 즉, 응답자의 90%가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소년법 처벌 강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2016년 11월 10일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만 해도 26건에 달한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괴물소년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괴물소년방지법은 소년법에서 규정하는 ‘소년’일 경우에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정강력범죄, 형법에 따른 ▲특수체포·특수감금 ▲상습범 ▲미수범 ▲체포·감금 등의 치사상 등을 소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 의원은 최근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날로 흉포화되는 소년범죄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원 의원은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뤄 조직적으로 또래 청소년을 노래방, 모텔 등에 집단 감금, 폭행, 담배빵 등 고문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청소년 한 명에 대한 집단 청소년의 가혹 행위는 피해자와 부모, 다수 청소년들에게 평생 씻기 힘든 트라우마”라며 “괴물소년방지법을 통해 소년판 조직폭력의 싹을 자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도 현행법상 형사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청소년을 보호처분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소년부로 송치결정을 내리면 심리 과정에서 죄질이 아무리 중해도 다시 형사사건으로 법원에 이송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고이상 형사처분의 필요성이 있는 청소년을 형사재판부로 재이송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신설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폐지보단 효율적 운용 고민해야”

하지만 폐지나 개정보다는 현행 소년법을 유지하되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혜욱 교수는 “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성인과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건 소년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판단”이라며 “소년들은 언론이나 영화를 통해 미화된 성인들의 조직폭력 등의 행태를 많이 접하고 있다. 아이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본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치 영웅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소년들이 잘못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어른들은 그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년법 안에는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국친사상과 교육사상이 내재돼 있다. 국가가 부모의 입장에서 소년을 최대한 보호하고 교육시켜 사회로 내보내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며 “소년을 성인과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년들의 범죄 대부분은 절도다. 언론에 보도되는 살인, 성매매, 집단 폭행 등의 아주 심각한 사건은 소년범죄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소년법이 폐지돼 형사처분하게 되면 (나머지 소년법을 통해 보호, 교화가 가능한 소년들까지)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로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원 교수는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지적하며 “소년법 폐지보다는 소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후 그런 환경에서도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그에 대해 엄중한 처벌 등이 이뤄져야지 소년들을 위한 사회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 행위만으로 소년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원 교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의 회복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분과 피해자의 회복은 같은 맥락에서 판단돼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이뤄지진 않는다.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회복은 별도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들을 위한 심리적, 경제적 피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국가차원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