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시판 ‘회사의 극기훈련을 막아주세요’ 청원
회사잡지 강매, 회장 성추행 등 사내 갑질 추가 폭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중견 공구 유통회사 크레텍책임(회장 최영수)이 주말에 극기훈련을 벌여온 것과 관련해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회사의 극기훈련을 막아주세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회사의 직원이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이 회사는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기르라는 취지로 금욜 저녁부터 토욜 낮까지 밤샘행군과 다음날에는 래프팅등을 한다”며 “올해 초는 마라톤 10km 참석이 있었고 월요일 출근하는 직원들이 연차나 반차쓰기라도 하면 일명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회장에게 보고가 들어가고 인사평가를 할때 반영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직원 불만이 많다”며 “군대도 아니고 다른 방법의 단합도 있을텐데. 회사의 강압적인 군대식 훈련을 법적으로 막아달라”고 청원했다.

지난 13일 시작된 청원은 현재(7월 30일)까지 1043명이 참여했다.

문제가 된 업체는 대구의 중견 공구유통업체인 크레텍책임으로 드러났다. 크레텍책임은 지난 7월 대구시로부터 ‘대구시 고용친화 대표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시가 크레텍책임을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제도 등이 지역 내에서 우수’한 기업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내부 목소리는 이와 달랐다. 크레텍책임의 대표는 매년 마라톤대회에 전직원을 참여시키는 ‘마라톤 경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 같은 근무시간 외 활동이 회사차원에서 참여형식만 갖췄을 뿐 인사상 불이익 우려가 있어 사실상 강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게 내부의 목소리다.

자신을 퇴사자라고 밝힌 이들이 남긴 댓글에서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 극기훈련은 어떻게 버틸까 그생각에 점점 여름이 다가오면 너무 두려웠다. 불참하려해도 눈치주고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라하는 등 불참할 수 도 없다”거나 “극기훈련, 마라톤 공지할 때 총무팀에선 항상 불참시 상여급 또는 인사에 반영된다고 말을 했다. 전 직원이 다 참석한 공지에서...”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또 어떤 퇴직자는 “극기훈련, 마라톤 등은 꼭 주말에 참여시키면서 반강제적으로 휴무반납해야하며, 미참여시 어떻게든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직원들을 불합리하게 괴롭힌다. 금요일 근무후에 거제도에 가서 야간산행 12시간하고 토요일에 3시간을 졸음운전하며 사경을 헤메던 그날을 생각하니 지금 살아있는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어진 청원 참여 댓글에는 회사잡지인 ‘공구사랑’을 직원들 뿐 아니라 거래처에 강매하거나 직원들의 종교활동 참여를 강제하는 등 갑질 행위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나아가 이 회장의 여직원을 상대로한 성추행 주장도 제기됐다. 한 퇴사자는 “회장의 성추행 고발하고 싶다”며 “음양의 조화라며 남자 손님오면 여직원을 접대부처럼 동행하는 문화, 회사 행사때마다 여직원은 옷이라며 한복 강제착용, 기 받자고 손주무르기 등등 이렇게라도 이야기하니 후련하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일자 회사에서는 대표가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극기훈련을 중단키로 했다.

크레텍책임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극기훈련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 내부적으로도 있었다”며 “그래서 작년 같은 경우도 직원을 반정도만 참여하는 것으로 줄였지만 직원들 대다수 의견도 그러해 지난 목요일(26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기회에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며 사과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원글에 댓글을 통해 폭로된 내용에 대해서는 “댓글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고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며 “종교활동 강요도 창업주께서 독실하시다보니 와전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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