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공장 노동자, 뇌출혈로 입원 후 일주일만에 사망
산재협 "직업성 질환 사후조치 없어 사망, 역학조사 해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갔다 일주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망한 노동자의 산업재해 가능성을 두고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단체인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에서는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측은 “노동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3일 한국타이어와 산재협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설비보전팀에서 근무하던 길모씨(48)가 지난달 19일 잠을 자다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 일주일만인 지난달 29일 사망했다. 지난해 2월 대전공장 정련 sub1팀 직원 이모씨(50)가 수면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된지 1년여 만의 일이다.

산재협은 길씨가 사측의 부주의한 직업성 질환 사후조치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재협은 지난 1일 길씨 사망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길씨는 지난 2007년 특수건강검진 결과 직업성 요관찰자(C1)로 분류됐던 질환자로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후조치가 전혀 취재지지 않아 급기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뇌출혈 사망자 길씨에 대한 역학조사를 즉각 실시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길씨 뿐 아니라 한국타이어 노동자 전반에 걸친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산재협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질병유소견자, 요관찰자 전원에 대한 전면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건강검진에 따른 질환자 분류와 사후조치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다. 산재협의 주장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와같이 따로 직원을 구분을 해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길씨의 사망과 산업재해 관련성에 대해서는 “(유가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한다면 노동부 쪽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우리가 말하기 쉽지 문제”라고 답했다.

산재협은 나아가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에 대한 재조사도 촉구했다. 산재협은 “지난 2008년 유해화학물질을 제외하고 진행한 조작된 역학조사를 재실시해야 한다”며 “근간 산업보건계에 악영향을 미친 산업의 등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모든 야당으로부터 추천받아 위촉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역학조사, 전수조사를 통해 직업연관성과 사망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다수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집단사망 원인과 산업재패 판정을 두고 꾸준히 논란이 되왔다.

산재협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총 160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을 비롯해 심근경색‧심장질환이나 암, 자살 등 다양했다. 이 중 산재인정을 받은 것은 25명에 불과했다.

연이은 노동자 사망사고로 지난 2007년 대전노동청 의뢰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실시, ‘돌연사를 유발할 만한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이나 작업환경적 위험요인을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산재협은 당시 역학조사가 한국타이어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 200여종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등 기본자료를 배제하고 제조공정 내 유해물질 목록, 노동자 특수검진자료 등 기본 데이터 조차 제공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허위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재조사 실시를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과거 역학조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도 아니고 정부기관에서 진행해 결과가 나온 것”이라면서 “재조사 요구는 산재협측의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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