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소득주도성장론, 외피는 성장이나 실상은 분배
정부의 최저임금 후속대책, 땜질 처방에 불과
최저임금 부작용, ‘최저임금 1만원’ 과도한 집착이 낳은 결과
정치적 타협 미명아래 졸속 누더기 노동정책 만들지 않을 것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실 제공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실 제공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0대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이끌 관련 세부 정책들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당은 중진급 정책통 의원들을 다수 배치하며 무게감을 올렸다. 10년 만에 환노위원장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김학용 위원장을 중심으로 최근 벌어진 내년도 최저임금 논란, 나아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학용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라는 대선공약에 사로잡힌 과도한 집착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실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현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노동자 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의 조화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자리 증대와 고용 안정을 위해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일자리와 고용 안정을 최저임금이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가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자 보호-노동시장 유연성의 조화, 노동정책 핵심 돼야

Q. 환노위가 후반기 국회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노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환노위는 모든 사회 갈등이 압축돼 있는 상임위다. 노사 의견 대립이 크고, 이해관계 또한 첨예하다. 현재 환노위에 관련 법안만 1209건 정도 계류돼 있는데 처리율이 23%가량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동 관련 입법은 첨예한 이견이 많고, 법안 하나하나가 민감하다. 그 속에서 여야 간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본다.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

Q.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지금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활기를 되찾은 나라 중에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오늘날 독일이 구가하는 호황의 기반은 슈뢰더 정부의 노동개혁이다.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는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 역시 노동개혁이다. 우리도 ‘노동자 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하고 안전한 모델을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Q.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평가한다면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서 비롯된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건데, 여기서 노동자 임금 증가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증가가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나 정부 재정 등 다른 부분의 소득 일부를 이전한 것에 불과하다. 성장이란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분배다. 이렇게 이전한 소득 증대가 우리 경제 성장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경제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문재인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 들어 잘 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됐다. 통계청이 올 1분기 분석한 가계 소득에 따르면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3% 늘고, 하위 20% 가구는 오히려 8% 줄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노동자는 소득이 오르지만, 최저임금 인상 압력으로 폐업한 자영업자와 해고 노동자는 소득이 줄어 되레 전체 가계소득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게 팩트다.

Q.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최저임금위는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공익위원은 노동자나 사용자 사이를 조정하고 중재해야 하지만 그간 지나치게 친정부·친노동 등 특정 입장만 대변해 왔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요즘 울분을 터트리는 소상공인이나 저소득 근로자 입장을 대변해 주는 사람들도 위원회에 없다. 때문에 공정한 최저임금위를 위해 구성 자체를 손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위원을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1명, 여당에서 4명, 야당에서 4명 추천하는 법안도 들어와 있다. 궁극적으로는 최저임금을 과연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 혹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실 제공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실 제공

일자리·고용안정을 최저임금이 뒷받침하는 구조 만들어야

Q.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대해 정부는 오는 8월 중 후속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속대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정부가 최저임금 후속 대책들을 내놓는다지만 하나같이 본질을 벗어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납품단가 인상, 신용카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인하, 불공정 가맹계약 시정 등은 장기적으로 당연히 살펴봐야 할 과제들이지만 최저임금과는 사실 거의 상관없는 문제다. 또 지난 7월에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지원(일자리안정기금 3조원)해주는데 더해,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액을 현재의 2배 안팎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소요될 재원만 매년 2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따른 저소득층의 소득 공백을 또다시 세금으로 때우는 셈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세금주도성장이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정책의 부작용을 세금을 퍼부어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 빚을 전가하겠다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일자리가 늘고 고용이 안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게 임금 오르는 것보다 중요하며, 일자리와 고용 안정을 최저임금이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Q. 최저임금 인상 논란으로 인한 갈등이 ‘을(乙)간의 전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을의 전쟁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실험 탓이다. 아무리 취지와 이상이 좋아도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현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라는 대선공약에 사로잡힌 과도한 집착이 낳은 결과일 뿐이다.

Q. 주 52시간 근로제의 연착륙도 관건이다. 어떤 방안이 있겠나

주 52시간 근로제는 지난 2004년 도입한 주 5일 근무제 못지않게 노동자의 생활과 직장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급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오는 2020년까지 최대 33만6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규제개혁, 노동개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제도 개선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환노위 차원에서 관련 보완 입법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겠다.

Q. 위원장으로서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둘 사안은 무엇인가

여야 간 이견을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위원장의 역할이 있다. 대화를 통한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정치적 타협이란 미명하에 졸속으로 누더기 노동정책을 만드는 일만큼은 없도록 하겠다. 미숙한 노동 정책은 한번 실천되면 되돌릴 수 없고,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다준다. 허다한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반쪽짜리 노동정책이 계속 나오는 한 노동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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