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로망스⑥] “나는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입니다”
[레인보우 로망스⑥] “나는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입니다”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08.20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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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스틸컷 <사진 출처 =Prayers for Bobby 공식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I know now why God didn‘t heal Bobby. He didn‘t heal him because there was nothing wrong with him···Bobby‘s death was the direct result of his parent‘s ignorance and fear of the word gay” (저는 하나님이 바비를 치료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 알았습니다. 하나님은 바비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를 치료하지 않은 것입니다.···바비의 죽음은 부모의 무지와 게이에 대한 두려움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에서 동성애자의 날을 만들기 위한 지역 회의 중 연설에 나선 주인공 어머니의 대사 일부입니다.

주인공 바비 그리피스는 게이입니다. 하지만 바비의 어머니 메리 그리피스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말하죠. 때문에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메리는 동성애를 치유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아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좌절감과 상실감을 견디지 못한 바비는 결국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맙니다. 메리는 뒤늦게 자신이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걸 깨닫고 동성애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합니다.

바비는 단순히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실존 인물입니다. 어쩌면 현존하는 성소수자들의 거울일 수도 있죠. <투데이신문>은 우리 주위의 바비와 메리를 만났습니다. MTF(Male to Female transgender·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 트랜스젠더 미야씨·어머니 물씨, 게이인 소울씨·어머니 스텔라씨를 통해 성소수자 자녀와 그 부모 간의 가족애를 들여다봤습니다.

MTF 트랜스젠더 미야씨와 어머니 물씨ⓒ투데이신문

아들이 딸이 된 어느 날

찰랑이는 머릿결과 오뚝한 콧날인 인상적인 미야(22)씨는 MTF 트랜스젠더입니다.

미야씨가 자신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무렵입니다. 어느 하나를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다른 남학생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고민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지다가 3학년이 돼서야 스스로가 트랜스젠더임을 자연스럽게 정체화하게 됐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당연스럽게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어머니 물(48)씨가 기억하는 미야씨의 어린 시절은 남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유치원에 간 미야씨는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유난히도 소꿉장난을 좋아했습니다. 당시 한창 MTF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됐던 탓에 물씨는 당시 아들의 그런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염려스러운 마음에 담임선생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남동생 밖에 없어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 일이 없어 호기심에 그러는 거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물씨의 걱정은 미야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됐습니다. 미야씨의 주위에는 여자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쯤 은연중에 남자 친구보다 여자 친구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자 ‘남자 친구들은 거칠고 폭력적이라 싫다’고 했다고 합니다.

사춘기도 남달랐습니다. 또래 남자아이들은 반항을 한다는데 미야씨는 무기력하고 우울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혼자 휴대전화를 가지고 노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렇게 미야씨는 점점 혼자만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미야씨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매우 못마땅해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둘째 아들과 비교했을 때 소심하고 내성적인 미야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다 보니 ‘아이의 양육은 엄마의 역할인데 당신이 애를 감싸고 오냐오냐 키우니 저렇게 나약한 것 아니냐’고 저를 원망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미야를 일부러 체육관에 보내기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은 그렇게 하면 아이가 외향적으로 바뀌고 남성성이 커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 같아요.”

미야씨도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에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제가 머리카락이랑 손톱 기르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손톱 잘라라’, ‘머리카락 잘라라’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저로서는 정체성 측면에서 굉장히 디스포리아(Dysphoria, 불만족감·불안)를 느꼈죠. 또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일부러 체육관을 보내는 것도요. 아빠는 그것들을 통해 저에게 남성성을 기대하셨던 거죠.”

MTF 트랜스젠더 미야씨의 어머니 물씨 ⓒ투데이신문

“내가 왜 이러는지 엄마가 맞춰봐”

미야씨가 무기력해질수록 영문을 모른 채 이를 지켜만 보던 부모님과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야씨는 갑작스럽게 어머니 물씨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정체성을 알게 된 건 1년 반쯤 됐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는 당사자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나서 커밍아웃을 한다고들 하는데 반면 미야는 그러지 못했죠. 아이의 무기력함이 길어지다 보니까 갈등의 골이 깊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무기력함의 원인에 대해서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내가 왜 이러는지 맞춰보라’고 도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성적인 부분 때문이냐’는 질문을 던졌죠.  아이의 성정체성을 알고 꺼낸 얘긴 아니에요. 단지 성이라는 모든 것을 통틀어 던진 얘긴데 아이가 당황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맞춰보라’고 도발하더라고요.”

미야씨도 가족에게 커밍아웃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25살까지 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그때 유서에나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려고 했죠.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물씨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물씨는 이제 딸의 앞날을 응원해주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물론 자녀의 급작스러운 커밍아웃 이후 혼란스러운 것은 물씨도 여느 성소수자 부모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함께 고민도 하고 상담도 받으며 아들에서 딸이 된 미야씨를 이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MTF 트랜스젠더 미야씨와 어머니 물씨ⓒ투데이신문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야씨는 1년 전 아버지에게도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사실 어머니와 얘기하는 걸 우연히 아버지가 듣고 알게 됐기 때문에 들킨 거나 다름없죠. 워낙 보수적인 아버지가 미야씨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죠.

“남편이 미야의 정체성을 알았을 때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죠. 아이는 자살이라도 할 것처럼 통보하고 무작정 집을 나갔고요. 제가 급하게 연락을 해 미야 외삼촌에게 미야를 부탁했어요. 그 일이 있고 이틀 후쯤 ‘연락해서 이제 그만 집에 들어오게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남편도 미야를 어느 정도 다독여주나 했는데 요즘엔 퇴행기에 접어들었어요. 아이가 나아지기는커녕 역동성도 찾지 못하고 방향성을 잃고 있는 거 같아 보여서 그런가 봐요. 물론 지금은 성소수자 모임에 마지못해서라도 보내주는 등 예전보단 나아졌어요. 반쯤 포기하지 않았나 싶어요. 남편이 못이기는 척 따라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야씨도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조금더 노력해주길 원합니다. 

“아빠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한 번 나왔으면 좋겠는데 꺼려 하세요. 직접 당사자와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좋을 텐데 말이죠.”

물씨는 속상해하는 딸 미야씨를 ‘아빠도 너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거야’라며 따뜻하게 위로해줍니다.

“남편도 아이를 걱정하는 건 똑같아요. 저랑 접근 방법이 다른 것뿐이죠. 아이를 밀어낸다기보다는 트랜지션(성전환)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부작용, 아이가 살아갈 미래 이런 걱정 때문에 멈칫한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은 거죠.”

2018 서울 퀴어문화축제 무대에 오른 성소수자 부모모임 ⓒ투데이신문

커밍아웃 없는 세상을 꿈꾸다

미야씨의 커밍아웃이 있기 전 성소수자는 물씨에게 그저 남 일에 불과했습니다.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생소했죠. 알고는 있지만 저하고는 무관한 별칭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청소년 교육을 전공했지만 성소수자 관련 공부는 늦게 시작했어요. 어쨌거나 나름대로 그 문제에 있어 나름대로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정보를 찾아보며 성소수자 모임을 알게 됐어요. 근데 선뜻 가보지 못하겠더라고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임에 나가면 아이를 무조건 인정하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거부했던 거죠.”

최근 물씨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야씨를 이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 중 하나랄까요. 물씨는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가장 큰 바람은 미야를 포함해 많은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이 굳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선택이 아닌 타고난 것이라는 정보가 많으니까 후에는 커밍아웃 없이도 자연스럽게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게이 커플 소울·제임스씨와 어머니 스텔라씨 ⓒ투데이신문

30여년간 숨겨온 아들의 비밀

올해로 9년 차를 맞이한 장수 커플인 소울(35)씨와 제임스(32)씨는 게이입니다. 10년이 되는 해 두 사람은 길고 긴 연애의 마침표를 찍고 서로의 평생 반려자가 되기 위해 결혼을 합니다.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말이죠. 소울씨의 어머니 스텔라(62)씨는 둘째 아들을 얻게 될 기쁨에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세 사람은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었을까요.

소울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의 성정체성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는 우정과 사랑이 가장 힘든 문제였다고 말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성소수자와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학교 다니면서 친구와 연애 문제가 저를 가장 힘들게 했어요.동성애자라는 스펙트럼 안에서도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일 수 있는데, 저는 어느 쪽에도 맞지 않았어요. 보통 이성애자 남자친구들은 또래의 여자나 운동, 게임 등에 관심을 갖는데 저는 아니었죠. 그렇다고 여성적인 친구들과도 대화가 통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했죠. 또 학교 밖에서 친구나 파트너를 찾으려 해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고 게다가 성인만 활동이 가능했거든요.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외로움도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스텔라씨는 아들이 어린 시절 소풍 갔다가 맞고 왔던 게 혹시 성정체성 문제와 연관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소울씨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요.

“어느 날 소풍을 갔는데 맞고 돌아왔더라고요. 혹시 그때 내 아들이 다른 아이들하고 달라서 두들겨 맞은 건 아닌가 싶어서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아들이 굉장히 우울해했던 기억이 나요.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나름 신호를 보냈을 텐데 엄마는 알아듣지 못하고. ‘엄마 죽고 싶어’라는 말도 했던 거 같아요. 사춘기인 줄만 알고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어요.”

게이 커플 소울·제임스씨 ⓒ투데이신문

“힘들었지, 앞으로 잘살아보자”

소울씨는 부모님께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님께 비밀로 한다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제 성지향성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연애도 하고 (성소수자) 친구를 사귄 후에도 그런 생각은 변함없었죠. 심지어 제임스를 만나면서도요. 그런데 제 반려자를 만나 동거까지 하는데 부모님께는 친구로 소개해야 하는 등 일상이 점점 불편해지더라고요. 또 주변에 있는 성소수자 커플이 결혼을 위해 이민을 갔는데 부모님께 어떤 이유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은 자식이 일하러 간 줄 아실 텐데, 나도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밝혀야겠다고 결심하고 고민하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가기로 했어요.”

소울씨는 막상 커밍아웃을 하려고 하니 너무나 고민스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아들의 커밍아웃에 부모님께서는 아주 교과서적인 반응을 보이셨다죠.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나니까 오히려 고민스럽더라고요. ‘편지로 밝혀야 할까, 아니면 전화로 해야 할까’ 방법, 분위기 모든 게 걱정스러워서 섣불리 용기 내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는 해외 출장을 가고 누나는 야근으로 집에 늦게 온다길래 기회다 싶었죠. 그래서 밥 먹으러 가겠다며 부모님을 찾아뵀어요. 가장 저답게 얘기한 거 같아요. ‘제임스와 나는 특별하다’고 말씀드리니 처음에는 눈치를 못 채시더라고요. 그러다 ‘나는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표정에서 동요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곧바로 ‘힘들었겠구나. 앞으로 잘살아보자’라는 모범 답안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무척이나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이 정리됐어요. 오히려 제가 ‘질문 없으세요’라고 여쭤봤어요.”

내색은 안 했지만 아들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스텔라씨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무척 힘들었어요, ‘내가 뭘 잘못했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성당에 잘 안 나가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당사자가 가장 힘들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요”

게이 커플 소울·제임스씨와 어머니 스텔라씨 ⓒ투데이신문

내 아들의 남자 친구

제임스씨는 소울씨를 만나며 비로소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교회를 다니기도 했고요. 한국에 와서 형(소울씨)을 만나게 됐어요. 연락을 주고받고 실제로 만나면서 형을 좋아하게 됐고 제 정체성을 깨달은 거죠.”

소울씨는 제임스씨를 모 웹사이트를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모 웹사이트를 통해 쪽지를 주고받아야 했어요. 당시 제임스의 프로필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흑백사진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아 먼저 연락했죠. 그렇게 2주 정도 쪽지만 주고받다가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요. 처음에는 둘 다 서로를 좋게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제임스가 제 질문에 다 짧게 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닌가보다 싶었죠. 그날 술을 마셨는데 그때 제임스가 저를 보는 눈빛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분위기가 급격하게 풀렸어요. 그리고 술집 계단에서 제임스가 먼저 제 볼에 뽀뽀를 했어요. 그게 저희의 1일이에요(웃음). 사귀고 한 달 반쯤 됐을 때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어요.”

제임스씨는 두 사람이 다른 점이 많아 사귀는 동안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취향이랑 모든 게 달라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사귀면서도 굉장히 많이 싸웠죠. 그래도 이제는 9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만나다 보니까 서로의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을 눈치챌 만큼 서로를 잘 알게 됐어요.”

소울씨 가족과 제임스씨가 왕래하며 지낸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두 사람이 만남을 시작한 그해 추석에 처음 만나 이후 종종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커밍아웃 전까지는 그냥 친한 동생으로만 소개했다고 합니다. 스텔라씨는 두 사람을 보며 ‘잘생긴 아들들이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답니다.

스텔라씨는 제임스씨가 아들의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에게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아들의 파트너라는 걸 몰랐을 때도 좋았지만 알고 나니 더 좋아요. 진즉에 알았으면 가족으로서 더 애틋하게 잘해줬을 거예요. 지금은 잘해주고 싶어도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해 속상해요.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항상 헤어질 때 안아주고 뽀뽀도 해줘요(웃음).”

소울씨와 제임스씨는 만난 지 10년째 되는 내년 9월 결혼을 합니다. 2020년 즈음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법적인 결혼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텔라씨는 두 사람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그냥 저는 지금까지처럼 지지하고 응원하고 사랑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알아서 잘 살 테니까요. 믿음과 신뢰만 유지하면 앞으로도 걱정은 없을 것 같아요.”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스틸컷 <사진 출처 =Prayers for Bobby 공식 홈페이지>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물씨와 스텔라씨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다니면서 느낀 게 자식은 ‘혹시 우리 부모님이 내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고, 부모님은 자식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이것저것 물어보지 못하고 난감해 하더라고요. 부모와 자식이 서로 지나친 배려를 하고 있어요. 때문에 거리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더라고요. 저와 미야도 마찬가지고요. 지나친 배려는 거둬두고 서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와 자식 간에는 사랑이라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존재해요. 부모님을 믿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또 다른 바비와 메리가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어 손을 맞잡고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나아가길 바랍니다.

※ 본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플랫폼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