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대신 단기 택한 정당들…그 속내는
위기에 빠진 정당…결국 올드보이 찾게 돼
올드보이 인해 낡은 이미지 각인되고 있어
올드보이 당권 잡으면 젊은 정치인 입지 좁아져
젊은 정치인 문호 넓혀야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

지난 2007년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왼쪽부터) 당시 후보 ⓒ뉴시스
지난 2007년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왼쪽부터) 당시 후보 ⓒ뉴시스

각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을 보면 그야말로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각 당들은 혁신과 리더십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올드보이가 당권을 잡게 되면 혁신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신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각 정당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그만큼 현 시대정신을 대변할 젊은 인사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 정치권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속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이해찬 의원은 66세,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출마한 손학규 후보는 70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65세다. 현재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59세,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가 60세, 민주평화당 조배숙 전 대표가 61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균 나이가 상당히 올라간 편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리더십을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는 결국 돌고 돌아 올드보이에게로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다.

위기의 정당, 그가 필요하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안철수 전 후보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평화당 역시 지선 참패 이후 당의 존립기반 자체가 위태롭게 되면서 결국 정동영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정치적 역량이 높은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의 분열 상황이 닥쳐도 이를 헤쳐나갈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상황의 당 안팎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안정론에 힘이 실리다 보니 결국 각 당은 올드보이에 관심을 두게 되는 셈이다.

올드보이는 왜

문제는 올드보이 당 대표로 인해 당이 노쇠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당도 조직이기 때문에 보다 젊은 인사가 우두머리가 된다면 당이 활기를 띨 수 있다. 하지만 올드보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은 아무리 활기차게 보이려고 해도 노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하급말단 조직과 상부조직 간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 물론 상부조직은 계속해서 자신은 하부말단 조직과 소통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본인의 생각이다. 하급말단 조직은 상부조직이 노쇠하다고 판단하면 쉽게 말을 걸기가 어려워진다. 설사 말을 건다고 해도 세대차이를 느끼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될 수밖에 없다.

정당 조직은 수평적 구조로 이뤄진 조직이다. 당 대표가 노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당이 아무리 활기를 띠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젊은 정치인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별로 열리지 않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당 대표가 젊다고 생각하게 되면 젊은 정치인들은 발언 기회를 자주 가져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넓히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은 활기를 띠면서 흡사 쇄신하는 듯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거꾸로 올드보이가 당권을 쥐게 되면 젊은 정치인들은 아무리 자신이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닫고 귀를 막아버리게 된다. 그로 인해 불통의 정당이 된다.

물론 이에 대해 올드보이도 할 말은 있다. 자신들은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발언을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올드보이의 생각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젊은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즉, 올드보이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빠른 속도로 정당이 노쇠한 이미지로 덮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0월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서울, 경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왼쪽부터) 당시 후보 ⓒ뉴시스
지난 2007년 10월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서울, 경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왼쪽부터) 당시 후보 ⓒ뉴시스

안정과 쇄신 사이에서

당으로서는 단기적 시각에서는 올드보이에게 당을 맡겨야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올드보이에게 과연 당을 맡기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이 시스템하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특정 개인의 특출난 리더십에 의해 당이 이끌어질 경우 비민주적인 시스템이 되면서 당이 경직되고 그로 인해 쇄신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 정치인들의 유입과 성장이 가로막히게 된다는 점이다. 올드보이가 당권을 잡게 되면 당장 당은 안정을 찾게 되지만 그로 인해 젊은 정치인의 정치적 토양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인에게 모든 것이 맡겨지면서 결국 참패를 겪게 됐지만 민주당은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시스템 정당으로 만들어져 집권까지 하게 됐다. 때문에 젊은 정치인들의 문호를 개방해 그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부터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청년위원회 등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당내에서 많이 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젊은 정치인들을 위한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올드보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당이 안정을 찾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올드보이의 귀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