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위급하지 않았던 상황...방치하지 않았다"

롯데월드에서 오후 12시 30분에 진행되는 '로티의 모험' 퍼레이드 공연 ⓒ롯데월드 홈페이지
롯데월드에서 오후 12시 30분에 진행되는 '로티의 모험' 퍼레이드 공연 ⓒ롯데월드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롯데월드가 폭염 속에서 공연을 하다 열사병으로 쓰러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이하 비상구)에 따르면 롯데월드 어드벤쳐 엔터테이먼트팀 소속 공연 아르바이트 노동자 A씨(캐릭터 ‘캐스트’)가 인형탈을 쓰고 퍼레이드 공연을 하던 도중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지난 7월 24일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이동하던 중 쓰러져 의무실로 이동해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조퇴했다. A씨는 다음날인 25일에도 퍼레이드 공연을 하다 또 다시 쓰러졌다.

하지만 A씨는 의무실이 아닌 대기실 맨바닥에 옮겨졌다. 게다가 구급차도 바로 부르지 않았다.

정의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료들이 119구급대를 부르려 했으나 현장감독은 “탈진인 것 같다. 누워있으면 괜찮다”며 시간을 지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A씨의 의식이 불분명해지자 뒤늦게 119구급대를 불렀다. A씨가 쓰러진지 무려 45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수액을 투여한 뒤에야 퇴원했다.

A씨의 동료 B씨는 “회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 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며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서 스케줄이 안 나오면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배역을 빼야 하는데,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났던 지난달 24일과 25일은 폭염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당시 캐릭터 퍼레이드 공연에 나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타이즈에 여러겹의 옷을 껴입고, 인형탈을 쓴 채, 장갑까지 착용해야 했다. 롯데월드가 실내 온도를 26℃로 유지했다지만 폭염 속 유리 천장 아래에서 공연하는 노동자들의 체감 온도는 실외 온도 그 이상이다.

회사 측에서 아이스조끼를 지급하지만, 공연 의상의 특성상 입기 어려워 이를 착용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의상 때문에 아예 아이스조끼를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회사 측에서 제공한 아이스조끼는 공연하는 인원 수 보다 적게 지급됐다.

롯데월드 측은 쓰러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방치하지 않았다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응급상황 시 발견 직후 119에 신고하지만 A씨의 경우 의식이 있는 상태라 가까운 의무실로 옮겼다. 혈압이 떨어지는 등 더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119를 불렀을 것”이라며 “노동자가 쓰러졌을 당시 의무실로 바로 데려갔다. 간호사가 옆에서 계속 케어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 대비 안전 대책과 관련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공연 횟수를 조정하거나 근로자와 면담을 진행하는 등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이스조끼를 입거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 외에 근로자의 근무개선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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