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를 입증할만한 증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오전 안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판결했다. 피해자 김지은(33)씨의 진술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 만으로는 모든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수행비서로서 해외 출장에 동행한 김씨를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 한 혐의,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1월 관용차 안에서 강압적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4월 11일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 존재 여부 ▲위력 행사 여부 ▲위력 행사와 관음 관계의 연관성 ▲이로 인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피해 여부 등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 등 위력을 이용해 김씨를 성추행했는지를 유무죄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의 도지사로서 공무원을 임면할 권한이 있는 점, 대권주자로 거명되던 인물인 점을 바탕으로 그와 김씨 사이에 위력이 존재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평소 안 전 지사가 김씨를 포함한 주변 직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할 정도로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행사하거나 과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안 전 지사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해 간음과 추행을 각각 4회와 1회에 걸쳐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 판단을 통해 제출된 증거 자료와 김씨 측의 진술 만으로는 해당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울러 2017년 7월 러시아호텔에서 “외롭다, 안아 달라”는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김씨가 응한 정황이 확인됐고, 이후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존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토대로 성관계와 신체접촉이 안 전 지사의 위력으로 이해 김씨의 자유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는 수준의 강제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씨가 미투 운동에 대해 상당히 인지하고 있고 운전비서가 김씨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르자 직접 이의 제기하는 등 성적 주체성과 자존감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도덕적인 시각과 법적으로 처벌하는 체계 사이에 괴리 존재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상급자의 성관계 요구에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하거나, 거절이나 저항이 아니더라도 나름 거절의 태도를 보여 진정한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행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로는 피고인의 행위를 성폭력범범죄 처벌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행·협박 등 위력 행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이어지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또는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간으로 보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 정책적 측면의 문제다”라며 “이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성문화와 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명한 점, 피해자가 수차례에 걸쳐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한 점 등 인적·물적 증거들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씨 역시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겠다.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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