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 옥죄기 성공
인위적 인적 청산 대신 보수 신가치 창출 주력
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하락, 반사이익 못 얻어
당내 갈등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은 시간 문제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수락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수락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인위적 인적 청산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는데 상당한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 ‘국가주의’ 프레임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를 덧씌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서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 김병준 비대위는 또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취임하면서 했던 첫말은 인위적 인적 청산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결정은 현실론에 입각한 결정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20년 총선까지 1년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비대위는 그야말로 무기가 없는 비대위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갈 곳을 잃고 헤매며 지지율이 대폭 하락된 시점에서 쇄신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물갈이가 이뤄지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 물갈이를 아예 버렸다. 물론 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을 갖고 있지만, 당장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내비칠 경우, 계파 갈등만 더 불거질 뿐이기 때문에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김병준의 한달

김 위원장의 한달은 다른 여타 비대위원장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였다. 다른 비대위원장의 경우에는 당의 혁신을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고 표방해왔다. 하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되면서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함에 따라 당내 계파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인적 청산을 포함해 아무런 개혁도 하지 못하고 비대위를 끝내야 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이 처음 내세운 것은 ‘보수의 새로운 가치 재정립’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6.13 지방선거 참패를 겪으면서 보수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산업화’라는 보수의 한 축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중에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신화라는 바탕이 있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화가 무너지게 됐고, 이에 따라 산업화라는 보수의 이념이 무너지게 됐다. 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안보’ 프레임 역시 무너지게 됐다. 그동안 보수를 뒷받침해오던 ‘산업화’와 ‘안보’라는 이념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보수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신세가 됐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앞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찾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국가주의 프레임은 성공했지만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내세운 것이 바로 ‘국가주의’ 프레임이다.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 정부라면서 민간의 자율에 모든 프로세스를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내세웠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비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가 탈권위주의적이면서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정부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를 차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면서 탈권위주의로 가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는 그동안 보수가 산업화와 안보를 내세우며 국가주의를 표방했다면, 앞으로는 신자유주의 보수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경제분야에는 ‘민간자율’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내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프레임은 정치권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기업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주의 프레임을 덧씌워버림으로써,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경제관을 갖고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평가가 있다. 아울러 기존 보수의 가치인 국가주의 보수 이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로가 있다.

하지만 여러 난관도 있다. 우선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55.6%를 기록했다. 민주당 역시 진보층의 지지가 크게 이탈(7.3%p 하락)하며 지난주보다 3.6%p 떨어진 37.0%를 기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1%를 기록했지만, 전주 지지율이 19.2%인 점을 감안할 때,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전국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7.0%이며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동안 자유한국당은 그 지지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제1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정의당이 이익을 얻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다소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건국절 논란은 계파 갈등 신호탄

여기에 최근 자유한국당은 ‘건국절’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단순히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만들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내 계파 다툼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에 대해 반기를 든 상황에서 ‘국가주의적 사관’으로 건국절 논란을 일으킨 것은 곧 김병준 위원장의 국가주의 프레임에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본격적인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취임 때 내년 1월까지 비대위 체제가 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목소리가 지난 한달 동안은 잠잠했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본격화된다면 그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 카드 등을 꺼내 들게 된다면 계파 갈등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 재건의 방향과 출발점이 잘못됐다”며 “당이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수우파의 정치적 구심체인 한국당이 다시 굳건히 설 수 있게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점차 김 위원장의 비대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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