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입찰예정가 논란 등 갖가지 의혹 제기돼 초반부터 ‘시끌’
삼성물산, 분쟁조정 신청했다 취하…법적소송 가능성도 솔솔
7월 10일 한은과 협상 재개했지만 입주 늦으져 혈세 줄줄새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 설계 조감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 설계 조감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당초 오는 2020년 6월 새 건물을 완성해 입주할 계획이었던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은의 삼성본관 더부살이가 상당 기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월 13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지출로 국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은 통합별관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계룡건설은 심의위원들의 평가 담합 의혹, 입찰예정가 초과, 부정당 업체 논란 등으로 최종 계약에 앞서 이슈가 되면서 지연이 예고됐다. 이어 입찰 경쟁 상대였던 삼성물산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최종 계약이 현재까지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물산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면서 지난 7월 한은과 협상을 재개했지만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은커녕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소송’을 위해서 조정을 취하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협상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통합별관 공사 입찰부터 ‘시끌’ 

한은 통합별관 건축공사는 현재 한국은행 제1별관을 철거한 뒤 통합별관으로 재건축하고 본관은 리모델링해 통합별관과 연결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0년에 준공한 뒤 한은 설립 70주년인 그 해 6월 기념행사를 통합별관에서 개최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특히, 총 3600억원에 달하는 공사규모는 지난해 발주된 공공 건축공사 중 최대 규모로 한은이 조달청에 위탁해 낙찰자를 선정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입찰은 기술제안서 80%, 입찰금액 20%가 반영됐다. 당시 계룡건설은 기술제안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조달청은 기술제안서 평가와 입찰금액 평가를 거쳐 지난해 12월 11일 계룡건설을 낙찰 예정자로 선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월 낙찰계약이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곧바로 계약으로 진행되진 못했다. 당시 심의위원들의 평가점수표가 공개되면서 계룡건설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당시 4명의 심의위원들이 모든 항목에서 똑같은 평가를 내리면서 평가 담합의혹이 나온 것.

또 아쉽게 2순위로 밀린 삼성물산이 부당하다고 맞서며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공사는 협상도 하기 전에 미뤄졌다.

당시 삼성물산은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계룡건설이 적어낸 입찰금액이 한은의 입찰예정가보다 높은데다가 계룡건설이 과거 부산대병원 공사 때 뇌물을 준 혐의로 부정당 업체로 제재를 받았는데도 한은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분재조정위원회로 넘어간 이번 사안은 심의 절차를 밟던 중 6월 19일 삼성물산이 “법리검토를 더 하겠다”며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으려 하거나 법적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삼성물산 관계자도 “6월에 분쟁조정을 취하한 이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은-계룡건설, 협상 지지부진…착공은 언제?

이후 7월 10일 계룡건설의 요구에 따라 한은은 협상을 재개했지만, 당초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0년 6월 입주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입주가 늦어지게 됐다. 

또 재건축 기간 동안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 중인 한은은 월 임대료 13억원에 달하는 사무실에서 예상보다 늘어난 기간에 대한 임대료 70~100억원 가량 더 내게 돼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공사지연에 따른 일부 우려에 대해 한은과 계룡건설은 느긋한 반응이다. 한은과 계룡건설 측은 향후 계약과 착공까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술형 입찰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늦어지고 있을뿐 협상은 재개 이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계룡건설 관계자도 “우선협상 기간이 3~4개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충실하게 한은과 만나 협상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착공에 들어가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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