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만 권리당원 ARS 투표 시작…권한 더욱 막강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이후 권리당원 늘어나
권리당원에 좌우되는 더불어민주당, 앞으로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오히려 지지율은 하락하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부터), 김진표,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시당 대의원대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부터), 김진표,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시당 대의원대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ARS 투표가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이 ARS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사실상 표심이 여기서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권리당원이 움직이는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정당은 유령당원 논란 등이 있지만,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치면서 권리당원의 힘이 운명을 좌우해왔다. 때문에 권리당원이야말로 민주당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자들은 지난 20일부터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73만 권리당원의 표심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은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여론조사 10%, 당원 여론조사 5%다. 얼핏 보면 대의원 투표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리당원 중 열혈 권리당원이 대의원이 되는 구조이다. 민주당은 일반 당원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게 되면 권리당원이 된다. 그 권리당원 중 열혈 권리당원에게 대의원이 되는 자격이 부여된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권리당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변화

민주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독특한 점은 바로 권리당원의 힘이 상당히 세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이후 친문 지지층이 대거 온라인 당원 가입을 했다. 이에 2015년 12월에 10만 당원을 넘어, 2016년 전당대회 당시에는 23만에 달하는 권리당원을 보유했다. 이후 올해 민주당 권리당원은 73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금까지 어느 정당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역대급’ 권리당원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300만 당원이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한다. 반면,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의 경우에는 정확한 숫자는 없지만, 민주당보다는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어느 후보에게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당권의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3만에 달하는 권리당원은 단순히 6개월 이상 당비만 납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실제로 민주당 권리당원은 다른 정당의 권리당원과 성격이 다르다. 타 정당의 권리당원은 당비를 납부하지만, 정당 활동에는 크게 적극적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민주당 권리당원은 사안이 생길 때마다 다른 당들에 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 지도부나 현역 의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이 담긴 발언 등을 하면 문자폭탄 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때문에 다른 정당의 권리당원에 비해 보다 ‘극성스럽다’고 표현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부터), 김진표,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부터), 김진표,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극성스러운 친문 지지층

때문에 민주당 전대에 나선 후보들은 권리당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그 권리당원의 70% 이상은 친문 지지층이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은 친문 지지층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초반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 문제를 놓고 후보 간의 설전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해서 후보들이 연일 논평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운명은 2015년 이전-이후로 나뉠 정도로 그간 권리당원의 힘은 엄청나게 강해졌다.

이번 당 대표에 출마한 이해찬·송영길·김진표 후보는 그동안 친문 지지층을 잡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만큼 친문 지지층의 힘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는 25일 전대를 통해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만, 사실상 20일부터 시작된 ARS 투표가 완전히 표심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4만명에 달하는 일반당원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여론조사기관 2곳이 1000명의 샘플을 추출해 조사할 때 투표권을 행사한다.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1만135명이다. 민주당이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 등과 다른 점은 수도권 권리당원의 비중이 45%로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호남 당원들이 민주당의 다수였지만, 이제는 수도권 권리당원이 민주당을 꽉 잡고 있다. 더 이상 민주당의 텃밭이 호남이 아닌 수도권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도권의 표심과 그 조직이 상당하다. 때문에 수도권 권리당원의 표심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해찬 대세론은

지금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해찬 후보가 1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이 후보는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후반전으로 향하면서 송 후보와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가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막강한 친문 지지층을 바탕으로 자신의 승리를 다짐하고 있지만, 송 후보와 김 후보 역시 친문 지지층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 후보의 대세론을 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들이 수도권에 올인하는 이유는 송 후보의 경우, 인천시장 출신이기 때문에 인천 지역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고, 김 후보는 수원에서 4선 지역구를 지냈기 때문에 수도권 표심이 각각 자신들에게 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충청권 후보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수도권 표심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통해 자신의 지지를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들어 당내에서 영남권 표심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당선되면서 부산·경남 조직력이 탄탄해지고 있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부산·경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보이면서 신규 당원 유입과 권리당원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영남권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따라 앞으로 선거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전대가 기존 여타 전대와 완전히 다른 점은 민주당이 탈호남 됐다는 점과 권리당원의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점이다. 권리당원의 표심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선거결과가 나오게 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전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노출됐다.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대를 치르면 컨벤션 효과로 인해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데, 민주당은 전대가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권리당원들이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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