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협의체, 협치까지 훈풍 이어질까
‘쟁점 협의’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부와 여야가 지난 16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정례화에 합의하면서 좀처럼 기미를 보이지 않던 협치의 물꼬가 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 합의 직후인 17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은 회동을 갖고 규제혁신과 민생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공조를 이어가면서 그간 이뤄지지 않았던 협치 구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정례화와는 별개로 최근 경제상황 악화와 소득주도성장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여당과 야권의 공조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동 건 여·야·정 상설협의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찬회동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정례화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에 따르면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분기별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필요시 여야 합의에 따라 개최된다.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는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인 11월로 예정됐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협치 관련 핵심 공약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당선 직후에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이를 제안했으나,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며 논의는 이어지지 못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통해 그간 미진했던 각종 입법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 직후인 17일,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동을 열고 규제혁신법안과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반면, 6.12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더 이상 발목잡기식 비판만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번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통해 목소리를 내면서 이미지 변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 지지 발언에 무게를 싣고 거대양당을 압박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선거제도 개혁이 앞으로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채이배 정책위의장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뉴시스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채이배 정책위의장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뉴시스

협치로 이어질 수 있나

이처럼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여야가 합의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물꼬를 텄지만,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에서 정국 안정을 도모할 협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여야가 북한산 석탄 반입, 드루킹 특검, 탈원전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부정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고용쇼크로 인한 소득주도성장의 정책평가를 두고 여야는 극심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고용동향에서 전년동월 대비 5000여명 증가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대대적인 대정부·대여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의 공세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규제완화 입법 등에서 여당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재 결산국회 정국과 다음 달부터 이어질 정기국회를 앞두고,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받아든 각종 경제 관련 지표에 대해 정부의 경제실정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야권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으로 그 칼날을 거둘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때문에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곳곳에서 여야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제대로 가동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큰 의미 부여하긴 어려워”

첫발을 뗀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앞날에 대해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설협의체가 단순한 쟁점 협의기구 수준에 그칠 것이며, 지속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협치의 전 단계로 가동된다면 대표책임의 원리를 골간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뿐더러, 삼권분립의 기본 정신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국회의 책무에 맞지 않는 등, 기본적인 우리 민주주의 형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히려 (국정에)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이냐 등의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며 “협치를 주장하면서 나온 특징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많이 하락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게 30대와 진보층이다. 이들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는 점을 볼 때, 그 지지층에서도 협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결산국회라 여러 가지로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고, 최근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나 비핵화 관련 쟁점, 또 최근 서민경제 악화와 탈원전 문제 등 쟁점사안이 많다”며 “상설협의체의 목적은 그런 칼날을 무디게 하자는 것인데, 정부·여당의 뜻대로 될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시동을 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상설협의체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의 발판이 될지, 잠시간 부는 훈풍에 머물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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