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공개한 '평택 쌍용자동차 진입계획(안) 자료제공 = 경찰청
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공개한 '평택 쌍용자동차 진입계획(안) 자료제공 = 경찰청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09년 경찰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파업농성 강제진압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전 보고를 받고 최종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진압작전을 총지휘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직속상관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청와대를 직접 접촉해 경찰병력 투입을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8일 쌍용차 사건의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의 2009년 8월4~5일 강제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사건에 대한 사과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쌍용차 사건은 지난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쌍용차 노조가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평택 공장 점거농성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사측과 협조해 경찰특공대 투입과 대테러장비를 사용해 강제진압한 사건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노조가 점거농성에 돌입하자 경기청은 강경한 기조의 ‘쌍용자동차 진입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계획, 체포 노조원에 대한 사법처리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결과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2009년 8월 4~5일 강제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에 의해 이뤄졌다. 이 작전에 대해 강 전 청장과 조 전 청장 사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청와대가 경찰병력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했다.

진압에는 대테러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 등이 동원됐다. 조사위는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는 테러범 및 강력범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 및 목적 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함에도 파업 중인 노조원을 진압하는데 사용됐다”며 “이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또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하거나 저공비행으로 바람을 일으켜 노조원 해산을 시도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헬기 총 6대를 동원해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최루액 약 20만L를 살포했다.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다.

이밖에도 경찰은 쌍용차 파업 당시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경기청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은 조 전 청장의 지시로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게시했다. 조사위는 “경찰의 인터넷 대응활동은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후 노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한문에 설치한 분향소에서 열리던 각종 행사와 집회, 기자회견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참가자들의 이동권을 제한했다.

진상조사위는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 발표 및 사과 ▲노동쟁의 대응방안 관련 지침 및 절차적 방안 마련 ▲경찰력 투입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은 경찰에 대한 책임 있는 치료 및 회복조치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관련 가압류 사건 취하 ▲헬기를 이용한 직접 시위진압 금지 ▲경찰장비 사용 교육 정례화 및 관련 규정 보완 ▲경찰특공대의 집회시위·노동쟁의 현장 투입 원칙적 금지 및 편성체계·운영 방법 개선 ▲노동쟁의 현장에 배치된 용역의 폭력행위 발생 시 배치폐지 및 경비용역에 대한 일일상황 보고서 작성·보존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진상조사위의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 ▲쌍용차 살인진압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구성 및 노조와해 문건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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