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 끝내 희망씨앗이 되는, 김경 소설집 ‘다시 그 자리’
상실이 끝내 희망씨앗이 되는, 김경 소설집 ‘다시 그 자리’
  • 박애경 발행인
  • 승인 2018.08.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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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최첨단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의 매혹적인 LED불빛을 탐닉하고 있는 군상들의 낯빛에 공허함과 지친 목마름이 공존한다. 새로운 풍요가 넘쳐나면 날수록 군상들의 욕구도 강해진다. 욕구는 곧 꿈이 되고 때로는 깊은 상실이 되기도 한다. 상실은 또 한 번의 상실을 낳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풍요롭지만 내 안은 결핍의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채우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그 과정 속에 여러 번의 상실을 맞닥뜨릴 수 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단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욱, 삶을 더 치열하게 마주대해야 한다. 비록 꿈꿀수록 작아지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끝에서 희망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사는 것 같지 않겠는가?

소설가 김경의 소설집 「다시 그 자리」를 꺼내들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실이 끝내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이 자간과 행간에 진하게 묻어있기 때문이다.

김경의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이웃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람들,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들이다. 이들의 삶에는 누구나 그렇듯 뽑아버리고 싶은 아픈 가시들이 박혀있다. 가시를 빼내는 일이 때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지라도 이들은 최선을 다한다.

소설집은 총 7편의 단편으로 엮여있다. 일상에 안주하지 못하고 삶의 이상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게르>의 그녀와 아버지, 가족과 직장 그리고 자신의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겨울 긴 하루>의 기러기아빠들, 혼혈아를 키우며 살아가는 <다시 그 자리>의 싱글맘 종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도둑>의 장일도, 어머니의 자살로 상실감에 빠져있는 <터키풍으로>의 유소미, 물욕과 정욕의 세속에서 벗어나 출가의 길을 나서지만 결국 그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환속>의 신애, 뇌성마비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딸을 두고 갈등을 겪는 <숨비소리>의 부부. 이렇듯 각기 다른 인생들이 소설집을 채운다.

서로 다른 플롯이지만 마치 옴니버스처럼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비참하고 비루한 삶일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기를, 그리고 또 다시 열열이 살아가기를, 상실 끝에 찾아온 다른 형태의 안온함을 맛보기를...’ 풍요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가의 묵직한 메시지다.

작가 김경은 말한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나는 묻고 꿈은 화답한다. 언젠가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꿈을 쫓아가듯 꿈도 나를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소설가 김경은 1997년 단편소설 「자유공원」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2000년에는 단편소설 「얼음벌레」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어 2012년 중편소설 「게임, 그림자 사랑」으로 제37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세 번째 창작집 「다시 그 자리」로 2017년 제13회 만우박영준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 박덕규 씨는 “김경의 소설은 어느 작품이고 문체의 간결함, 스토리의 집약성, 인물 중심의 내적 응집력 등에서 뒤로 물러서는 작품이 없다. 그만큼 촘촘하게 교직된 서사와 정확한 문장을 자랑한다, 이로써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사회의 폭력으로 파편화된 내면을 드러내는 데 남다른 장기를 드러내며 이른바 리얼리즘의 모더니즘화를 실천한 한국 단편소설의 전범에 가 닿았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