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 놓인 북미관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관계로
비핵화 실천 의지 vs. 종전선언 의지
9월 남북정상회담이 변곡점 될 전망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합의문 서명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합의문 서명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북미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6.12 싱가포르 회담으로 인해 한반도에는 훈풍이 부는 듯했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한반도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대로 가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올해 내 종전선언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북한이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나온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주말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갑작스럽게 방북을 취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이번주 초 평양을 방문해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진전을 보이지 않았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것. 이에 대해 갖가지 의혹과 시나리오가 난무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에 보낸 비밀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이 읽고는 방북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때문에 그 비밀편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해당 비밀서한의 일부로 추정되는 내용이 공개됐다.

北 비밀서한에는 어떤 내용이?

공개된 내용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사실관계는 확인해야 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볼 때는 충분히 그런 내용의 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없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그로 인해 비핵화 협상은 한발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 매체들이 29일 일제히 “한반도 전쟁 위기가 재발할 경우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모두 앞선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문에 ‘사인’했지만, 상대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모습을 보였음에도 미국이 태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한 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안고 있다. 이렇듯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 보니 서로에 대한 비방만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싱가포르 회담은 사라지고

북미간의 이 같은 상황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계속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뿐, 보다 진전된 메시지는 없다. 북한 역시 과거에 비하면 약화된 표현이지만 미국을 향해 계속해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곧 비핵화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청와대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미국과 북한은 미묘한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한반도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5월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진행했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를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억류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6.25전쟁 당시 희생된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하는 인도적 차원의 조치도 있었다. 때문에 문제는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인지할 경우,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왔다. 하지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나오면서 한반도는 더욱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치킨 게임이다. 북한이 핵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먼저 하거나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할 경우, 미국과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때문에 긴장상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나설 차례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앞으로 북미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평화의 루비콘강을 건넜기 때문에 미국이나 북한이나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서로 서명까지 한 상황에서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다.

결국 북미관계는 9월 중순 평양에서 있을 남북정상회담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줄 선물이 필요하다고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설득이 얼마나 먹혀들어 갈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울러 오는 9월말 뉴욕에서 열릴 유엔 총회도 한반도에 있어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게 줄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 당근과 채찍 모두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채찍을 사용했다면, 앞으로는 당근도 반드시 필요하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가 과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 윤곽은 9월 중순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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