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방향은’ 정책토론회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방향은’ 정책토론회 ⓒ투데이신문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방향은’ 정책토론회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렵고, 위탁운용사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투자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토록 한 주주권 행사지침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방향은’ 정책토론회는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기업법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정부에서 하는 논의를 보면 연금의 지급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부담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고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지급을 법적인 보장을 하겠다’고 대통령이 얘기했다”며 “지급의 법적인 보장을 하기 이전에 미래세대의 부담능력을 키울 것인가, 우리 연금의 지급능력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이 법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만 하는 건 내 임기 마치면 그만이라는 전형적인 임기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념에 매몰된 이 정권이 반드시 전제돼야 할 독립성과 투명성은 외면한 채 낙하산인사를 통해 국민연금과 기금을 접수해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나”라며 “그런 측면에서 635조원의 국민연금기금을 책임지는 이 막중한 자리에 과연 문재인 정권은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토론회를 통해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강구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독립성·투명성 확보 어려워

이어진 토론회에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윤창현 교수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운용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최우선 원칙이 돼야 한다”며 “정부나 시민단체에 의해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 불가 △국민연금에 대한 5% 룰 예외 적용의 정당성 결여 △위탁운용사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 △기금의 안정성, 수익성과 본질적으로 관계없는 활동 포함 등을 제시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영기 연구교수는 “일본의 공적연금인 GPIF의 스튜어드십 운용상황 등 투명한 관리 운용 상황에 비춰볼 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사표명에 적합한 투명성의 확보 등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우선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코드 도입 이후에 어떤 형태로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코드 운용에 있어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최종수익자인 가입자들에 대해 국민연금이 부담하는 수탁자책임은 완수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고, 운용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설명도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우용 전무는 “기금운용위에서 최종 의결된 세부 이행방안은 국민연금의 경영간섭 우려인 소위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해소시켜 주지 못한 채 통과됐다”며 “기금의 투자결정 및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조직의 주주권 행사는 과도하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과도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견제 △전문위 의결을 통한 사전공시 재검토 △위탁운용사에 완전한 의결권 행사 위임 △코드 도입에 대한 가점 부여 재검토 △자본시장과 기업 발전을 고려한 장기 수익성 제고 원칙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브라투자자문사 이원일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초기 한국자본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본이나 영국에 비해 많은 문제점이 대두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특성상, 이해상충이 상존해 있고 상장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시장에 비해 낙후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주주관여나 의결권 행사 등에 있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및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경험이 적고, 전문가도 많지 않으며, 많은 경우 정답이 없으므로 이로 인한 시행착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신뢰받는 위협’으로서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는 의문이며 투명한 목표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최경일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기금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매매나 운영여건, 또는 전략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런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면, 기업과의 생산적 대화를 통해 기업들 스스로 가치제고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해 기업들을 긍정적인 면으로 이끌자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래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목적 자체는 걱정하시는 분들과 똑같다”며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이자, 미래 국민들의 급여지급을 위해 쌓아놓은 자금이기 때문에 이걸 안정적으로 가능한 한 수익을 많이 올려 급여지급에 이상이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이런 목적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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