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대한 정부·여당과 야권의 대립
통계청장 교체 인사 둘러싼 논란으로 더 가열
정면돌파 택한 청와대, 야권 비판도 거세져
文정부 국정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앞날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경제정책 기조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경제정책 기조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연일 이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의 공세에 정면돌파를 택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불붙고 있다.

7월 고용동향 발표와 함께 본격화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지난 26일 통계청장 교체 인사를 둘러싸고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야권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관련 경제라인의 경질을 촉구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8월 결산국회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여야의 공방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모처럼 공세의 끈을 쥔 야권은 계속해서 소득주도성장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면돌파 택한 靑 “소득주도성장, 더욱 과감하게 추진할 것”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야권의 공세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장 실장은 “하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을 더욱 체계적으로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자리·가계소득 관련 통계 악화에 대해 최저임금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야권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주장하는 관련 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이미 그 효용을 다했다는 것이 입증됐고, 투자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도 이미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온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장 실장은 또 “국가경제·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잘사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가계에 정당한 몫만큼 돌아가게 하는 성장이 돼야 한다”며 “과거 정부와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토목건설경기를 부추기는 정책에는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득주도성장은 왜?

야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은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본격화됐다. 이후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은 급격히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1월 이후 마이너스 1만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어 발표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도 관련 논란을 가속화시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60%의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하락한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10.3% 증가했다. 또한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 역시 5.23으로 집계되며, 2분기 기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에 대해 야권은 고용쇼크, 고용참사라며 소득주도성장 철폐를 촉구하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후 26일 청와대가 차관급 인사에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교체한 것을 두고 경질 논란이 일어났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할만한 지시를 내린 적도 결코 없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논란은 야권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靑 정면돌파 시사에 맹공 나선 野

한편, 야권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정면돌파 시사에 다시 화력을 집중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오기와 아집, 독선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정의당은 소득주도성장의 안착을 위해 경제민주화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에 힘을 실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고용파탄에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급감하는 마당에 정책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기는커녕,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적반하장 태도로 나오고 있다”며 “국민을 상대로 팔 걷어붙이고 나오면서 마치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는 식의 자세는 국정의 책임자로서 공직자로서 모두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청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소득양극화, 고령화시대의 노후빈곤 문제들은 소득주도 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이유라고 얘기했지만, 이는 곧 소득주도성장을 지금 당장 포기해야 할 이유라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국가 경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정권이 오기를 부리고, 아집과 독선으로 밀어붙일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에서 “지금 최악의 경제지표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무책임한 정책결정에 더해 그동안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정책도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아집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 야당과 많은 언론, 경제계 인사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변명하려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에 십상시가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 십상시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 경제 십상시가 누구든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경제라인의 전면 교체와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를 문재인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보수야당에서는 최저임금만을 문제 삼으며 연일 소득주도성장론 자체를 공격하는 데 혈안”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던 듯 철 지난 옛날얘기를 하고 있는 보수야당의 입장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밀고 나가고 싶으면 더 과감한 경제민주화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그런 정책이야말로 국민들의 지지 속에 장기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안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과감한 발상전환을 요구한다”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힘을 실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앞날은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권이 계속해서 공방을 벌이며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앞날에 대해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연하게 바꿀 순 있어도 기조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맨 처음 기조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은 정확히 얘기하면 입금주도성장이라는 말이 맞다. 이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성장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과거의 재벌 위주 경제성장으로 가지 않겠다는 대안으로 나온 건데, 문재인 정부가 이걸 부정하고 기조를 바꾸는 순간, 문재인 정부는 존립 근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참여정부가 말기에 국정운영 동력을 잃은 것을 언급하며 “(당시 참여정부는) 지지층으로부터도 등 돌림을 당했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은 지지층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이를 문 대통령이 바로 옆에서 지켜봤는데 그걸 그대로 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조를 바꾸는 순간,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게 된다. 과거 참여정부하고 똑같이 된다”며 “야권은 그런 부분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국가에서 진행하는 통계청장을 바꿀 필요가 있으면 인사권자가 알아서 바꾸는 것”이라며 “전 통계청장은 언론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 평론가는 전 통계청장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 1분기 가계소득동향이 나온 뒤에 통계청에서는 표본 변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며 “샘플수도 늘고, 2010년 인구총조사 기준에서 2015년 인구총조사 기준 샘플로 기준도 변경됐다. 그 결과 노인가구 대폭 증가했지만, 이에 대한 해명자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음에도 적극적인 대응 부족했고, 언론에서 1분기 소득 양극화 역대 최악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데도 아무런 해명자료도 내놓지 않았다”며 “과거 통계청이라면 즉각 대응에 나서 각 언론에 정정보도 요청을 했을테지만, 너무 소극적인 대응자세를 유지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같이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과열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정면돌파에 나서면서 앞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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