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8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8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영령들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별 단계도 없애주고, 병마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고 약속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8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대회’에서 피해자 유족 대표로 추도사에 나선 왕종현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제는 좋아지겠지, 또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까지 닫히려 하고 있다”며 “지금 이런 상황을 영령들에게 다시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다시 목청 높여 원통하고 억울하다고 외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암담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진행된 추모행사에 이어 참가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와 관련 전문가, 검찰의 각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전대미문의 화학독성나노물질 환경재난 참사를 단순 사고, 사건으로만 보는 정부는 각성하라”며 “참사 초기 말단기관지 중심의 폐섬유화 외의 다른 모든 관련 질환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고 단정해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결과적으로 가해기업의 편에 섰던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각성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모든 정부 관련 부처와 각 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3자 보고회 정례화를 촉구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나노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모든 관련 질환을 공식적인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로 인정할 것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하거나 건강상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정부구제 대상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검찰은 옥시 수사까지 5년을 끌며 증거인멸을 돕더니 옥시 영국 본사와 SK케미칼, 애경은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는가. 공범이 될 셈인가”라며 “옥시 영국 본사와 함께 DDAC, DCMIT 성분이 검출된 살인 대기업 SK케미칼과 애경 가습기 메이트, 이마트를 검찰은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참사 초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은폐를 돕던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공범”이라며 “악당 집단 김앤장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300여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세월호 선장은 부작위 살인으로 무기징역, 최소 1337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주범들은 최대 징역 6년”이라며 “안전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주범들도 최소 무기징역에 처하라”고 말했다.

결의문을 대표 낭독한 한 참가자는 “악습과 적폐를 바로잡고 정의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가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각 국가기관의 결단과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각종 위원회에 속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각성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이룩할 수 있도록 불의와 부정, 탐욕에 맞서 계속해서 싸우고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같은 일이 이 땅에서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기관과 기업의 잘못을 끝까지 바로 잡을 것을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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