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속에 싹트는 청년 정치…난관도 많아
권리당원 성향 변하면서 청년 정치인 대거 진출
조직력·자금줄 없는 청년 정치는 고달픈 정치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토양 마련이 필수적

국회 본회의 모습 ⓒ뉴시스
국회 본회의 모습 ⓒ뉴시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속속 차기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에 재편된 각 당 지도부의 특징은 ‘올드보이’ 속에서 ‘청년 정치’의 희망을 봤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치에서 청년 정치가 제대로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청년 정치가 뿌리내려야 우리 정치의 미래가 밝다는 점에서 비춰볼 때, 우리 정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197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당시 40대 기수론은 우리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이후 우리 정치사에서는 항상 40대 기수론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정치 생태계에서 청년 정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청년 정치란

정치권에서 일컫는 청년은 만 45세까지다. 이는 통상적인 청년의 기준인 대략 35세까지와는 다르다. 그 이유는 정치권에서 35세 미만의 청년들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년 정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나 ‘쇼윈도의 마네킹’ 같은 존재였다. 각 정당은 ‘청년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실제로 청년 정치의 싹을 틔울 토양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청년 정치는 어디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각 당의 전대에서는 이변이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40대가 2명(박주민·김해영)이 선출됐고,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에 30대가 2명(이준석·김수민) 포함됐다.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30대인 정현호 비대위원이, 민주평화당은 40대 서진희 최고위원이, 정의당은 20대 정혜연 청년부대표가 활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만 제외한 나머지는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인물이다. 이는 그만큼 청년 정치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각 정당에서 청년정치가 점차 자라나고 있는 이유는 당원들의 성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에서 당원들은 특정 계파를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할 뿐이었다. 계파의 수장이 자신의 조직에게 명령을 내리면, 그 조직에 속한 당원들은 전당대회 등에서 계파의 수장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조직표의 의미가 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계파의 수장 눈에 띄어야 했기 때문에 계파 수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소신대로 정치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당원들의 성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계파의 수장이 지지하는 후보라고 해도 자신과 성향이 맞지 않으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당원들이 스스로 권리당원이 돼서 자신의 투표권을 소신 있게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권리당원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졌다는 점도 있다. 과거에는 주로 노령층이 당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청년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당원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청년 정치가 점차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청년후보자-청년유권자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청년후보들이 청년들의 정치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청년후보자-청년유권자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청년후보들이 청년들의 정치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변화하는 전당대회

이번에 각 당 지도부에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는 곧 청년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청년 정치가 가야 할 목표를 이루기는 아직까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록 권리당원 등의 힘이 점차 강해지면서 계파 수장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소신 있게 낼 수 있는 토양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과거에 비해 계파색이 옅어졌다고 하지만, 계파의 움직임은 여전히 있다. 또한 이들 계파가 결국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이 약한 청년 정치인은 결국 계파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계파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 정치인들도 조직력을 갖춰야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걸림돌은 자금 문제다. 중장년 정치인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년간의 정치경력이 있기 때문에 자금 동원은 무난하게 이뤄진다. 또한 현역의원들은 정치인 후원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의 경우, 상당수가 원외 인사다. 이들은 정치인 후원금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즉, 사비로 정치를 해야 한다. 중장년층 인사 중에 정치에 유입된 원외 인사들은 그만한 경제적 여건을 갖췄다고 하지만, 청년은 그런 여건을 갖추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청년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 등은 청년 목소리보다는 중장년 베테랑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청년 정치인들이 아무리 자신의 소신을 갖고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힘든 정치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청년 정치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원외 인사들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해왔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에게 가로막혀 아직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조직력과 자금, 든든한 우군도 없기 때문에 시베리아 벌판에서 홀로 외치는 들개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헛구호 그치지 말아야

현재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청년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헛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정치가 활성화돼야 정치가 되살아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법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야당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이제 청년 정치인이 정치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청년 정치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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