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배리어프리①] 지하철에 울린 간절한 외침…“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 철거하라”
[이동권 배리어프리①] 지하철에 울린 간절한 외침…“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 철거하라”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09.1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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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벨 누르던 장애인 계단서 추락
서울시·교통공사에 책임인정 촉구
교통공사 “법적 책임 여부 따져봐야”
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 없애야
1동선 엘리베이터 조속한 설치 필요
ⓒ투데이신문
지난 4일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 현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지난달 14일부터 매주 화요일 서울 시청역 승강장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줄을 지어 열차 승하차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신길역에서 휠체어리프트 탑승을 위해 역무원을 호출하는 과정에서 추락으로 사망한 한 장애인 남성의 억울한 죽음 때문이다.

그간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목적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잔고장과 관리소홀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휠체어리프트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반복됐고, 재발방지 논의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또 한명의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 나올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 승강장 집회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 제공 = >
지난해 10월 21일 신길역에서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추락한 한경덕씨 사고 당시 상황 <사진 제공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신길역의 비극…죽음의 책임자는 없다

#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지체장애 1급의 상이군인 한경덕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재활치료를 위해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보훈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면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씨는 휠체어리프트 사용을 위해 역무원을 호출하려 했다. 왼손을 쓰지 못하는 한씨가 호출 버튼을 누르기 위해 계단을 등진 채로 오른손을 뻗는 순간 휠체어는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한씨는 98일간의 사투 끝에 세상을 떠났다.

한씨는 계단에서 불과 50c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설치된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다 변을 당했다. 버튼을 누르기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수차례 전진 및 후진을 반복하다 벌어진 사고였다. 유가족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장연)는 휠체어를 리프트에 탑승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휠체어리프트 사고로 보고 서울시와 교통공사 측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신길역 사고는 장애인과 그들의 사소한 안전조차 고려하지 않아 벌어진 사고라고 했다.

박 대표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씨는 오른손만 사용가능한 중증 장애인이었다. 휠체어리프트 사용을 위한 역무원 호출기는 왼편에 있었고 오른손 사용을 위해 휠체어를 돌리다 사고를 당했다. 비장애인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장애의 특성과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닌 ‘살인기계’다”라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아닌 리프트를 설치한 원천적인 문제부터 잘못됐다. 만약 비장애인이 리프트처럼 사고가 많이 나고 안전 위협이 우려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휠체어리프트 설치 자체부터 잘못됐다. 예산을 투자하지 않고 안전한 이동권 확립을 위한 대체 수단을 적극 마련하지 않으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길역 사고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본지에 휠체어 리프트에 타 사고가 난 게 아닌 타기 전 호출버튼을 누르려다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따져봐야 하며,  1동선 엘리베이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심심한 유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법적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이나 법상으로 문제가 없는 설비라는 게 확인됐지만 사고 이후 호출 버튼은 개선조치 했다”며 “지난 6월 14일부터 신길역을 포함해 1~8호선의 120대 휠체어리프트 호출버튼 개선 작업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2022년까지 1~8호선 전 역사에 승강장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부 16개 역 같은 경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며 “1차적으로는 구조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지만 재배치 등 대안을 용역을 통해 추진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국의 엘리베이터 1동선 확보율은 다른 나라 지하철보다는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설치해야 장애인분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전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지난 4일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 현장 ⓒ투데이신문

안전관리 사각지대 내몰린 휠체어리프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전국 396개 지하철역에 설치된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는 총 1146대다. 이 가운데 이수역, 사당역, 동대문역, 대공원역 등 31개역(149대) 대상으로 ‘휠체어리프트 운영 및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계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는 휠체어리프트가 4대, 운행 중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거나 리프트가 심하게 떨리는 등 비정상적 현상을 나타난 리프트가 8대로 확인됐다.

또 리프트 이용 시 운행 중 장애물 감지 또는 리프트 플랫폼상에서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전·후면과 바닥면에 설치된 작동 정지 안전스위치는 정상 작동되지 않는 게 12대로 집계됐다.

아울러 규격이 큰 전동휠체어가 구형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할 때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띠의 경우 장애인들의 몸에 감도록 설계돼 당사자들이 꺼려할 뿐만 아니라 전동휠체어에는 안전띠를 걸만한 마땅한 고리가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휠체어리프트 이용 시 역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한 호출기 리프트는 역무실과 아예 연결조차 되지 않은 곳이 3곳(1개역), 통화 장치 고장이 1곳, 호출벨 버튼이 파손된 곳이 2곳, 소리가 너무 작거나 쌍방향 통화가 어려운 곳이 1곳, 기계적 이상은 없지만 역무원이 응답하지 않는 경우는 9곳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리프트 이용방법을 기재한 사용설명서 일부가 훼손되거나 읽기 어려운 곳이 4곳이었으며,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의 통로가 비좁아 리프트 작동 시 일반인과 충돌이 우려되는 곳이 8곳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휠체어리프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과 안전관리 및 감독이 요구되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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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 현장 ⓒ투데이신문

“휠체어리프트 아닌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돼야”

지난 8월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계단 상부 및 하부 각 1개소에 탑승자 스스로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1.4m x 1.4m 이상의 휠체어리프트 승강장 마련 ▲휠체어리프트 승강장에 시설 관리자 등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을 설치 및 작동설명서 부착 ▲비상정지 및 과속제한 장치 설치 등을 규정했다.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폭 0.76m 이상, 길이 1.05m 이상의 휠체어 받침판 설치 ▲운행 중 휠체어가 구르거나 장애물과 접촉할 경우 자동정지가 가능한 감지장치 설치 ▲안전판이 열린 상태로 운행되지 않도록 내부 잠금장치 설치 ▲휠체어리프트 미사용 시 지정장소에 접어 보관할 수 있도록 하며 벽면으로부터 0.6m 이상 돌출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기계인 휠체어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서장연은 신길역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14일부터 68일간 매주 화요일 ‘신길역 휠체어 참사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인정 및 공개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확립을 위한 엘리베이터 1동선 100% 설치를 촉구하는 그린라이트 시위를 갖고 있다.

서장연은 지난 4일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분명한 책임인정과 유가족 및 장애인에게 진정한 사과를 기대했으나, 공사 측은 ‘도의적’, ‘사회적’이라는 수식어를 고수하며 도덕적·사회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법적 책임은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분명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인정과 사과는 거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린라이트 비폭력·평화적 행동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장의 분명한 책임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며 “더 이상 지하철을 타기 위해 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 죽을 순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뜻은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함에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가 보장되는 정책과 예산 집행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역 주요 동선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현재까지 1~8호선 277개역 가운데 250개가 엘리베이터 설치 동선확보가 완료됐다. 나머지 27개역 중 11개역은 추진 중이며, 앞서 언급된 바처럼 구조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판단된 16개역에 대해서는 용역을 통해 방도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서 본지의 서울교통공사 취재에서도 확인됐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 대중교통을 체험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한 가운데, 더이상 휠체어리프트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조속히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